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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이현중(24)의 인터뷰에서는 버릴 말이 한 마디도 없었다.
2m1의 좋은 신체조건에 2m8의 윙스팬을 지니고 있는 그는 스몰포워드다. 큰 키와 좋은 스피드를 지나고 있는 한국농구의 에이스다.
슈팅 능력은 리그 최고 수준이고, 오프 더 볼 움직임도 강력하다. 프레임이 얇고, 파워가 부족하고, 유연성이 떨어지지만 신체적 약점을 강력한 노력으로 메워가고 있다. 내외곽 수비는 견고해지고 있고, 활동력도 강력하다.
삼일상고 시절, 그는 NBA가 주관하는 아시아 퍼시픽팀 캠프에 초청됐고, 호주의 NBA 글로벌 아카데미로 떠났다. 결국 미국 데이비슨 칼리지에 입학, 1학년 때 평균 20.9분을 출전하면서 팀내 입지를 다졌다.
2학년인 2020~2021시즌 팀의 에이스로 입지를 넓혔다. 야투율 50.3%, 3점슛 성공률 43.6%, 자유투 성공률 90.5%로 데이비슨 칼리지 최초 180클럽에 가입했다.
3학년을 마친 뒤 NBA 도전을 지금까지 계속 이어오고 있다. NBA G 리그 캠프에 참가했고, 콜업 기회를 받았지만, 연습 경기 도중 발등 인대를 다치며서 장기 부상을 입었다. 결국 NBA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한 그는 절치부심, 호주 일라와라 호크스에서 뛰었다. 올 시즌 핵심 식스맨으로 팀의 우승에 기여했다. 지난 시즌 일본 B리그 오사카와 단기계약을 맺고, 메인 볼 핸들러로 단숨에 팀 에이스 역할을 수행했다.
시즌이 끝난 그는 귀국한 상태다. 올 여름 또 다시 NBA에 도전한다. NBA 서머리그 출전, NBA 팀 캠프 초청을 받는 게 목표다. 이현중 에이전트 측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현중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NBA 1~2개 팀이 있다. 계속 도전하고, 만약 좌절될 경우에도 G리그, 유럽리그 등 수많은 옵션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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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와서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시즌 끝난 뒤 3일 만에 훈련을 시작했어요. 맨날 훈련만 해요. 나머지는 친구,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돌이켜보면 발전한 부분, 그리고 아쉬운 부분이 뭔가요.
─우승한 것은 좋은 일입니다. 개인적 목표는 이루지 못한 것 같아요. 조금 아쉽습니다. 멘탈적으로 성숙해진 것, 프로페셔널리즘의 발전은 있었던 것 같아요.
▶프로페셔널리즘의 성숙은 어떤 의미입니까.
─(이현중은 핵심 식스맨으로 뛰었다) 경기에 들어갔을 때 어떻게 바로바로 준비할 수 있는 지에 대한 부분입니다. (출전시간에 대해) 선수들이 불만을 품을 수 있는데, 선수들이 마음이 떠나면 팀이 무너집니다. 개인적으로 잘 정리한 것 같고, 그래서 우승에 기여한 것 같습니다.
▶출전시간에 대한 문제는 해외진출을 시도하는 선수들의 큰 딜레마와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 계속해서 준비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경기에 들어갔을 때 100%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출전시간에 대해) 불평불만할 자격은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독기도 품게 된 것 같습니다. 농구 공부도 많이 할 필요가 있어요. 그 팀에 맞춰 롤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 팀에 맞춰서 공부를 하면 더욱 팀에 녹아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코트에 들어가서도 자신의 경기력을 펼치는데 도움이 됩니다.
▶호주에서는 역할이 명확했고, 일본 B리그에서는 에이스 역할을 했는데요. 헷갈리진 않습니까
─ 당연히 헷갈립니다. 큰 무대를 도전했을 때는 세계적으로 워낙 뛰어난 선수들이 많습니다. 일본 리그에서 메인 볼 핸들러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 같아서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훈련할 때도 익숙하지 않습니다. 큰 꿈에 있어서는 롤을 명확하게 하고 가는 게 맞는 길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3&D 역할 수행, 메인 볼 핸들러 다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내농구 선수들도 팀의 롤에 따라 기복이 심한 부분이 있습니다.
─ 농구도 공부를 해야 하는 스포츠입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한국농구의 아쉬움은 공부를 많이 하진 않는 것 같습니다. 구체적 필름을 많이 사용하지 않습니다. 호주에서는 스카우팅 페이퍼와 거기에 따른 구체적 디테일 전술이 필수입니다. 스카우팅 차이로 경기를 이길 수 있습니다. (한국농구는) 단합력은 좋지만, 기술력과 정교한 전술에 신경을 좀 더 쓰는 게 필요합니다. 또 하나는 소통이 정말 중요합니다. 운동선수라고 네네 알겠습니다가 아니라, 결국은 5명의 소통이 잘 되어야 합니다. 후배들은 아무래도 목소리를 낮추고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선수들 간의 소통도 그렇고, 좀 더 활발하게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자기 생각이 있으면 소통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하고 의견 수용을 하는 분위기가 필요합니다. 그렇게 되면 한국농구가 좀 더 잘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표팀에서 그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 제 생각이 정답은 아닙니다. 하지만, 해외 생활에서 배움이나 경험을 좋은 에너지로 전파하고 싶습니다. 코트에서 보컬 리더도 자신있습니다. 현 대표팀의 평균 연령이 어려지긴 했지만, 아직도 나이의 편차는 있습니다. 링커 역할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내농구에서는 롤 분배로 인한 '언해피' 현상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따지면 저도 호주리그에서 언해피를 띄울 수 있습니다. 팀원이랑 우승하는 게 중요하고 상황에 불만이 있다고 해도 극복해야 합니다. 선수 본인도 팀적으로 모두 좋지 않습니다.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합니다.
▶KBL 챔프전에서 하드콜 논란이 있었습니다. 명승부였다는 의견과 저득점보다는 콜을 좀 더 소프트하게 해서 득점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는데요.
─ 심판적인 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 중립적으로 봤을 때 아무래도 플라핑을 하다 보면 선수와 팬 모두 보기에 좋지 않습니다. NBA에서 길저스 알렉산더도 일부에서 욕을 먹고 있습니다. (지금 KBL의) 하드콜은 호주에서는 일상콜입니다. 피지컬한 것 같지 않습니다. 파이널은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봤습니다.
▶이현중 선수는 공수 겸장인데. 국내농구의 문제점 중 하나가 공격에 치중하는 선수, 수비에 치중하는 선수가 갈려 있다는 점인데요.
─ 아무래도 공격에서 에너지를 많이 쓰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수비에서 에너지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한국에서 저도 그렇게 했습니다. 해외리그에서 3&D 역할을 맡으면서 수비의 발전을 이뤘습니다. 둘 모두 잘해야 합니다. (대표팀에서 문제점은) 호주의 경우 상대 전력과 선수들의 경기력에 대해 코치들이 다 편집하고, 꿰뚫고 있습니다. 피지컬도 좋고 실력도 좋은 선수들이 그런 식으로 다가오는데 우리는 너무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스카우팅에 대한 인식이 너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과거 대표팀 경기를 펼칠 때) 필름이 없었습니다.
▶와타나베 유타의 경우, NBA 도전 이후 30세에 치바로 돌아왔습니다. 이현중 선수는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 도전은 계속 할 것 같습니다. 냉철하게 제 기량을 판단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될 때까지 계속 할 것입니다. 한다고 해서 손해가 전혀 없고, 현재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운동 선수의 수명도 짧고, 경제적으로도 생각을 해야 하기 때문에 G리그 선수들이 오래 못 있습니다. 나중에는 당연히 고려해야 합니다. 지금도 일본에서 많은 오퍼가 오고 있지만, 꿈을 포기하고 경제적으로 지금 쫓는다면 후회를 많이 할 것 같습니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나중에 (복귀해도) 경제적으로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돈 주고도 사지 못할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