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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스토리] KGC, 모두가 하나돼 일궈낸 감격의 통합 우승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7-05-03 08:47


2016-2017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 안양 KGC와 서울 삼성의 경기가 2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서울 삼성을 꺾고 통합 우승을 차지한 KGC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7.05.02/

창단 첫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통합 우승. 2011~2012 시즌 이후 5년 만에 우승. 안양 KGC의 2016~2017 시즌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됐다. 양희종, 오세근, 이정현 등 국가대표 출신들이 모인 호화 멤버.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이들이 하나로 똘똘 뭉치지 못했다면, 절대 최고 자리까지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선수단 외에 팀 우승을 위해 헌신한 이들도 있다. 그들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프로농구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남긴 김승기

김승기 감독은 지난 시즌 우여곡절 끝에 감독 지휘봉을 잡게 됐다. 2015~2016 시즌을 앞두고 전창진 전 감독이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며 얼떨결에 감독대행직을 맡게 됐고, 시즌 도중 정식 감독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두 시즌 만에 우승 감독 타이틀을 달게 됐다.

김 감독은 이번 우승으로 선수(2002~2003 시즌 원주 TG)-코치(2007~2008 시즌 원주 동부)-감독(2016~2017 KGC)으로 모두 우승을 경험한 사상 최초의 인물이 됐다. 또, KGC 창단 후 첫 통합 우승을 이끈 감독으로도 기록을 남기게 됐다. 김 감독은 우승 확정 후 "그 분(전창진 전 감독)께 혹독하게 잘 배웠다. 좋은 스승에게 잘 배운 결과"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 감독 뿐 아니다. 손규완, 손창환 코치도 고생을 많이했다. 손규완 코치는 오랜 시간 함께한 김 감독을 잘 보좌했고, 전력 분석 업무 등 쭉 KGC에서만 생활해온 손창환 코치는 형처럼 선수들을 잘 챙겼다.

▶MVP 오세근, 김주성-양동근 잇는 전설로

오세근은 챔피언결정전 MVP까지 차지했다. 상대 거구 마이클 크레익을 막으면서도 자기 공격까지 다했다. 최고의 활약이었다. 6차전은 흉부 미세 골절의 고통까지 참고 뛰었다. 정규리그 MVP에 이어 큰 상을 싹쓸이 했다.

오세근을 위한 시즌이었다. 한 시즌 올스타전-정규리그-플레이오프 MVP를 모두 차지한 사례는 2007~2008 시즌 김주성(원주 동부 프로미) 이후 2번째다. 또, 2011~2012 시즌 플레이오프 MVP를 차지한 데 이어 두 번째 플레이오프 MVP가 됐다. 양동근(울산 모비스 피버스)이 3회, 김주성이 2회 수상 기록을 갖고 있다. 오세근은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오세근은 이제 첫 FA(자유계약선수) 권리를 행사하며 진정한 전성기에 접어든다. 오세근이 있는 팀이라면 당장 우승 후보로 급부상한다. 과연, 오세근이 두 선배의 기록을 깰 수 있을까.

▶'양무록' 얕봤다가 큰 코 다치지

KGC 우승에 있어 공헌도가 가장 큰 선수를 고르라면 캡틴 양희종이다. 개성이 뚜렷하고, 농구도 잘하는 머리 큰(?) 후배들이 하나의 팀으로 뛸 수 있게 만든 건 양희종의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본인이 수비에서 한 발 더 뛰어 투지를 불태우게 했고, 이관희 충돌 사태로 힘들어하던 이정현을 진심으로 감쌌다.

그런 그가 우승을 확정지은 6차전 대형 사고를 쳤다. 3점슛 9개를 던져 무려 8개를 성공시킨 것. 사실상 양희종 때문에 이겼다고 해도 무방한 경기였다. 평소 공격보다는 수비력으로만 주목을 받아온 양희종. 공격 기록이 부족해 '양희종'과 '무기록'의 합성어인 '양무록'이라는 별명까지 얻어야 했다. 그러나 삼성은 이런 '양무록'에게 제대로 카운터 펀치를 맞았다. 양희종은 삼일상고 시절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폭격하는 슈퍼 에이스였고, 연세대 시절에도 뛰어난 공격력으로 주목을 받았었다. 다만, 프로에 와 슛이 약하다는 평가가 이어지며 자신감을 잃었던 것 뿐. 공격수로서의 본능은 저 깊숙히 잠재돼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경기에 그 본능이 대폭발했다.

▶이정현, 이래서 슈퍼스타감이다

이번 챔피언결정전 가장 뜨거웠던 인물은 이정현이다. 2차전 이관희와 충돌한 후 자신의 이름을 농구팬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더욱 널리(?) 알렸다. 2차전 이후 이정현과 이관희에게 쏟아진 상대팬들의 야유는 돌아보니 추억이고 재미였다.

물론, 이정현 본인은 매우 힘들어했다. 하지만 팬들도 관심이 있기에 야유도 하고 박수도 보내고 하는 것이다. 진정한 스타가 되려면 이정도 시련은 다 겪는다. 그러면서 더욱 단단해지고 강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정현의 스타 기질은 6차전 제대로 드러났다. 내내 부진하다 4쿼터 3점슛을 터뜨리며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마지막 결승골 장면, 작전타임에서 김 감독에게 "내가 1대1을 하겠다"고 자청했다. 괜히 나섰다가 공격 실패라도 했다면 공분을 살 수 있었지만, 리그 최고 클러치 슈터는 그 책임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상대 수비를 완벽하게 제치는 스텝, 드리블 돌파, 레이업슛으로 영웅이 됐다. 화제성도, 실력도 슈퍼스타가 될 만 하다.

▶사이먼-사익스 '사씨 형제' 내년에 또 봅시다

두 외국인 선수의 활약을 빼놓고 KGC 우승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데이비드 사이먼은 리카르도 라틀리프(삼성)와 함께 리그 최고 센터로 인정받으며 꾸준한 활약을 했다. 정규리그 도중 2번이나 짐을 쌀 뻔한 키퍼 사익스는 '미운 오리 새끼'에서 '황금 백조'로 환골탈태했다. 이제는 흥행과 성적 두 토끼를 한 꺼번에 잡는 선수로 거듭났다.

사이먼의 경우 올시즌 더욱 정확한 미들슛으로 발전했다는 평가. 사실 지난 몇년 간 소속팀들이 부진해 다른 외국인 선수들과 비교해 몸값이 많이 떨어져 자존심이 상했었다는 후문이다. 명예 회복을 위한 간절한 마음이 통했다. 사익스 역시 첫 프로 생활을 하게 된 한국에서 안정된 상태로 농구를 하지 못하는 것에 상처를 받았었다. 그걸 실력으로 이겨냈다.

두 사람은 사실상 차기 시즌 재계약을 확정지었다. 벌써 든든한 KGC다.

▶열정의 프런트, 테일러 복권 당첨

1차전 후 KGC 분위기는 심각했다. 이겼지만, 사익스가 발목을 다쳤다. 기싸움을 위해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지만, KGC 내부적으로는 남은 챔피언결정전 사익스가 뛰기 힘들 거라는 내부 진단을 내렸었다. 그래도 낙심하지 않고, 방법을 찾았다. 김성기 사무국장을 비롯한 프런트는 사익스를 대체할 수 있는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발 벗고 뛰었다. 챔피언결정전 진행하랴, 투입 가능한 선수 찾으랴 숨 쉴 시간조차도 없었다. 이 선수는 이래서 안되고, 저 선수는 저래서 안된다는 답변을 듣다 지쳐갈 때 즈음 마이클 테일러가 카타르리그 소속팀을 우승시켰다는 얘기를 들었다. 결국 6, 7차전 장기전으로 갈 것을 예상한 프런트는 1~2경기라도 선수단에 힘이 될 수 있게 테일러와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평소 인맥을 잘 다져놔 친분있는 에이전트가 수수료도 받지 않고 테일러를 보내줬다. 하루라도 빨리 선수 등록을 하기 위해 5차전 경기가 열리던 날, 비자를 받기 위해 일본을 왔다갔다 했다. 그리고 그렇게 합류한 테일러는 6차전 20분을 뛰며 16득점 5리바운드 2어시스트의 '대박'을 쳤다.

KGC 프런트는 2011~2012 시즌 첫 우승 후 보너스도 받지 못하고 열심히 일만 했다. 이들의 열정이 창단 첫 통합 우승의 밑거름이 됐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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