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 방준혁 의장, 화두에 담긴 의미는?

기사입력 2016-02-18 12:23


넷마블게임즈가 18일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제2회 NTP(Netmarble Together with Press)를 개최했다. NTP는 넷마블게임즈 방준혁 의장이 직접 넷마블의 신작 라인업과 전략을 밝히는 자리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다. NTP에서는 최근 화제가 된 넷마블 IPO(기업공개)에 대한 정보와 올해 글로벌 전략 및 해외 진출 계획을 발표한다.
미래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방준혁 의장.
여의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2.18

넷마블게임즈 방준혁 의장의 화법은 상당히 직설적이다.

주위를 에두르지 않고 평소의 생각을 가감없이 내뱉는다. 어지간한 대외비만 아니라면 솔직히 털어놓는다. 스스로도 "너무 많은 얘기를 털어놔서 손해를 볼 때가 있다"고 한다. 회사 홍보 관계자들의 입장에서는 깜짝 놀랄 때가 많다.

그래도 방 의장은 2000년 전후로 온라인게임부터 시작한 게임 개발 1세대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언론과 많은 소통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무리 조직이 방대해졌어도 여전히 모든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고, 개발하고 있는 모든 게임들의 빌드를 직접 챙길 정도로 회사의 흐름을 장악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주요 게임사의 1세대 개발자 가운데 이처럼 현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사람은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 그리고 방 의장 정도라 할 수 있다.

특히 방 의장은 개발에 매진하다 어느 정도 성과에 대한 자신감이 들기 시작한 지난해 7월, 언론과의 공개적 소통 자리인 첫번째 NTP(Netmarble together with Press·넷마블 기자간담회) 이후 더욱 활발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넷마블이 이뤄낸 성과를 다른 회사와 충분히 공유, 함께 성장해야 글로벌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에 기꺼이 나서겠다"는 것이 방 의장의 요지다. 18일 열린 2회 NTP에 2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들어 방 의장의 발언에 주목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밝혀왔던 방 의장의 화두를 살펴본다.

"내 나이는 39세에서 멈췄다"

방 의장은 1968년생으로 내후년이면 어느새 만 50세, 하늘의 이치를 안다는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 접어든다. 하지만 자신의 나이는 39세에서 멈췄다고 한다.

"예전 온라인게임은 주로 10~20대가 했지만, 모바일게임은 전 연령대를 아우른다. 특히 RPG의 경우 30~40대가 결제를 가장 많이 한다. 유저들의 중간 정도에서 눈높이를 가장 잘 맞출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를 위해 캐주얼한 복장을 선호한다. 40대 임원들에게도 스타일을 젊게 유지해달라고 주문한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기에 생각을 젊게 한다면 물리적 나이는 상관없다"는 것도 지론이다.

여기에 방 의장은 시간을 쪼개 '개그콘서트'나 '코미디 빅리그' 등 개그 프로그램 등을 의무적으로 챙겨본다고 한다. 트렌드나 유행어를 따라잡기 위함이란다. 사촌동생인 유명 작곡가 겸 엔터테인먼트 회사 대표 방시혁과 가끔 만나 얘기도 나눈다. 일부러 근처 쇼핑가를 찾아 사람들의 동선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도 버릇이다. 요즘 사람들이 뭘 좋아하고 소비하는 지를 알아야, 이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동호회가 아니다"

방 의장이 개발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첫번째는 "개발자가 스스로가 아닌 소비자가 좋아하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게임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방 의장은 "게임사는 예술 작품을 만드는 곳도, 자신의 취미를 즐기는 곳도 아니다. 회사는 동호회가 절대 아니다"라며 "그런 게임을 만들어야 본인도, 회사도 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주관이 뚜렷한 개발자들이나 외부 개발사와의 마찰이 있을 수 있어 독선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이 부분은 방 의장이 절대 타협하지 않는 '신념'이라 할 수 있다.

"콘텐츠가 핵심이다"

콘텐츠에 대한 중요성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방 의장에겐 더욱 그렇다. 재밌는 일화가 있다. 방 의장은 자회사 넷마블엔투가 만든 '모두의마블' 온라인게임을 모바일에 이식하면 더 대박을 치겠다고 생각, 모바일게임으로 만들자고 했지만 개발자들은 차일피일 미뤘다. 이에 다른 내부 개발사에게 이를 맡겨 3개월만에 시험버전용이 나왔다. 이에 놀란 넷마블엔투는 '모두의마블'을 모바일로 이식했고, 대표적인 글로벌 히트게임으로 성장했다. 내부 경쟁을 활용, 콘텐츠의 가치를 극대화시킨 것이다.

글로벌 진출을 위해 미국 마블(MARVEL)의 IP(지적재산권) 확보에 과감히 베팅, '마블 퓨처파이트'를 글로벌 히트작으로 만들고 디즈니의 IP를 활용해 '모두의마블 디즈니'(가칭)을 개발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방 의장은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등으로 게임이 확장하는데 대해서도 "미래전략연구소에서 콘텐츠와 디바이스를 연결하는 미들웨어를 준비하고 있지만, 역시 훌륭한 콘텐츠가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뺏겨도 뺏으면 된다"

18일 2회 NTP에서 방 의장의 테마는 글로벌 도약이다. 방 의장은 "미국과 중국, 일본에선 최상위권 게임 하나의 매출만 1조원에 이르지만 국내는 그렇지 못하다. 국내 1위에 안주할 수 없는 이유다. 결국은 글로벌로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한국 시장에서 실패했던 중국 게임사들이 이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유저 성향의 게임들을 물밀듯이 쏟아낼 것이다. 이대로 있다간 당할 수 밖에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확실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 절반을 뺏기더라도 더 큰 글로벌에서 절반을 뺏으면 된다는 것이다. "아직도 해외에 기회의 땅은 널려있다. 숱한 실패와 성공의 경험으로 이제는 글로벌에서도 싸울 자신이 생겼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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