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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프 4차전. 92-86. 경기 종료 10초가 남았다. 오리온의 공격권.
그러자 오리온 추일승 감독과 악수하기 위해 사이드라인에 서 있던 KCC 추승균 감독은 코트를 보며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몇 초간 응시한 뒤 추일승 감독은 추일승 감독과 악수했다. 화가 단단히 난 모습이었다.
5차전. KCC 고졸 루키 송교창이 반칙이 선언된 뒤, 그대로 덩크슛을 꽂아넣었다. 연결 동작이 아니라, 이미 반칙이 불린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했다.
이 부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일단 추승균 감독 입장에서는 충분히 화를 낼 만했다. 최진수의 행동은 과한 부분이 있었다. 이미 승패가 결정된 상황. 그리고 상대가 수비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일어난 장면이었다.
소위 말하는 '불문율'에 어긋나는 장면이다.
하지만, 챔프전이라는 변수가 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농구판의 불문율'보다 더 중요하다. KCC 선수들은 10초가 남은 상황에서 사실상 경기를 포기했다. 상대의 기를 철저히 죽여야 하는 게임이다. 최진수는 "팬 서비스 차원"이라고 했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게다가 1차전 KCC의 승리 이후 전태풍의 "챔프전은 전쟁이다"라고 말한 부분과 김민구와 문태종의 충돌 상황 등 복합적인 심리가 밑바탕에 깔려 있었던 행동이었다.
즉, 불문율과 챔프전의 변수가 충돌한 매우 애매한 행동이었다.
때문에 추승균 감독은 "4차전 끝나고 난 뒤 코트를 본 것은 끝까지 수비를 하지 않은 우리 선수를 질책하는 의미"라고 했다. 사실 추승균 감독이 최진수를 봤는 지, KCC 선수들을 봤는 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추 감독의 마인드다. 최진수의 도발적 덩크를 KCC 선수들의 자극제로 삼으려고 한 냉정함은 칭찬할 만하다.
이어 5차전은 송교창의 덩크가 나왔다. 연장선상에 있는, 의도적 행동이다. 송교창의 덩크도 일반적으로 불문율에 어긋난다. 하지만, 챔프전의 밑바닥에 깔려있는 양팀의 치열한 신경전을 이해한다면, 송교창의 '복수 덩크' 역시 일어날 수 있는 행동이다.
여기에서 또 하나의 의문이 있다. '농구의 불문율'에 대한 기준이다.
두 선수의 덩크는 의도치 않기 챔프전의 흥미도를 높이는 촉진제가 되고 있다. 즉, 농구판이 가지고 있는 '불문율' 이전에 챔프전이 갖는 특수성,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팬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예의 등을 고려하면 '불문율'에 대한 기준 자체를 최대한 낮출 필요가 있다.
두 팀에게 칭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는 챔프전이다. 사실 최진수의 덩크 이후 'KCC의 보복성 플레이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들이 있었다. 하지만 KCC는 송교창의 덩크로 그 '복수'를 마무리했다. 즉, 농구에서 촉발된 신경전을 농구로 풀었다. 전태풍이 얘기한 "챔프전은 전쟁"이라는 말은 코트에서 모든 행동이 용인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폭행, 욕설 등 '마지노선'은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챔프전의 치열한 신경전과 거기에 따른 '농구적' 대응은 농구팬에게 더욱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최진수의 '서비스 백 덩크'와 송교창의 '복수 덩크'는 매우 흥미롭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