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혁의 엔터비즈]40대 여배우들의 경제학, 생존의 3대 키워드는?

기사입력 2014-04-28 05:49


결혼, 출산, 이혼이 여배우에게 무덤을 의미했던 시절이 한때 있었다. 그러나 이 장벽이 허물어진 지 이미 오래고, 엔터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파워맨들 중 40대 여배우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과거 '풋풋한' 20대 여배우들에게 밀려 변방으로 물러나던 그녀들이 무섭게 뛰고 있다. 사실 연예계만큼 세월의 흐름이 무서운 데가 없다. 항상 새로움을 원하는 소비자 앞에서 익숙한 이미지는 독약이다. 그러나 각기 다른 노하우로 이 시간과의 전쟁을 치러낸 40대 여배우들은 여전히 핫하고 여전히 파워풀하다.

하루 24시간 치열한 생존경쟁이 펼쳐진다는 연예계에서 살아남은 40대 여배우들의 경제학, 스타일만큼이나 180도 다른 그들의 이미지 관리와 소비법을 살펴보자.


배우 김희애. 스포츠조선DB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역시 '밀당'의 귀재

'꽃보다 누나'에 김희애가 나온다고 했을 때 업계 반응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우아한 이미지의 대명사인 그녀가 예능 프로그램에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시선이 우려의 한 축을 이뤘다. 그러나 이런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고, 김희애는 '배려의 아이콘'에서 '먹방 여신' 등 여러 화제를 만들어내면서 일약 핫클릭 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게 전부였다면, 천하의 김희애 답지 않은 일! 후속작으로 그녀는 완전히 다른 카드를 꺼냈다. '꽃보다 누나'를 통해 만들어낸 엉뚱 매력을 써먹으면서 한 두 작품은 쉽게 갈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JTBC 월화드라마 '밀회'에서 김희애는 자신의 지성미를 극한으로 펼쳐보인 가운데, 상류사회의 위선과 비도덕성에 대한 통렬한 비판까지 덧칠했다. 쉽게 허물어지지 않을 다층적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배우로서 수명을 연장하는데 또 성공한 것. 그리고 그 사이 영화 '우아한 거짓말'로 스크린까지 넘본 김희애는 '밀회' 이후엔 영화 '쎄시봉'으로 중년 남성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한편 고현정도 같은 맥락에서 팬들을 밀고 당기는, 이미지 구축의 귀재로 평가된다. 럭셔리한 이미지로 한 시절을 풍미했던 그녀의 선택은 상당히 과감하다. 연예계 컴백작인 드라마 '봄날'마저도 평범한 멜로는 아니었고, 후속작은 '히트' '선덕여왕'. 최근작 '여왕의 교실'의 마여진 선생까지 상당히 강한 캐릭터로 자신을 변주해왔다.

극중 비중에 연연해하지도 않고, '실장님 사장님 사랑 한 몸에 받는 식상한 캐릭터'엔 별로 끌리지 않는 듯하다. 소위 흥행이 보장된 작품보다는 모험을 즐겨 선택하는 것이 바로 그녀의 생존법이다. 토크쇼 '고쇼'의 마이크를 잡았던 것도 동일선에서 풀이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김희애나 고현정은 팬들에게 끊임없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다음 작품은 무엇을 선택할까,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궁금증을 자극하면서 자신의 주가를 유지하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우 이영애. 스포츠조선DB
브랜드 고급화 전략, "나는 특별해!"

세계적인 명품 구찌에 젊은 감각을 불어넣은 톰 포드는 "이 구두만 신으면 왠지 인생이 달라질 것 같은 느낌"이라는 표현을 썼다. 소위 명품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은 이같은 특별함, 탁월함, 희소성 등이다.

김혜수 전도연 이영애 등은 이러한 고급화 전략으로 20년 정상의 위치를 지켜온 40대 여배우들이다.

이들은 일단 호흡이 길다. 쉽게 몸을 움직이지 않는다. 조급함을 달래고 타이밍을 기다리는 지혜를 갖췄다. 그만큼 그녀들이 골라든 카드에 대중들은 일단 특별한 관심을 보이게 된다. 그리고 특별한 공간, 파트너, 방식 등을 통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더해간다.

올해 초 개봉한 '집으로 가는길'은 전도연에게 2년만의 외출. 스크린에서만 활동하던 선후배들의 TV 외출이 잦아진 요즘에도 안방극장 나들이를 좀처럼 하지 않았던 것. 이영애 또한 '대장금' 이후 수많은 작품 제안을 다 거절했다.

이 가운데 이들은 특별하면서도 럭셔리한 이미지로 팬들에게 어필하고 있는데, 럭셔리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자기 자리를 공고히해온 것.

전도연은 휴식기간 동안 2년 연속 버버리 패션쇼에 참석했다. 이영애는 이보다 더 노골적인데, 루이뷔통과의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잦은 송사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는 브랜드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이들에 비해선 다작(?)에 속하지만 김혜수 또한 1년에 한 작품, 또는 2년에 세 작품 정도의 호흡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특히 탁월한 선구안을 자랑하는데, 김혜수는 요 몇년사이 스크린에선 최동훈('도둑들') 한재림('관상') 등 '명품 감독'과 연이어 호흡을 맞추고 있다. 배역 크기와 상관없이 스타 감독과의 작업을 이어가면서 김혜수라는 브랜드를 더욱 특별하고 고급스럽게 다듬어가고 있다.


배우 엄정화. 스포츠조선DB
스테디셀러, '한 방보다 롱런을!'

스튜디오 드림캡처의 김미희 대표는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를 함께 한 엄정화에 대해 '항상 평균 이상의 점수를 보여주는 안전카드'라고 평가한 바 있다. 확실히 엄정화는 드라마나 영화 제작자들에게 믿고 작품을 맡길 수 있는 배우로 통한다. 어떤 감독과 만나도, 상대 배우가 누구든, 작업 환경이 어떻든 큰 기복을 타지않고 기본 이상을 반드시 해준다는 평이다.

그만큼 노력하는 배우로서 엄정화의 고군분투가 대단하다는 이야기인데, 이 덕분에 엄정화의 연기활동엔 쉼표가 찍히는 일이 별로 없다. 또래 배우들에 비해 오히려 다작에 가까운 편. 그리고 한결같이 높은 타율을 자랑하고 있다.

큰 기복 없이 활발히 활동을 해온 점에서는 오연수도 거론될 만하다. 특히 최근엔 드라마 '아이리스 2'에 이어 '트라이앵글' 등에서 기존 여성적인 이미지와는 180도 다른 배역을 맡아 활동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롱런을 가능하게 하는 오연수의 최고 장점 또한 안정된 연기력. 20대 배우들이 결코 줄 수 없는 원숙미로 제작자들이 다시 출연제의를 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이외에 김성령도 요즘 주가를 한층 높이고 있는 40대 배우다. 김성령은 드라마 '추적자' '야왕'에서 '상속자들'까지 연달아 개성 강한 배역으로 인정을 받았다. 급기야 최근 류승룡과 호흡을 맞춘 영화 '표적'으로 칸의 레드카펫까지 밟게 됐다.

이 배역들의 면면을 보면 과거라면 여배우가 결코 욕심내지 않았을 비중과 캐릭터들이다. 남자 주인공 또는 서브 남자 주인공의 엄마 역까지도 김성령은 맛깔스럽게 소화해내면서, 흥행 안전카드로 인정받았다. 신들린 듯한 열연 또는 원톱 주인공은 아니더라도 제작자 또는 연출자들에게 믿음을 주는 배우로서 확실히 자리를 잡은 것이다.

이 덕에 20대보다 훨씬 화려한 40대를 보내고 있는 김성령은 이후 드라마뿐 아니라 스크린까지 활동 영역을 더욱 넓힐 태세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번 '표적'의 칸 주목할만한 시선 진출이 큰 힘이 될 전망이다.


그래픽=김변호기자bhkim@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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