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프로농구 용병 자가격리 살펴봤더니…기발한 '줌 관리법'

기사입력 2020-08-20 06:13


KCC의 새 외국인선수 타일러 데이비스가 자가격리 중인 아파트에서 버논 코치의 원격 지도에 따라 체력단련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전주 KCC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자∼, (TV)화면 주목! 따라해봐."

경기도 용인시의 프로농구 전주 KCC 클럽하우스 트레이닝장. 버논 해밀턴 코치가 노트북 화면을 응시하며 체력 강화 트레이닝 시범과 함께 누군가에게 '인강(인터넷 강의)'을 하고 있다.

다른 트레이너들은 스마트폰으로 버논 코치의 동작을 촬영하고 '수강생'의 수업 태도를 살피는 등 원격수업 보조강사 역할을 수행한다.

같은 시간, 차량 주행거리로 6km 가량 떨어진 분당의 한 아파트 거실. KCC 외국인 선수 타일러 데이비스가 스마트폰에 연결된 TV 화면을 보며 버논 코치의 지시에 따라 땀을 뻘뻘 흘린다. 비대면 '인강'의 '수강생'인 데이비스는 'PIP(Picture In Picture)' 기능을 활용해 버논 코치의 시범 영상을 메인 화면으로, 자신의 동작을 작은 화면으로 띄워놓고 비교 점검도 했다. 이처럼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장면은 매일 오전-오후 주기적으로 연출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슬기로운 자가격리 생활'의 신풍속도가 등장하고 있다. KCC 구단은 '줌(Zoom) 관리법'이라고 불렀다. 지난 13일 입국한 데이비스는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2주간 자가격리 중이다. 자가격리 기간에는 외출은 물론 외부와의 접촉도 전면 금지된다. 나홀로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야 '양지'로 나올 수 있다.


KCC의 버논 해밀턴 코치가 줌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한 스마트폰을 통해 체력 트레이닝 지도를 하고 있다. 노트북(왼쪽 빨간색 받침대 위) 화면을 통해서는 데이비스의 동작을 관찰할 수 있다. 사진제공=전주 KCC


일반인과 달리 운동선수는, 그것도 시즌 개막을 1개월여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면 마냥 먹고, 쉴 수 없다. 실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구 등을 이용해 꾸준히 체력관리라도 해야 했다.

KCC 구단은 데이비스의 입국을 앞두고 자가격리 관리 대책을 고민하던 중 '제법'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줌' 어플리케이션이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기업체 재택근무시 화상회의용으로 인기가 높아진 앱이다. 스마트폰에서 해당 앱을 실행하고 스마트 기능 TV에 연결하면 버논 코치와 선수뿐 아니라 통역, 보조 트레이너 등 다자간 화상 소통이 가능하다. 따로 비용 부담도 없다.


KCC는 분당의 한 아파트에 데이비스가 묵을 숙소를 마련하고 실내용 바이크, 짐볼, 덤벨 등 기본 체력단련 기구와 '줌' 트레이닝 시스템을 구축했다.

입국 후 사흘간의 휴식기를 보낸 데이비스는 지난 17일부터 본격적인 '줌' 수업에 들어갔다. 오전-오후 1∼2시간씩 버논 코치와 실제 트레이닝장에서 만나 지도를 받는 것처럼 체력단련을 하고 있다.




혼자 알아서 체력관리를 하라고 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느슨해질 우려가 크고, 전문가의 지도에 따라 체계적으로 몸을 끌어올리는 것에 비해 효율성도 떨어진다. 무엇보다 데이비스 입장에서는 비대면 수업을 통해 코칭스태프를 만나는 게 외부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창구이자, 낯선 타국에서 자가격리의 지루함을 덜 수 있는 유일한 '낙'이다.

원격수업뿐 아니라 일상생활도 자가격리 지침을 엄격히 따라야 하기에 먹거리 공급 작전도 벌어진다. 데이비스가 전화 통화로 필요한 식재료 등을 요청하면 구단 스태프가 대신 장을 봐서 아파트 현관문 앞에 갖다 두고 간다. 다행히 데이비스는 요리를 즐기는 편이라서 혼자서도 잘 챙겨먹는다고 한다.

KCC 관계자는 "처음으로 한국에 온 데이비스가 '줌' 관리법 덕분인지 우려와 달리 자가격리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다른 팀 외국인 선수들도 입국한다는데 최신기술을 활용한 자가격리 선수 관리법은 코로나 시대 신풍속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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