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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윤동주의 '서시(序詩)' 첫 구절. 내레이션 녹음을 위해 윤동주의 시편을 홀로 마주해야 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배우 강하늘(26)이 그때처럼 또 다시 숨을 골랐다. 영화 '동주'에 시 13편이 담겼지만, 그중에서도 마지막에 등장하는 '서시'는 더 특별했다. "엄청난 부담감에 첫 음절을 떼기가 너무나 힘겨웠어요. 숨통이 턱 막혀서 목소리가 나오질 않더군요." 강하늘이 내쉰 이번 숨은 조금 더 무겁고 길다.
윤동주의 시는 알아도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 관심을 두는 이는 별로 없다. 강하늘 역시 마찬가지였다. '동주'의 모태가 된 '윤동주 평전'을 독파하고 시나리오에 몰입하며 나름의 답을 찾아 나섰다. 촬영 중에도 끊임없이 자신을 다그쳤다. 때론 압박감에 도망가고 싶었던 적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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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시 세계를 '부끄러움의 미학'이라 정의한다. 영화에서 윤동주는 어두운 시대에도 시인이 되고 싶어한 자신을 부끄러워한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온 생을 바쳐 시를 사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할 테다. "극중 몽규가 시를 비판할 때 동주가 발끈하는 장면이 있어요. 동주에게 시가 절대적인 존재인 거죠. 내게도 그 정도로 좋아하는 대상이 있었나 돌아보게 되더군요. 물론 연기를 사랑하죠. 그러나 비판에 직면했을 때 동주처럼 맞설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아니더라고요. 이런 제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어요."
'동주'는 강하늘에게 윤동주의 시 '자화상'에 등장하는 우물처럼 자신을 비춰보는 거울이었던 듯하다. 성찰하는 사람은 성장한다. 강하늘이 그렇다. 하지만 그는 아주 작은 칭찬에도 몸둘 바를 몰라하며 얼굴을 붉혔다. 그 모습이 꼭 윤동주 같다. 순수한 영혼과 고결한 성품까지 윤동주를 닮은 모양이다. 이준익 감독에게 강하늘이 유일한 정답이었던 이유를 알 법하다. "평소 좋아하는 영화를 모아놓은 진열장이 있어요. '동주' DVD가 출시되면 포장도 뜯지 않고 고이 간직할 거예요. 제 출연작 중엔 처음이에요."
강하늘은 시나리오를 볼 때 상대방의 대사에 밑줄을 긋는다고 한다. 예전엔 그 반대였다. 그런데 어느 날 상대배우와 마주 보고 연기하면서도 머릿속에선 자신의 대사만 신경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후로 방식을 바꿨다. 이런 유연함이 강하늘이 윤동주에 완전하게 동화된 비결이었던 듯하다. '동주' 이후의 강하늘을 기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동주'는 모든 배우, 스태프들이 진심을 모아서 촬영한 영화예요. 제가 꿈꾸던 영화의 세계가 그곳에 있었어요. 그때 느꼈던 그 마음을 계속 가져갈 거예요. 평생토록."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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