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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김)단비, 네 표정 보면 '딱' 알겠다."
우여곡절이 있었다. 김정은은 우승과 거리가 멀었다. 그의 이름 앞에는 '소녀가장'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과거 팀이 해체되고, 새 간판을 다는 과정을 아픔까지 경험했다. 김단비는 한때 '레알신한'의 막내 에이스로 활약했다. 하지만 신한은행 '영광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김단비는 2011~2012시즌 이후 10년 넘게 우승컵을 들지 못했다.
우승이 간절했던 김정은과 김단비는 중대 결정을 내렸다. 자유계약(FA) 선수로 이적을 택했다. 김정은은 2017~2018시즌, 김단비는 2022~2023시즌을 앞두고 우리은행의 유니폼을 입었다. 한때 각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에이스, 대한민국 여자농구 대표팀의 핵심이 우리은행에서 뭉친 것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김정은은 든든한 지원군과 손을 잡았다. 김단비였다. 김정은은 "처음에 단비가 이적해왔을 때 '대표팀인가' 싶었다. 둘이 같은 팀에서 뛰는 게 신기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사실 나와 단비는 이적 상황이 다르기는 했다. 단비는 선수로서 가치가 높은 때 팀을 옮겼다. 나는 내리막이었다. 하지만 나도 단비도 오래 뛴 팀을 떠난 상황이었다. 단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경험한 얘기를 해줬다. 단비가 티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힘든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옆에서 얘기 들어주고, 내가 경험한 얘기도 해줬다. 단비에게 '너 표정 보면 알겠다'고 했다"며 웃었다.
김단비 역시 김정은의 마음 씀씀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정은 언니가 가장 걱정해줬다. FA로 팀을 옮겼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에서 옮겼기에 똑같은 상황이라 가장 많이 챙겨줬다. 멘털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됐다. 정은 언니가 있었기에 녹아들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두 사람은 우리은행에서 우승을 합작했다. 우리은행은 13일 부산 BNK를 꺾고 '신한은행 SOL 2022~2023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1998년 WKBL 창설 뒤 통산 14번째 우승이다. WKBL 최다 우승 팀이다.
김정은은 "단비가 와서 윈-윈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단비를 받쳐줄 수 있는 선수가 많다. 단비에게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또한, 단비가 수비는 물론이고 다재다능하다. 팀에 도움이 많이 됐다. 개인적으로는 단비 덕에 수비 부담이 덜었다. 고맙다. 개인적으로 올 시즌 MVP는 단비다(웃음). 단비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아프지 말라고 한다. 단비에게 챔피언결정전에서 꼭 우승하자고 했다. 기회는 늘 찾아오는 게 아니다. 쉽지 않겠지만 꼭 우승하자고 했다. 다른 선수들과도 우승만 보고 가자고 했다"고 말했다. 김단비 역시 "마지막에 웃는 팀이 되고 싶다. 오직 그것만 생각하고 달려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