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1인칭 슈팅게임(First-person shooter)은 가장 인기 있는 게임 장르 중 하나다. 3D 기술과 하드웨어의 발전은 FPS 장르에는 축복이었다. FPS 장르가 본격적으로 성립 된 '울펜슈타인 3D' 이후 불과 20년만에 FPS는 주도적인 게임 장르로 떠올랐다. 오늘날의 게임 장르, FPS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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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1980년대 흥미로운 1인칭 게임이 다시 등장했다. 탱크 시뮬레이션 게임인 '배틀존'(Battlezone)이 그것이다. 이 게임은 가상의 탱크를 조종해 적을 격파하는 방식의 아케이드 게임이다. 게이머가 게임기에 부착된 모니터를 '조준경'처럼 사용해 1인칭 시점에서 적을 조준하고 포를 발사해 격파하는 방식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미 육군이 이 1인칭 시점 슈팅 게임에 큰 흥미를 보였다는 점이다. 미군은 당시 최신 병기였던 브래들리 보병 전투 차량(IFV) 훈련에 '배틀존'을 활용하고 싶어했다. 이 당시 기준으로 브래들리 연습용 토우 미사일 한 발에 7000달러였는데, '배틀존' 기계를 활용하면 3500달러면 구입해 영구적인 사용이 가능하니 매력적일 수 밖에 없었다.
미군은 '배틀존'의 제작사인 아타리와 접촉해 '배틀존'을 브래들리 IFV 시뮬레이터로 활용하기 위한 계약을 맺고 제작에 들어갔다. '아미 배틀존'(Army Battlezone)으로 명명된 이 게임은 그러나 아타리와 미군 간의 마찰 때문에 단 두 대 만이 생산되고 프로젝트가 종료되었다.
FPS의 영원한 아버지 울펜슈타인 3D
1980년대 가장 융성한 게임 장르 중 하나는 롤플레잉 게임이었다. 이들은 1인칭 시점을 게임에 섞어 쓰는 방식을 채택하기도 하였다. '울티마'나 '위저드리' 같은 고전 RPG에도 부분적으로 1인칭 시점으로 던전을 탐험하는 부분이 있었다.
특히 '위저드리'는 이 1인칭 시점으로 던전을 탐험한다는 점을 특화 해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RPG 틀 내에서 1인칭 시점을 활용한 것이었고 본격적인 FPS 장르의 성립은 아직 조금 더 기다려야 했다.
마침내 1992년 게임의 역사는 영원히 바뀌었다. 본격적인 FPS 장르를 성립한 '울펜슈타인 3D'의 등장이다. 이드 소프트웨어에서 내놓은 이 게임은 연합군의 특수 요원인 주인공이 나치스의 감옥에서 탈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게이머는 1인칭 시점에서 주어진 무기로 나치 독일군을 사살하며 감옥인 울펜슈타인 성을 탈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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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S의 아버지'라는 명성에 걸맞게 현존하는 FPS의 기본적인 형식도 '울펜슈타인 3D'에서 본격적으로 선보였다. 눈 앞에 등장한 적을 사살하고, 무기를 노획하며, 최종적으로는 맵을 돌파하는 형태는 현재까지 FPS의 기본 중 기본으로 여겨지는 형태가 되었다. 여기에 적을 쏘면 피투성이가 되는 '울펜슈타인 3D'의 폭력적인 묘사도 게이머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
'울펜슈타인 3D'로 개발자인 존 카멕과 존 로메오는 부와 명성을 동시에 얻었다. 개발자 6명짜리 작은 회사였던 이드 소프트웨어는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울펜슈타인 3D'는 출시 후 1년만에 10만장이 판매되었다. 존 카멕과 존 로메오는 '천재 개발자'라는 명성과 함께 'FPS의 대부'라는 영광스런 칭호까지 얻었다.
불멸의 전설 '둠'
1993년 말, 이드 소프트웨어는 게임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게임 중 하나를 내놓았다. 공상 과학과 호러가 결합된 독특한 분위기의 이 게임은 '둠'(DOOM)이다. '울펜슈타인 3D'의 제작이 끝난 후 존 카멕은 새로운 FPS를 구상했다. 그는 '울펜슈타인 3D'의 단점을 개선한 차세대 3D 엔진으로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남은 것은 어떤 컨셉의 게임을 만드는가였다.
영화를 즐겨 보던 존 카멕은 SF 호러의 명작인 '에일리언'에 큰 감명을 받았다. 그는 에일리언을 바탕으로 FPS를 만들기 위해 20세기 폭스사와 협상에 들어갔지만 곧 그만두었다. 원작이나 저작권자인 20세기 폭스사에 얽매이면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대신 에일리언, B급 호러 영화인 '이블 데드2', 또 다른 SF 호러 영화인 '더 씽'등 다양한 영화의 컨셉을 잘 섞어 독자적인 세계관을 만들어냈다.
'울펜슈타인 3D'에서 선보였던 FPS의 기본적인 형태는 '둠'에서 완성되었다. 시점도 좀 더 1인칭에 맞도록 조정되었고, 샷건이나 로켓런처 같은 '화끈한' 무기도 여럿 등장했다. 게임의 템포도 전작보다 빨라져 더욱 슈팅다운 면모를 지니게 되었다. 평면이던 단순한 지형도 '둠'부터는 높낮이가 구분되고 오염된 지역이나 열고 닫히는 문 등 다양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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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점은 '울펜슈타인 3D'와 '둠' 모두 패키지 판매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일단 게임을 다운받아 즐겨보고 구입하고 싶으면 나중에 돈을 지불하는 쉐어웨어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는 '울펜슈타인 3D'와 '둠' 성공의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PC통신에서 일단 공짜로 다운받고 마음에 들면 돈을 지불하는 방식이라 유통 비용이 적게 들었다. 무료로 다운 받은 사람들의 입소문은 덤이었다.
'둠'에 게이머는 말 그대로 광분했다. '둠' 때문에 PC통신과 학교 전산망이 마비되었다. 네트워크 과부하에 시달린 관리자들이 '둠'을 좀 자제해 달라고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 이 시기에는 회사, 집, 학교 가릴 것 없이 PC가 있으면 어디나 '둠'이 깔려있었다. 최고의 소프트웨어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에도 예외 없이 '둠' 열풍이 불었다. 그리고 이 '둠'에 깊은 감명을 받은 윈도우 개발자 중 게이브 뉴웰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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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어바웃 김경래 기자 www.gameabou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