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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존경하던 스승이 친 덫에 걸린 유아인. 믿었던 아버지에게도 내쳐졌다. 상처로 뜯기고 짓밟힌 그에게 남은 건 오직 악과 독뿐이다.
정도전은 이방원의 필체를 따라 쓴 모필가의 서찰로 초영을 이방원의 집에 불렀고 이런 세 사람의 그림은 무명과 손잡고 역심을 품는 듯한 모습으로 비쳤다. 결국 이신적과 초영은 이성계의 명령으로 추포 돼 고신을 받게 됐고 이방원 역시 이성계의 감시 아래 궁궐에 갇히게 됐다.
정도전의 꼼수로 이성계와 이방원의 사이의 간극은 더욱 멀어졌고 이방원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초영과 대질심문을 해달라 청했다. 하지만 이 또한 이신적의 방해로 수포가 됐다. 이신적은 정도전의 고육지책이었던 것. 그는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나자 초영을 죽이며 이방원의 눈과 귀를 가렸다.
이방원에게 도망칠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유일한 언덕이었던 아버지 이성계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자 괴로워했고 외로워했다. 오직 악과 독밖에 남지 않은 이방원은 정도전을 향해 "두 분께서 이렇게 생각해주시는 줄 몰랐습니다. 가겠습니다. 거제 같은 곳에서 5년, 못합니다. 차라리 명의 사신으로 가서 나랏일을 하다 죽는 신하가 되거나 아니면 명황제를 설득하고 1년 안에 금의환향하겠습니다"며 독을 품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명나라 사신을 제안하러 온 이성계를 보며 또 한 번 좌절했다. 모든 걸 체념한 이방원은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아버지 이성계를 향해 절을 올리고 명나라로 떠났다.
착잡한 심정으로 명나라를 향한 이방원. 그러나 첫 관문인 요동성부터 굴욕을 당해야만 했다. 이방원을 비롯한 조선 사진들은 포승줄로 묶여 끌려갔고 그곳에서 주체에게 "너네 나라가 여진족 끌어들이기로 한 거 다 알아. 똑같은 놈들이지. 미개한 오랑캐 놈들"이라는 설욕을 들었다. 이에 발끈한 이방원은 "내 말 잘 들어. 죽고 싶냐?"라며 도발했다. 이어 그는 "난 이방원이다. 넌 누구냐?"라고 맞섰다.
역사 속 주체는 주원장의 셋째 아들로 훗날 제3대 황제에 등극하는 인물이다. 주체는 이방원처럼 2대 황제였던 조카를 죽이고 황제에 등극하는 인물로 두 사람의 만남은 운명처럼 성사됐다. 이후 주체와 이방원은 서로의 야망을 흠모하며 친국을 다지는 사이가 됐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폭두처럼 두 눈에 불꽃이 튄 이방원. 악과 독만 남은 그가 왕자의 난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됐다. 포악하기로 정평이 난 주체 앞에서도 전혀 굴하지 않은 이방원 유아인이 역사 속 사건을 어떻게 해석할지 기대가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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