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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농경사회였던 한국적 정서가 고스란히 응축된 용어다.
대중의 마음을 읽는데 탁월한 예능 프로그램 제작자 나영석 PD. 요즘 시청자들의 정서를 제대로 읽었다. 들고 나온 프로그램은 시즌제 예능인 tvN '삼시세끼'. 두번째 이야기 '어촌편'이 소위 대박이 났다. 3주 연속 자체 최고 시청률 경신이다.
웃기다
딴 거 필요 없다. 일단 웃기고 재밌다. 거창한 의미? 둘째 문제다. 시청자들은 재미를 원한다. 재미가 없으면 채널은 바로 돌아간다. 본방 놓친 시청자. 굳이 번거롭게 찾아 보는 수고를 자청하지 않는다.
재미 코드는 여러군데 있다. 하지만 대표를 꼽자면 유해진 차승원 콤비다. 마치 오래 산 부부를 연상케 하는 두 사람(유해진이 남편, 차승원이 부인이다)의 케미는 최고다. 두 사람의 관계 속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인위적인 웃음이 아니다. 청정 해역을 자랑하는 만재도 처럼 두 사람은 자연친화적인 꾸밈 없는 웃음을 던진다. 웃기려고 작심하고 던지는 인기 개그 프로그램의 유머와는 다르다. 생활 속 둘의 자연스러운 말과 행동이 시청자들을 빵빵 터뜨린다. 둘의 웃음 코드는 확장성이 있다. 손님까지 그 자연스러운 웃음 속에 끌어들인다. '부부'는 6일 방송에서 손님으로 찾아온 손호준을 마치 노예부리듯 일을 시켜먹었다. 손호준은 둘에게 번갈아 불려 다니며 설거지에 천막 고정, 불 때기, 홍합 손질, 통발 수거, 걸레질 등 온갖 궂은 일을 했다. 마치 표류하다 외딴 섬에 갇힌 노예 같았다. 상황마다 어김 없이 등장하는 촌철살인의 자막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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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 한참 유행했던 '먹방'. 개념이 확장됐다. 이제는 '쿡방'이다. 잘 차려진 음식 먹으면서 내뱉는 형형색색의 감탄사. 더 이상 신선하지 않다. 잘 하든 못 하든 직접 팔을 걷어부친 '셰프' 연예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추세. 그런데 '삼시세끼' 차승원은 마치 마법사 같은 진짜 요리사다. '바깥양반' 유해진이 힘겹게 공수해 온 한정된 식재료를 허투루 소비하지 않는다. 능숙한 실력을 뽐내며 한중일식으로 척척 변신시킨다. 요리과정이 볼만하다. 누룽지탕, 콩자반, 고추잡채, 우럭탕수, 홍합미역국, 홍합밥, 거북손무침, 계란말이, 배추된장국, 김치, 막걸리 등이 경이로운 과정 속에 탄생한다. 매끼 새로운 요리를 선보이는 차승원 표 '요리쇼'가 꽤 볼만 하다. 익숙한 스타 차승원이 직접 만드는거라 신기함이 두배. 6일 방송에서 차승원의 쿡방은 진가를 발휘했다. 차승원의 현란한 솜씨로 완성된 홍합 짬뽕에 손호준은 다른 사람이 남긴 짬뽕까지 흡입할 정도로 열광했다. 다음 주에는 수제 핫바와 수제 케찹까지 만든다. 보고 있노라면 '요리욕구'가 샘솟는다. 물론 먹고 싶은 마음도 든다.
쿡방은 남자에 대한 전통적 고정관념을 더 빠르게 무너뜨리고 있다. 소수 단위 가족의 증가와 캠핑의 확대. 요리하는 남자는 더 이상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남자의 매력을 더하는 요소다. 마치 과거 통기타를 퉁기며 노래 한곡 멋지게 뽑는 남자가 인기 짱이었던 시절처럼….
귀엽다
'먹방', '쿡방'과 함께 방송을 장악하는 소재가 있다. 아이와 동물이다. 저출산 속에 아이가 적어지면서 윗 세대들은 방송에 등장하는 귀여운 아이들을 통해 대리만족하고 있다. 저출산 여파는 애완동물에 대한 관심도 증폭시키고 있다. 1인 가족과 노인 세대 증가와 함께 반려동물은 점차 가족의 일원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시장도 부쩍 늘었다. 방송도 마찬가지. 동물들이 우후죽순 등장한다. '삼시세끼'도 이 좋은 소재를 놓치지 않았다.
시즌1에서 밍키(개), 잭슨(염소), 마틸다, 올리비아, 소피아, 엘리자베스, 그레이스(닭) 등을 등장시킨 데 이어 어촌 편에서 귀여운 애와년 산체를 투입해 재미를 더하고 있다.
6일 방송에서는 손호준과 애완견 산체의 조화가 큰 재미를 던졌다. 뒤늦게 합류한 손호준은 산체에게 정을 붙이며 프로그램에 녹아들고 있다. 산체와 장난치고 뽀뽀하는 모습은 특히 여성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산체도 손호준을 좋아한다. 졸졸 따라다니며 애교를 떠는 모습이 러블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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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삼시세끼' 저변에 깔린 강력한 무기는 공감이다. 도시 생활에 지친 많은 시청자들은 현실과 다른 꿈을 꾼다. '돈벌어 은퇴하면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마음과 달리 몸은 매달 월급과 복잡하게 몸에 얽힌 로프같은 도시생활에 꽁꽁 묶여 있다.
이들에게 자급자족 형 농촌 라이프를 그린 '삼시세끼'는 작은 꿈을 향한 대리만족이자 로망이다. '저런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이 프로그램에의 몰입도를 강화한다. 식재료 구하기에 좌충우돌인 유해진은 '저런데 살면 진짜 저런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시청자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척척 요리사 차승원은 '직접 저런 요리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삼시세끼가'시청자의 무공해 웃음 속에 공감과 로망을 자극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관심을 끄는 공식들을 촘촘하고 치밀하게 엮어둔 터라 쉽게 해체되지 않을 인기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