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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한국 남자농구가 아시아컵에서 '기적'에 도전했지만 당면 과제만 확인한 채 돌아왔다. 안준호 감독이 이끈 남자농구대표팀은 지난 14일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8강전서 중국에 71대79로 패했다. 아시아 최강 중국을 상대로 8점 차 패배는 아쉬운 결과지만 냉정하게 현실을 놓고 보면, 사실상 예견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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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호 감독이 아시아컵을 결산하면서 "귀화선수가 있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미래를 위해 KBL과 농구협회의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조언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농구뿐 아니라 축구, 배구 등에서도 귀화·다문화 가정 출신이 국제적 트렌드로 정착되는 마당에 '신토불이'만 고수할 수 없다는 게 농구계 중론이다. 국내 여건상 국제 경쟁력을 지닌 토종 센터 자원이 부족한 농구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 특별 귀화선수 라건아(36·한국가스공사)가 1년 전 대표팀에서 은퇴한 이후 후임 귀화선수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현재 서울 삼성 외국인선수 코피 코번과 문태종의 아들 재린 스티븐슨이 검토 대상이지만 진척은 더디기만 하다. 제도적으로 걸림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법무부 국적심의위원회의 '스포츠 분야의 우수능력자'의 특별귀화는 6개 조건 중 최소 2개를 충족해야 한다. 6개 조건은 공신력 있는 단체의 수상 경력 저명인사의 심사를 통과해 가입하는 협회의 회원 우수한 재능·스포츠 경력이 기사화된 경우 국제 심판·심사위원 경력 주요 국제대회(올림픽·월드컵·세계선수권대회 등) 출전 경력 위 대회 개인전 3위·단체전 8강 이내 입상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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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라건아 사례로 드러난 귀화선수의 모순도 걸림돌이다. 라건아는 특별귀화 후 6년간 한국 국가대표로 헌신한 뒤 대표팀 은퇴했지만 KBL 리그에서 국내선수로 인정받지 못했다. 제도적 문제라기보다 KBL 구단들의 이해관계가 달랐다. 30대 중반을 넘겼지만 여전히 용병급 기량이 출중하기 때문에 국내선수로 풀어 줄 경우 특정팀은 외국 선수 3명을 보유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라건아에게 적용했던 '이중잣대'가 특별귀화를 고민하는 선수에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른 관계자는 "프로 리그에서 귀화선수로 인한 전력 불균형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라건아 사례에서 나타난 부작용을 가능한 최소화하려는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