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이병헌 감독 "'킹스맨'같은 블록버스터, 도전해보고 싶다"(인터뷰)

기사입력 2015-03-26 08:41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관객수 얼마를 예상하나"라는 질문에 대뜸 "1800만"이라고 대답하며 웃는다. 상업영화치곤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진 코미디물이지만 '명량'의 관객수를 넘어보겠다고 작정한 그다. 데뷔작부터 자신의 당당함을 무기로 영화를 내놓은 감독, 그가 바로 '스물'의 이병헌 감독이다.

25일 개봉한 '스물'은 이 감독의 스타일이 그대로 묻어나 있다. 맛깔나는 대사에 큰 사건은 없지만 눈을 뗄 수 없는 이야기, 특유의 B급 정서가 녹아 있는 깔끔한 코미디 영화다. 때문에 개봉 전부터 호평 일색이다.

"좋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고 감정이 왔다갔다 하네요. 아무래도 첫 상업영화라서 어떻게 보여질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우려했던 것 보다는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에요." 사실 이 감독의 B급 정서가 평범하지는 않다. "내 유머 스타일이나 코미디 톤이 일반 관객들과 조금 멀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도 했어요. 보편적인 것들과 거리가 있나. 잘 받아들여질까 이런 걱정들이죠."

하지만 '스물'의 초고는 이미 10년 전 이 감독이 20대 때 써놓은 것이다. "한창 습작할 때라 그냥 편하게 접근해서 써놓은 거죠. 지금 느끼는 이야기를 해보자하고 쓴 것인데 나중에 읽어보니까 좀 산만하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나이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르잖아요. 그래서 연츨의뢰를 받고 고민을 좀 했었고 하기로 하고 나선 '성인이 되기 전 1년간 머무르는 곳'이라는 주제를 빼곤 수정도 많이 했죠."

김우빈 이준호 강하늘 등 대세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한 것은 화제였다. "진짜 운이 좋았어요. 잘되려고 그랬나.(웃음) 배우 한 명 찾기도 어려운 시기에 대세라고 불리는 친구들을 모두 캐스팅했고 나이도 세명이 동갑이라서 진짜 친구가 돼 버린거죠."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촬영에 들어가서는 본인이 생각하는 전체적인 대사 리듬감을 중요시했다. "캐릭터 톤은 배우들에게 의지했지만 대사의 속도나 리듬, 치고 받는 타이밍은 제가 시나리오를 처음 쓸 때부터 정해놓은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 리듬은 나 밖에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 배우들이 잘 따라줘서 고맙죠." 그래서인지 '스물'의 대사는 누가 들어도 자연스러울 만큼 현실적이다.

'스물'을 깔끔하게 내놓은 이 감독에 대해 벌써부터 차기작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원래 블록버스터라는 장르 자체에 관심이 없었어요. '다크나이트'나 '엑스맨'은 봤는데 '트랜스포머'나 '어벤져스' 같은 것은 보지도 않았고요. 규모에 대한 쾌감은 없는데 이번에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를 보면서 '저렇다면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뭔가 뻔하지 않은 플롯이 주는 쾌감이 너무 좋아요. 일반적인 이야기에 '병맛'을 넣어서 굉장히 흥미로워졌더라고요. 그렇게 돈을 많이 들인 작품에서 자기 스타일대로 놀아버린 감독이 부럽기도 하고 새롭기도 하고…. 소리지르면서 봤어요.(웃음) 기회가 되면 이런 장르도 꼭 해보고 싶어요."

하지만 차기작은 이 감독의 장기인 코미디가 될 것 같다. "이번에는 다른 작가 분이 쓴 작품을 할 것 같아요. 멜로 느낌이 좀 더 강한 가벼운 코미디가 되겠네요."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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