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꾸던 엔딩은 아니었다.
|
올 시즌 전, 전자랜드에는 불명예 수식어가 있었다. 전자랜드는 1997년 출범한 프로농구에서 지난 시즌까지 10개 팀 가운데 챔피언결정전에 한 번도 오르지 못한 팀이었다.
이를 악물었다. "이번 만큼은"이라는 마음이 모아졌다. 단단한 각오는 코트 위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베테랑' 박찬희가 가드진에서 중심을 잡았다. 한 단계 성장한 정효근과 강상재가 골밑에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 정규리그 홈 17연승은 덤이었다.
|
매서웠다. 전자랜드는 정규리그를 2위로 마감하며 일찌감치 봄 농구를 예약했다.
뜨겁게 불타 올랐다. 전자랜드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창원 LG를 상대로 3연승을 달리며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진출의 숙원을 이뤘다.
파이널 무대의 상대는 '연륜미 넘치는' 현대모비스였다. 하지만 전자랜드는 패기를 앞세워 전투적으로 나섰다. '원정팀의 무덤'으로 불리는 울산에서 1승1패를 기록한 전자랜드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특히 '히트상품' 이대헌의 활약이 뜨거웠다. 이대헌은 군에서 제대한 뒤 한 층 물오른 실력으로 코트를 누볐다.
팬들의 간절한 마음도 모아졌다. 홈에서 처음 열린 3차전에는 8534명, 4차전에는 8765명이 모여 오렌지 물결을 이뤘다. 4차전 관중수는 올 시즌 KBL 최다 관중으로 기록됐다.
|
해피엔딩까지 딱 세 걸음 나아가면 됐다. 하지만 그 세 걸음이 결코 쉽지 않았다. 홈에서 열린 3, 4차전은 물론이고 울산에서 펼쳐진 5차전에서 고개를 숙이며 첫 번째 도전도 막을 내렸다. 외국인 선수 기디 팟츠의 부상 변수로 투 할로웨이를 영입했지만, 호흡을 맞추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은 경험의 차이였다. 전자랜드는 1차전 막판 95-95 동점에서 상대에 위닝샷을 내줬다. 4차전은 91-89로 앞선 상황에서 득점 인정 반칙을 허용하며 91대92로 석패했다. 2% 부족했던 경험의 탓이다. 게다가 유 감독과 김태진 코치는 4차전 막판 코트 침범으로 KBL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 분위기 싸움에서 완전히 밀린 셈이다.
뜨거운 열정과 패기 속에서 시작했던 위대한 도전. 물론 첫 번째 엔딩은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도훈과 아이들'은 이번 도전을 통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성장을 일궜다. 유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우리도 진정한 강팀으로 가는 과정"이라며 "성공의 반대말은 실수가 아니다. 포기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강팀을 향해가는 전자랜드. 이들에게 정상을 향한 첫 번째 도전은 그 힘을 얻은 과정이었다.
울산=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사주로 알아보는 내 운명의 상대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