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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희생' 또는 '헌신'. 그의 모든 몸싸움에 담긴 의미다.
하지만 이들의 활약 뒤에는 토종 최장신 센터 하승진의 '자기희생'이 숨어있다. KCC 추승균 감독은 "궂은 일"이라고 표현한다. 이건 단순히 득점이나 리바운드 갯수에는 드러나지 않는다. 내가 아닌 동료들을 빛나게 하는 플레이, 바로 몸싸움이다. 이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하승진의 말에 담겨있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이 의미 없는 몸싸움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내 농구에서 의미 없는 몸싸움이라는 건 없다." 지난 16일 SK전 승리 후 한 말이다.
바꿔 말하면 하승진의 농구론에서 모든 몸싸움은 의미가 다 있다는 것이다. 음미해 볼 만한 대목이다. 보통 하승진과 같은 센터들의 몸싸움은 골밑에서 리바운드 싸움을 할 때나 슛을 위한 패스 위치를 만들려고 할 때 또는 스크린 상황에서 많이 생긴다. 이런 상황이 아닌 곳에서 벌어지거나 혹은 효율적이지 못한 움직임에 대해 '의미 없는 몸싸움'이라고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하승진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반칙이 아니라면 코트 안에서 최대한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해줘야 개인에게든, 팀에게든 도움이 된다는 것.
이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추 감독이 "궂은 일"이라고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일단 체력적인 부담이 크고, 또 부상 위험도 있다. 그러나 하승진은 이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어쩌면 부상 때문에 단 2경기 밖에 나오지 못한 지난 시즌에 대한 미안함 때문일 수도 있다. 또는 이제 프로 10년차가 된 하승진의 책임감이 한층 더 깊어진 것일 수도 있다. 이유야 어떻든 하승진의 몸싸움은 지금 KCC의 상승세를 떠받치는 힘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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