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포럼]기본기·기술 실종, 절실함 필요하다

기사입력 2016-10-04 17:51


제2회 한국농구발전포럼(스포츠조선 주최)이 4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렸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 유재학 모비스 감독, 손대범 점프볼 편집장이 '기술실종'을 주제로 논의를 하고 있다.
이날 포럼에서는 판정 논란과 기술 실종에 관해 심도깊은 논의가 이뤄졌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10.04/

제2회 한국농구발전포럼(스포츠조선 주최)이 4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렸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이 '기술실종'을 주제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포럼에서는 판정 논란과 기술 실종에 관해 심도깊은 논의가 이뤄졌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10.04/

"예전 선배들은 한 두 명 가볍게 제쳤다."

김동광 MBC 스포츠+ 해설위원의 말이다. 지난해 남자 국가대표 지휘봉을 잡은 그는 "요즘 선수들은 기본기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뿐 아니다. 남자 농구 유재학 울산 모비스 감독, 여자 농구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의 의견도 같았다. 한국 농구를 이끄는 '핵심 농구인' 3명은 4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제2회 한국농구발전포럼(주최 스포츠조선)에서 "갓 프로에 입단한 선수들의 기본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누구한테 농구를 배웠냐'는 말을 하게 된다"면서 "연습도 실전처럼 해야 한다. 개개인이 더 절실하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성우 감독은 "프로에 와서 레이업슛을 가르치곤 했다. 선수들이 지역 방어 수비는 잘 하는데 정작 1대1 마크는 할 줄 모른다"며 "그렇다고 이해가 전혀 안 되는 건 아니다. 현재 중·고등학교가 22개 안팎이고 한 팀에는 선수가 10명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 명이 5반칙으로 빠지면 팀 운영이 되지 않기 때문에 1대1 수비보다 지역 방어를 할 수밖에 없다더라"고 말했다.

유재학 감독은 "예전보다 요즘 선수들의 운동 능력, 신체 조건만 놓고 보면 훨씬 좋다. 그런데 기술적인 부분은 선배들이 낫다"며 "드리블, 슈팅, 스텝 등 모든 면에서 그렇다"고 냉정하게 진단했다. 이어 "현대 농구가 수비를 중요하게 여기고 수비 전술과 전략이 발전됐기 때문에 선수들의 공격력이 떨어진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본기가 전혀 잡혀 있지 않아 그 다음 단계를 가르칠 수가 없다"면서 "농구를 하는 인구가 적어 경쟁이 안 되고 시스템의 문제도 있다. 학교 지도자들이 승부에 집착해서 가르치다보니 많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김동광 위원은 허 재, 강동희, 이상민 등 한국 프로농구가 낳은 스타들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이 세 명은 한 두 명 쉽게 제쳤다. 이어 상대가 도움 수비 들어왔을 때 공을 빼줘 찬스를 만들었다"며 "지금은 그런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가 몇 안 된다"고 했다. 또 "문경은 감독 같은 클러치 슈터도 나와야 한다. 예전에는 에어볼 자체가 안 나왔는데, 요즘에는 왕왕 접할 수 있다"며 "빅맨도 마찬가지다. 요즘 농구에서 수비를 등지고 툭툭 치고 들어가는 플레이는 더는 통하지 않는데 다른 것을 가르쳐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개인의 열정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프로에서 잘 가르쳐 업그레이드를 이끌 수는 없을까. 쉽지 않다는 게 이들 감독의 말이다. 유재학 감독은 "그 동안 선수단 전체를 대상으로 개인 기술 지도를 한 적이 없는데 너무 심각해 2년 전부터 훈련을 했다. 매일 야간에 1시간씩 스텝 밟는 법, 드리블 치는 법을 가르쳤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 경기에서 그 기술을 쓰는 선수가 1,2명도 안 된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위성우 감독은 "3~4년 연습을 해야 한다. 언니들과 기본기 차이가 너무 난다. 헌데 문제는 선수들의 마인드다. 기다릴 줄 알아야 하는데 기다리지 못한다. 실력이 안 돼 뛰지 못하니 아예 운동을 관두는 선수도 많다. 가뜩이나 얇은 선수층에 이런 현상이 나오니 여자 농구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대안을 없을까. 기술 실종 사태는 벌써 수년간 제기된 문제다. A급 선수들이 나이를 먹으면서부터는 갈수록 농구 수준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광 위원은 "팀 훈련 외에 개인 훈련을 하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했다. 그는 "안 되는 부분은 무한 반복을 해야 한다. 그래야 자기 것이 된다"며 "나는 중학교 때 백드리블, 백패스 훈련을 많이 했다. 대학 졸업한 뒤 완전히 내 것이 돼 경기 중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돌아왔다. 아울러 "전지훈련을 가보면 큰 체육관에 코트가 5개 있는데 맨 끝 코트에서는 유소년을 가르친다. 기본기를 아주 재미있게 지도하더라"며 "우리도 유소년, 중학생들에게 즐기면서 농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미국에서 좋은 강사를 초빙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유재학 감독은 "기술은 본인이 원해서 해야 자기 것이 된다. 어릴 때 즐기면서 습득한 것이 최고다"며 "그렇다고 언제 그 좋은 스킬을 써야하는지 모르면 아무 소용 없다. 자신의 기술을 언제 어떻게 지혜롭게 사용하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유 감독은 최근 트렌드가 된 스킬 트레이닝에 대해서도 "좋은 취지다. 다만 어렸을 때 그 트레이닝을 받아야 한다"면서 "초중고 학교에서 기본기를 가르칠 수 없는 상황을 십분 이해한다. 성적이 나지 않으면 안 되는 파리 목숨이다.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일한 프런트로 이 포럼에 참석한 SK 나이츠 장지탁 사무국장은 "2005년부터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갔다. 2009년까지 그냥 배우는 수준이었다가 문경은 감독이 오고부터는 본격적으로 스킬을 배웠다"며 "짧은 시간, 하루 이틀 배운다고 늘지는 않는다. 그러나 김선형이 매년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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