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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분석] 1차전 치열했던 지략대결, 생각지 못한 변수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8-04-08 16:22


사진제공=KBL

원주 DB 프로미가 71.4%의 확률을 잡았다.

DB는 8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 나이츠와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93대90으로 승리했다. 역대 챔피언결정전 1차전 승리팀이 우승한 건 총 21회 중 15회로 최종 우승 확률이 무려 71.4%나 된다. 중요한 경기를 잡은 DB다.

챔피언결정전은 감독들의 지략 대결로 관심을 모은다. 정규리그 동안 지겹게 맞대결을 펼쳤다. 어차피 패는 다 내놓고 벌이는 승부다. 단기전,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전술과 전술의 대결이다. 특히, 첫 경기 1차전은 머리 싸움이 가장 치열하다. DB 이상범 감독과 SK 문경은 감독의 승부, 매우 치열하고 흥미로웠다.

▶DB 도망가면 SK 따라가다

선제타를 날린 건 이 감독. 스타팅 라인업에 윤호영과 이지운을 넣었다. 윤호영의 빠른 출전은 어느정도 예상 가능했으나, 4강 플레이오프에서 거의 뛰지 않은 이지운 선택은 의외. 이 감독은 큰 경기 선수의 경험을 먼저 봤다. 이지운은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수비가 좋고, 외곽에서 3점포도 날려줄 수 있는 선수다. 시작하자마자 이지운이 공격 리바운드를 해줘, 김태홍의 첫 득점으로 연결됐다. 깜짝 3점도 넣어줬다. 경기 초반 DB가 리드를 가져갈 수 있었던 원동력.

하지만 이 감독은 SK의 빠른 속공을 경계했다.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5대5 농구만 하자"고 했다. 상대가 가장 잘하는 빠른 공격을 막아야 승산이 있다고 본 것. 그런데 SK가 점수차가 벌어지자 빠른 타이밍에 제임스 메이스 대신 테리코 화이트와 최준용을 투입했다. 이후 최준용을 중심으로 한 빠른 속공으로 점수차이를 좁혔다. 테리코 화이트와 최원혁의 3점까지 터졌다. 문 감독의 빠른 대처가 빛났다. 24-24 박빙의 승부.

2쿼터도 마찬가지였다. DB는 로드 벤슨과 디온테 버튼이 동시에 뛰자 골밑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문 감독이 가장 걱정한게 "상대 외곽을 막으러 수비수가 나가면, 그 때 골밑에 벤슨에게 리바운드를 빼았기고 쉬운 득점을 준다"고 했다. 이런 장면이 경기 내내 나왔다. 두경민의 3점도 터졌다. 달아났다.

하지만 외곽슛은 성공하지 못하면 상대에 추격 흐름을 내줄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김선형에게 3연속 속공을 내줬다. SK는 생각지도 못했던 최준용의 연속 3점포까지 터졌다. 전반 대접전의 마무리는 46-45 SK의 리드였다.


▶2-3 지역방어와 메이스 변수

SK의 전반 리드가 대단했던 건, 외국인 선수 메이스의 득점이 1점도 없었기 때문이다. 전주 KCC 이지스와의 4강 플레이오프 4경기 평균 23.75득점 10.0 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팀을 챔피언결정전에 올려놓은 메이스. 이런 메이스에 대해 이 감독은 "우리팀을 상대로는 쉽지 않을 것이다. KCC는 하승진이 있어 메이스가 내-외곽에서 혼자 할 수 있는 게 많았지만 우리는 벤슨이 있다. 벤슨이 애런 헤인즈보다 메이스가 훨씬 막기 쉽다고 하더라. 자신은 데이비드 사이먼(안양 KGC)을 가장 힘들어하는데, 그 사이먼도 4강에서 막았으니 메이스는 문제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고 했다.

메이스는 KCC전 외곽에서 활발한 공격을 한 것과 달리 시작부터 벤슨을 상대로 무리하게 골밑 공격을 시도했다. 9개의 야투가 모두 빗나갔다. 후반 9점을 넣었지만, 크게 임팩트는 없는 득점이었다. 차라리 초반부터 상대 골밑을 인정하고 메이스가 외곽에서 공격을 풀어가게끔 하는 게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 대목.

3쿼터 SK의 수비도 마찬가지. 문 감독은 이 경기 비장의 무기로 2-3 지역방어를 들고나왔다. SK는 원래 3-2 드롭존이 무기인 팀. 하지만 드롭존은 높이가 좋은 센터에 약점이 있는 수비다. 벤슨 대비책으로 2-3 지역방어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승부처인 3쿼터 이 수비가 독이 됐다. SK의 지역방어는 선수 사이사이 공간이 너무 넓었다. 선수들이 민첩하게 움직이지 못했다. 상대 버튼의 독무대를 만들어줬다. 돌파 후 공격이 뛰어난 버튼은 외곽 45도나 톱 지점에서 공을 잡아 손쉽게 앞선 수비를 제치고 떠올라 그대로 공을 림에 배달했다. 버튼은 3쿼터에만 혼자 20점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SK의 수비에는 대책이 없었다. 3쿼터 75-64로 DB가 앞서며 승기를 가져왔다.

▶DB의 아찔했던 김주성 카드

이 감독은 챔피언결정전 김주성의 출전시간을 20분 가까이 늘리겠다고 했다. 특히, 경기 막판 김주성을 중용하겠다고 했다. 윤호영도 마찬가지. 살떨리는 마지막 순간 이들의 경험을 믿었다.

두 사람은 좋은 분위기 속에 4쿼터 경기 마무리를 위해 코트에 섰다. 하지만 SK가 또다시 추격에 나섰다. 그리고 87-81 리드 상황에서 윤호영이 몸싸움을 벌이다 최부경에게 파울을 범했다. 팀파울 상황. 그런데 이 판정에 격분한 김주성이 심판진에 항의를 했다. 이미 테크니컬 파울 경고를 받았던 김주성은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자유투 3개에 공격권까지 SK에 헌납했다. 한순간에 경기가 초박빙 경기로 변했다.

그리고 결정적인 아픔이 있었다. 이 상황에 대한 항의를 위해 이 감독이 작전타임을 썼다. 경기 시간이 많이 남았었다. 결국 SK가 경기 막판 1점차까지 추격하는데 경기를 끊어줄 수 없었다. 경기 종료 직전 마지막 작전타임을 사용한 SK가 화이트의 마지막 공격 성공으로 역전시켰다면 DB에는 그 김주성의 테크니컬 파울이 치명타가 될 뻔 했다.


원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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