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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MBC '일밤-복면가왕'을 통해 추억의 가수들이 건재함을 알리고 있다.
정체가 밝혀진 이후 현진영은 '흐린 기억 속의 그대'를 춤을 추며 그 시절을 재현했고, 현장은 마치 콘서트장 같은 열기가 넘쳐 올랐다. 동시대에 활동했던 유영석은 반가움과 더불어 오랜만에 보는 그의 무대에 만감이 교차하는 듯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토실토실 천고마비' 배기성은 "강하고, 코믹한 이미지가 노래할 때 방해가 됐다. 여기 나와서 노래로만 보여주고 싶었다. 판정단이 '발라드는 안 된다'고 하시더라"며 '복면가왕'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어 "각인된 소리가 짐이라는 생각을 저만 그렇게 생각한 거 같다. 좋아해주던 대중들의 표정들은 보니 이거였구나 싶다. 노래를 불러야 대중들이 힘을 준다고 생각했다. 제 목소리를 사랑해주시는 줄 미처 몰랐다"고 소감을 털어놨다.
데뷔 20년차 가수 이정봉도 '쏘냐도르 앤 스파르타'로 등장해 감동의 무대를 선사했다. 그는 "꾸준히 음반을 냈다. 레오라는 이름으로도 활동했다. 작년까지 꾸준히 음원을 냈다"고 말해 모두를 놀라게 하며 "'어떤가요' 대표곡 있는 건 행운이다. 19년이나 세월 흘렀는데도 거의 알지 않나. 그러면서도 콤플렉스다. 어떤 노래를 해도 거기에 가려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남모를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어 "전문가들한테 객관적인 평가를 받고 싶었다. 내가 아직도 노래를 해야 되나 싶었다. 그런 갈등이 많이 있었다"고 '복면가왕' 출연 이유를 밝히며 "노래를 죽을 때까지 절대 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90년대 초반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을 했던 EOS 출신으로 '그랬나봐', '좋은 사람' 등의 히트곡을 보유하고 있는 김형중도 가면을 쓰고 새로운 변신을 보여줬다. 김형중은 히트곡을 통해 널리 목소리가 알려진 가수 중 한 명이었지만, 좀처럼 무대에서 만나기 힘들었다. 김형중은 "그간 음원도 내고 방송도 했었는데 방송에 안 나왔었다. 무대 울렁증이 있다. 복면을 쓰니 좀 덜하다"고 말했다. 가면의 힘이 다른 사람의 편견 뿐 아니라 스스로의 틀을 깨는 효과도 보여준 셈이다.
이처럼 다양한 가수들이 가면을 통해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고 자신의 가능성을 재발견하고 있다. 가수들은 일반 무대였다면 보여주기 어려웠을 모습을 선보이며 자신안에 감춰졌던 새로운 매력을 이끌어냈다. 과거의 인기와 명성에 발목이 잡혀 오히려 활동재개에 어려움을 겪었던 가수들은 가면으로 정체를 감추고 더욱 자유롭게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119'라는 현진영의 가면 이름처럼, 꺼졌다고 생각했던 그들의 음악을 향한 열정의 불씨는 안보이는 곳에서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다. 가면이 북돋아준 용기를 바탕으로 이들의 무대를 더 자주 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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