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MBC '밤을 걷는 선비'는 시청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조선판 뱀파이어의 판타지 멜로가 흥미롭다면 '취향 저격'일 테고, 호러 장르를 질색한다면 '노잼'일 가능성이 높다.
8일 첫 방송된 '밤을 걷는 선비'는 처음부터 호러, 판타지, 멜로를 한꺼번에 던져놓으며 장르적 색깔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보편적 정서와는 거리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호기로운 출발이다.
극 전개는 그야말로 휘몰아쳤다. 홍문관 부제학 김성열(이준기)이 어떻게 뱀파이어가 됐는지, 그리고 왜 절대악 뱀파이어를 없애려 하는지, 120년 전 사건들을 여백없이 숨가쁘게 펼쳐냈다. 김성열은 조선 왕실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절대악 흡혈귀 귀(이수혁)의 존재를 알게 되고, 수호귀 해서(양익준)의 도움을 받아 귀를 물리치려다 해서에게 목을 물린다. 3일만에 깨어난 성열은 오랜 우정을 나눈 정현세자(이현우)와 아버지의 죽음을 목도하게 되고, 그런 성열 앞에 나타난 귀는 성열의 정혼자 명희(김소은)를 인질로 성열에게 복종을 강요한다. 사랑하는 여인의 피를 먹지 않으면 죽게 될 거라는 귀의 협박에 명희는 스스로 귀의 칼에 찔리고, 성열은 죽어가는 명희의 피를 마시며 고통과 슬픔으로 몸부림친다.
뱀파이어의 서늘한 카리스마는 잘 만든 '전설의 고향'을 보는 듯했다. 판타지보다는 등골 오싹한 호러에 훨씬 가까웠다. 멜로는 기대 이상으로 애절했다. 전체 분량에서 멜로의 비중이 크지 않았음에도 이준기와 김소은의 호흡이 좋아서 정서적 몰입감이 높았다.
사건이 강렬한 만큼 캐릭터의 색깔도 선명했다. 그 덕분에 선과 악의 뚜렷하게 대립됐고, 이야기의 극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그만큼 입체감이 떨어지는 단점도 있었다.
가장 큰 기대요소는 배우들의 연기다. 이준기는 이제 연기파라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 호연을 펼쳤다. 뱀파이어가 돼가면서 고통으로 온몸이 뒤틀리는 장면은 단연 압권이었다. 눈의 실핏줄, 손가락 관절도 마치 연기를 하는 듯 요동쳤다.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뱀파이어 용모를 지닌 이수혁도 돋보였다. 이준기의 대척점에서 무게감을 잘 지탱하면서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이수혁의 활약에 따라 이 드라마의 성패가 갈릴 듯하다.
이야기과 캐릭터만으로도 강렬한데, 배경음악이 지나치게 비장해 거슬린다는 의견이 많았다. 뱀파이어가 사람의 피를 마시거나 입안 가득 흥건히 피가 고여 있는 모습도 너무 리얼해서 비위 약한 사람들에겐 부담스러웠을 듯하다.
극의 말미엔 120년의 시간을 건너와 남장 책쾌(책장수) 조양선(이유비)과 성열의 만남, 귀에 맞설 비책이 담긴 정현세자의 비망록을 찾는 성열의 모습이 그려졌다. 조선왕조 탄생의 비밀과 귀의 악행의 비밀 등 120년 전에 던져놓은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어떻게 풀려나갈지 궁금해진다.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