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비와 이경은, 에이스 있고 없고의 차이

기사입력 2016-12-12 20:48


2016-2017 여자프로농구 타이틀스폰서 조인식 및 미디어데이가 25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렸다. 6개구단의 선수들이 우승트로피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리은행 박혜진, 신한은행 김단비, 삼성생명 박태은, KB스타즈 김가은, KEB하나은행 강이슬, KDB생명 이경은.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10.25/

이경은이 없는 세상에서는 김단비가 왕이었다.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와 구리 KDB생명 위너스의 경기가 열린 12일 인천 도원체육관. 경기 전 양팀 라커룸 덕아웃 화두는 KDB생명 국가대표 가드 이경은이었다. 이경은은 지난 10일 아산 우리은행 위비전에서 왼 발목을 다쳐 이날 경기 출전할 수 없었다. KDB생명 김영주 감독은 "다음 경기(16일 부천 KEB하나은행전)까지는 못뛸 듯 하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았기에 길게 보려 한다. 김시온, 안혜지 두 가드로 게임을 풀어보겠다"고 말했다. 적장 신기성 감독은 "현재 우리 팀 상황을 놓고 봤을 때 상대가 어떤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 선수들 경기력이 왔다갔다 하는 게 문제"라고 말하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경기는 신한은행이 앞서나가면 KDB생명이 계속 따라가는 식이었다. 하지만 여러차례 역전의 고비를 넘지 못하고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이날 신한은행은 경기 내내 변칙 수비 작전으로 KDB생명 선수들을 흔들었다. 2쿼터 여자농구에서 잘 쓰지 않는 1-3-1 지역방어로 상대 공격을 무력화시키며 점수 차이를 벌렸고, 2-3 지역방어와 대인방어를 정신없이 섞어 사용했다. 이 때 중요한 게 포인트가드의 역할. 이경은이 없으니 이 변화무쌍한 수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안혜지가 간간이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줬지만 경기 리딩에 있어서는 아직 부족한 면이 있었다. 손 쉬운 속공 찬스를 계속해서 놓치는 장면에서도 이경은이 생각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승리팀이지만 신한은행의 경기력도 좋지는 않았다. 점수차를 확 벌릴 수 있는 타이밍에서 집중력을 잃으며 상대 추격을 허용하기 일쑤였다. 그래도 신한은행이 이길 수 있었던 건 에이스 김단비 때문이었다. 답답한 공격 흐름 때마다 김단비가 출중한 개인 기량으로 득점을 만들어냈다. 3쿼터 시작하자마자 상대 조은주의 3점으로 동점이 되자, 김단비가 바스켓 카운트 3득점과 레이업슛 2득점으로 다시 점수를 벌렸다. 3쿼터 종료 시점에도 과감한 돌파에 이은 바스켓 카운트 3득점으로 48-39 리드를 만들었다. 신한은행은 4쿼터 이 점수차를 잘 지켜내며 58대50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김단비는 3점슛 1개 포함 19득점을 기록했다. 경기 전 신기성 감독은 김단비의 에이스 역할에 대해 "에이스로서의 숙명을 받아들여야 한다. 잘 할 때는 엄청나지만 급할 때는 혼자 무리할 때도 있다. 더 큰 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이라며 김단비를 응원했다. 이 믿음에 김단비가 제대로 보답했다. 이날은 승부처마다 해결사 역할을 하고, 동료를 살리는 플레이에도 힘썼다. 백업 포인트가드 김형경이 3쿼터 깜짝 3점슛 2방을 터뜨려준 것도 신한은행엔 큰 힘이 됐다. 신한은행은 이날 승리로 시즌 첫 2연승을 달렸다. 5승8패가 되며 5승9패를 기록하게 된 KDB생명을 5위로 끌어내리고 4위가 됐다.


인천=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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