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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일억요정이라고 해주세요. 이젠 천만요정은 너무 겸손함.' 배우 오달수 관련 기사에 한 네티즌(lksb****)이 남긴 댓글이다.
천만영화 최다보유(역대 한국 천만영화 13편 중 7편 출연), 출연작 누적관객수 1억 명 돌파. 오달수만이 가진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충무로 흥행부적' 오달수를 일러 일찍이 최동훈 감독은 '천만요정'란 앙증맞은 수식어를 붙였지만, 누적관객수 2억 명을 눈앞에 둔 2016년의 오달수에게 '일억요정'이라는 업그레이된 수식어를 새로 붙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지난해 오달수는 '국제시장'과 '암살', '베테랑'으로 트리플 천만을 달성했다. 제36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의 영예도 안았다. 최근에는 동료배우이자 채시라의 동생인 채국희와의 교제 사실이 공개돼 많은 축하를 받았다. 바야흐로 '오달수 전성시대'다.
그런 오달수가 첫 단독 주연작으로 2016년을 시작한다. 영화 '대배우'다. 이 영화로 장편 데뷔한 석민우 감독은 영화 '올드보이' 연출부 시절에 만난 오달수에게 자신의 첫 연출작에 주연으로 캐스팅하겠다고 약속했고, 수년의 시간이 흘러 그 약속을 지켰다.
17일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대배우' 제작보고회에서 석 감독은 "오달수를 너무나 존경한다"며 "오달수가 영화에 짧게 나오는 게 아쉬워서 처음부터 끝까지 오달수가 출연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캐스팅 뒷야이기를 전했다. 신인감독의 데뷔작에 기꺼이 힘을 보탠 오달수도 "당시 석 감독이 출연 제안을 할 때 그 자리에서 '그러겠다'고 답했다"며 "이 영화가 사랑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찍었다"고 말했다.
'대배우'는 20년째 대학로에서 연극만 하던 장성필이 새로운 꿈을 쫓아 영화계에 도전하며 겪는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 영화다. 오달수가 대배우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 장성필을 연기한다.
윤제문은 장성필과 극단생활을 같이 했던 충무로 대표배우 설강식 역으로 출연하고, 이경영은 세계적인 감독 깐느박으로 분한다. 설강식이란 이름은 설경구, 송강호, 최민식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왔다. 깐느박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올드보이'와 '박쥐'를 연출한 박찬욱 감독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다.
오달수는 어느 영화에서든 맛깔스러운 연기로 감동과 웃음을 책임진다. 하지만 그는 뜻밖에도 "한번도 코미디 연기를 한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그저 상황에 맞게 연기한 것뿐인데, 대사와 설정이 우스꽝스러워서 관객들이 웃어주는 것 같다"며 "내게 이런 역할들을 맡겨준 감독님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영화는 한 무명 연극배우를 통해 포기하지 않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전한다. 오달수는 "어떤 일이든 지독하게 덤비면 지친다. 끝까지 가기 힘들다. 취미라고 생각하면 끝까지 갈 수 있다. 부담 갖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해내길 바란다"고 했다. 오달수의 평소 연기관을 엿볼 수 있는 얘기다.
'암살'에 이어 '대배우'에서도 호흡을 맞춘 이경영은 "최동훈 감독에게 '오달수가 왜 좋으냐'고 물었더니 '그는 누구도 이기려 하지 않는다'고 얘기하더라"며 "요정은 역시 인간계에 사는 나와는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고 존중의 뜻을 전했다. 이어 "영화 제목을 '대배우'에서 '오달수'로 바꿔도 될 것 같은 영화"라며 관객들의 애정을 당부했다.
오달수는 "자꾸 요정이라고 하니 나 스스로 진짜 요정인 줄 알고 착각할 때가 있는데, 열심히 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자신을 낮췄다. 아울러 "주연배우로서 부담감이 커서 요즘 잠도 제대로 못 잔다"고 머쓱하게 웃으며 "다음에는 '대배우' 관객수만큼의 숫자를 붙여서 '○○요정'이라고 불리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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