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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BL은 고심 끝에 FA 제도를 변화시켰다.
일단 변화된 FA 제도를 살펴보자. 핵심은 2020년부터 보상 FA규정에서 '보상 FA의 권익 보호와 구단의 균형 발전을 위해 2차 보상 FA 자격 취득 대상자부터 원소속 구단과의 우선 협상을 폐지하고 6개 구단과 동시 다발적 협상이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명시된 것처럼 FA의 권익 보호, 구단의 균형 발전이라는 2가지 강력한 논거가 있다.
절대적이지 않은 제도들이 있다. FA 제도가 그렇고, 외국인 선수 제도가 그렇다.
정답이 없다. 한마디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리그가 처한 현실에 따라서 세밀하게 조정해야 할 부분이다.
2차 보상 FA 자격를 취득한 선수는 자유롭게 팀을 선택할 수 있다. 그동안 여자프로농구는 최고 연봉 상한선(3억원)이 주어졌다.(물론 인센티브 2억8000만원을 가미해 최대 5억8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우선 협상기간이 원 소속 구단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여자농구가 처한 현실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기량을 가진 선수가 부족하다. 때문에 원소속 구단 협상을 폐지하면, 당연히 몸값은 폭등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경쟁이 과열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아야 하고, 결국 수준급 선수 몸값이 폭등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때문에 WKBL 입장에서 2차 보상 FA 원소속 구단 협상을 폐지하면, 이 부분을 무조건 고려,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보완책은 부족했다.
이 제도가 발동되자, 박혜진은 너무나 '핫'했다. 결국 우리은행에 남았다. WKBL의 의도대로 전력 평준화를 위해서 박혜진은 BNK나 하나은행, 신한은행으로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끝까지 박혜진 영입을 추진했던 강력한 팀은 KB였다. 최대한의 조건을 걸어서 박혜진의 마음을 흔들었다. 만약, 박혜진이 KB를 선택했다면, WKBL의 의도와 다르게 전력 평준화는 커녕, 전력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BNK는 안혜지와 3억원에 계약했다. 떠오르는 포인트가드, 매우 좋은 선수지만 안혜지가 3억원의 금액을 받을 기량을 갖췄냐는 점은 의문이다. 하지만 BNK는 안혜지를 3억원에 잡을 수 밖에 없었다.
즉, 현실에서는 WKBL이 의도한 '각팀 전력 평준화' 방침과는 맞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게다가 전체적으로 기량과는 수준 차이가 있는 고액의 연봉을 받는 구조로 흘러가고 있다.
또 WKBL이 강조한 2차 FA의 경우, 팀간 이동의 자유도가 엄청난 제약을 받고 있느냐도 의문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자프로농구의 문제점은 절대적 기량을 가진 수준급 선수가 많이 부족하다는데 있다.
즉, 그동안 FA로 풀린 선수들의 팀간 이동은 그렇게 큰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6개 구단이 전력보강을 위한 FA를 잡기 위해 혈안이 돼 있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여자프로농구 선수들의 기량 발전에 마이너스 요소가 될 여지가 많다는 점이다.
여자프로농구의 문제점 중 하나는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는 데 있다. 경쟁을 펼칠 선수가 많지 않다. 수준급 기량을 갖춘 선수들은 자신의 절대적 기량을 발전시키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물론 예외적으로 농구에 집중하는 선수들은 분명 있다. 하지만 타 리그에 비해 그 비율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각 구단들이 선수들을 어르고 달래면서 기량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적극적 지원을 한다.(여자프로농구의 장점 중 하나는 은행권이 대부분인 모기업의 자금이 매우 탄탄하다는데 있다. 때문에 그 팀은 해체할 걱정이 없고, 선수들의 기량 발전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즉, 선수들의 기량이 하향 평준화될 가능성이 높은 현 시점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런 선수들이 지금 시점에서는 '우위'를 점하고 있다. 감독과의 '소통'을 얘기하지만, 현실에서는 감독이 선수들의 입맛에 맞춰야 하는 부작용도 생긴다.(이런 현실적 부작용은 단순한 형태로 나온다. 프로선수라면 연습을 해야 하고, 거기에 걸맞은 기량을 갖춰야 한다.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현역 선수들의 요구는 감독들에게 '훈련 시간을 줄여달라', '좀 더 편한 환경에서 훈련을 하게 해 달라'는 1차원적 요구다. 선수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상황에서 '절대적 훈련량까지 배려해 달라'는 프로답지 않은 요구까지 감독들이 맞춰준다면, 결국 리그 경쟁력은 하향 평준화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구조 때문에 농구 유망주들은 농구판을 떠났다가 사회의 쓴 맛을 보고 다시 코트에 돌아오는 매우 좋지 않은 선례들이 줄줄이 나온다)
이런 상태에서 더욱 많은 'FA 자유도'를 주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 백번 양보해서 'FA의 팀간 이동을 자유롭게 하는 것은 찬성'할 수도 있다. 그만큼 리그의 흥미도를 높혀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단, 보완책은 마련해야 한다.
WKBL 내부에서는 '외국인 선수에게 쓸 돈을 유망주에게 투자하자'고 한다. 물론, 원칙적으로 맞는 말일 수도 있다. 초, 중, 고교 여자프로농구의 선수 폭을 넓히고, 농구 유망주를 적극 발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현 시점에서 코트에 뛸 수 있는 기량을 가진 선수들의 폭이 매우 좁은 상황이다. 리그의 경쟁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단기적, 한시적으로 '외국인 선수 쿼터 확대(기본적으로 6쿼터 혹은 2명의 선수를 뛰게 하는 것)'를 보완책으로 고려할 수 있다.
이런 보완책이 없다는 것은 너무나 아쉬운 부분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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