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취재진 앞에 선 이민정은 이병헌을 무심코 "남편"이라 불렀다. 예상치 못했던 듯 깜짝 놀란 이병헌은 수줍은 웃음을 지으며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남편입니다." 능청스러운 신랑의 모습에 기자회견장엔 웃음꽃이 피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부부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인생의 첫 발을 내디뎠다.
'세기의 커플' 이병헌(43)과 이민정(31)이 10일 오후 6시 서울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웨딩마치를 울렸다. 비공개 예식에 앞서 기자회견을 가진 두 사람은 결혼 소감과 이후의 활동 계획에 대해 밝혔다. 이병헌은 "결혼을 준비하면서도 실감이 안 났고 아직까지도 믿기지 않는다"면서 자신이 출연한 광고 문구인 '단언컨대'를 인용해 "단언컨대 배우로서 지금껏 열심히 살아온 것처럼 앞으로도 치열하게 꿈틀거리며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민정은 "취재진 앞에 서니 꼭 제작발표회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라며 "신혼여행 다녀오고 같이 살게 되면 비로소 실감이 나지 않을까 싶다"고 설렘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말끔한 턱시도를 입은 이병헌과 우아한 드레스로 미모를 빛낸 이민정은 내내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있었다. 얼굴에선 행복한 웃음이 끊이질 않았고, 취재진의 질문에 친절히 답하는 틈틈이 서로의 눈을 맞췄다. 사진 촬영을 위해 손으로 하트를 그려달라는 요청에 이병헌은 "하트는 제 마음 속에 있다"는 유쾌한 농담으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었다.
이병헌은 신부에 대한 애정을 표하는 데도 주저함이 없었다. 영화 '레드 : 더 레전드' 홍보차 출연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민정이 캐서린 제타존스보다 예쁘다"고 했던 발언을 취재진이 상기시키자 "주관적인 기준으로 내 눈엔 그렇게 보인다"면서 신부를 바라봤다. 이에 이민정이 이병헌에게 살며시 귓속말을 했고, 이병헌은 "지금 신부가 '객관적으로' 예쁜 거라고 말했다"고 폭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신부의 웨딩드레스에 대해 "원래 웨딩드레스는 신랑에게 보여주지 않고 있다가 결혼식 날 '짠' 하고 보여주면 신랑의 눈이 '하트'가 되는 게 정석이라고 하더니 웨딩드레스 고르러 가는 날마다 셀카 사진을 보내줘서 이미 다 봤다"면서 "별다른 얘기 없이 예쁘다고 말해줬다"고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모습이 '부창부수'가 따로 없었다.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두 사람은 아직 2세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고 했다. 이병헌은 "하나건 둘이건 셋이건 너무 감사한 마음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부부의 수입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아직은 상의하지 못했다는 설명. 그는 "아마도 각자 관리하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내가 그런 부분을 잘 몰라서 이민정에게 조언을 구하고 의지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이병헌은 선뜻 시모를 모시고 살겠다고 나선 이민정에게 고마워했다. 그는 "집이 서울 시내에서 40~50분 거리에 있다. 어머니가 혼자 살고 계시는데 고맙게도 이민정이 그 집에서 함께 살기로 했다. 처가는 시내에 있는 만큼 촬영 틈틈이 들르겠다"고 덧붙였다.
기사로 보도돼 화제가 된 프러포즈 뒷이야기도 이날 기자회견의 관심사였다. 이민정은 "이병헌 씨가 영화관에서 영상을 통해 프러포즈를 했다"며 "사실은 영화를 보다가 끝날 즈음에 갑자기 화장실 간다고 했을 때 눈치를 좀 챘다. 그래도 무척 감동적이어서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다"고 감격스러워했다.
결혼 이후의 작품 활동 계획에 대해 이병헌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날이지만 배우로서 살아온 그동안의 삶과는 조금도 다를 것이 없을 거라 생각한다"며 "결혼 이후에 바로 작품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고 앞으로도 배우로서 많은 고뇌를 하면 살아갈 것 같다. 아마 이민정 씨도 마찬가지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부부가 같은 작품에 출연 제안을 받는다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는 "상상이 안 된다"며 웃음 지었다. 이어서 마이크를 쥔 이민정은 "그동안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 가족, 친구들, 소속사와 얘기를 많이 했다면, 앞으로는 우선 순위로 남편과 상의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남편'이라는 호칭에 현장 분위기가 순간적으로 들떴고, 짐짓 놀란 이병헌은 "남편입니다"라며 부끄럽게 화답했다.
두 사람은 "모범이 되는 부부로 살아가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병헌은 "둘 다 알려진 사람이다 보니 팬들의 관심에 감사하기도 하지만 생활하는 데 힘든 부분도 있다"며 "그동안 큰 것에 익숙해지고 소소한 것에 무뎌지는 삶을 살아왔다면 이젠 작은 것에 잔잔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민정도 "결혼식 날에 비가 오면 잘 산다고 하는데 천둥 번개까지 쳤으니까 더 잘 살겠다. 오늘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더 중요하다. 앞으로 모범이 되는 연기자이자 아내로 살아가겠다"고 전했다.
이날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식장 주변엔 이른 시간부터 국내외에서 온 수백명의 팬들이 몰려들어 '세기의 커플'을 축하했다. 팬들은 결혼 축하 메시지를 담은 손팻말까지 만들어 왔고, 이병헌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직접 식장 밖으로 나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예정에 없던 이병헌의 등장에 팬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이병헌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했다.
두 사람을 축하하기 위해 스타들도 총출동했다. 정우성, 소지섭, 한효주, 송승헌, 김태희, 전도연, 최지우, 김범, 김승우, 김수로, 진구, 배수빈, 김해숙, 김영철 등이 식장 안으로 속속 걸음을 옮겼고, 장동건-고소영, 권상우-손태영, 연정훈-한가인, 유지태-김효진, 이천희-전혜진 등 스타부부들도 눈에 띄었다.
결혼식의 주례는 원로배우 신영균이, 사회는 이범수와 신동엽이 맡았다. 축가는 박정현, 김범수-박선주, 다이나믹듀오가 불렀다. 두 사람은 12일 인도양의 휴양지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10일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세기의 커플' 이병헌-이민정의 결혼식을 열렸다. 이병헌-이민정 커플은 지난해 8월 19일 연인 사이임을 인정한 뒤 1년 만에 결혼에 골인하게 됐다. 이날 주례는 영화계의 거장 신영균이 맡고 사회는 연기자 이범수와 방송인 신동엽이 맡는다. 결혼식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병헌과 이민정이 밝은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남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