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 인터뷰②] 황석정·박정민·이다윗, '순정' 스핀오프 안 될까요?

기사입력 2016-02-24 08:30


신사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영화 '순정'과 함께한 지난 여름날이 무척 행복했나 보다. 황석정, 박정민, 이다윗의 들뜬 표정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다. 그들은 순식간에 섬마을 바닷가로 돌아가 소중한 추억을 하나둘 되새겼다. 직장인들에게 여름휴가가 고된 일상을 이겨내는 힘이 되듯, 이들 세 배우에게 '순정'은 숨가쁜 삶 속에 꺼내볼 때마다 위로를 얻는 여름방학 같은 작품으로 간직될 것 같다.


-출연 배우들이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고 자랑하더라. 고흥 촬영이 그렇게 즐거웠나?

(황석정) 고흥에 사시는 주민들, 군수님, 공무원 등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저절로 그 분위기에 섞이게 되면서 그 마을에 사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됐다. 제일 놀라웠던 게, 장기자랑 장면을 찍을 때 살인적인 불볕 더위였다. 무대 앞에 앉아 있는 분들이 다 주민들인데, 촬영이 진행된 아침부터 밤까지 그 햇볕 아래 별 불만 없이 앉아 계시는 거다. 우리가 힘들다고 불평할 근거 자체가 없어지는 거지. 굉장히 협조적이었다. 우리도 섬마을 공동체의 일원이 된 듯했다. 그런 것들이 영화를 만드는 데 큰 힘이 됐다. 그곳에 있었다는 그 자체가 좋았다. / (박정민) 촬영만 아니면 불빛도 없고 밤이면 조용한 마을인데. 밤새 조명 켜고 음악 틀어도 불평 불만 안 하시더라. 용왕제 장면에서도 주민들이 맨 바닥에 앉은 채 촬영을 도와주셨다. 진짜 고마웠다.

-개인적으로, 남자주인공 범실이(도경수), 산돌이(연준석), 개덕이 중에 개덕이가 가장 맘에 든다. 매력덩어리다.

(일동) 에이~ 거짓말~ / (황) 난 산돌이. 난 그렇게 달리는 애들이 좋더라. 내가 어릴 때 좋아하던 애랑 닮았어. 꺄하하.

-개덕이의 뽀글뽀글 아줌마 펌이 귀엽더라.

(이다윗) 처음 설정은 반삭 머리에 가까웠다. 지금도 콘티엔 개덕이가 대머리로 나온다. 시골아이인데 반삭이 좀 식상한 것도 같고 머리 자르기도 부담돼서, 감독님께 다른 머리는 안 되냐고 물어봤다. 그러다 아줌마 펌을 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엄마 따라 읍내 나갔다가 엄마랑 똑같이 머리를 볶아온 거다. 재밌을 것 같았다. 그 머리로 놀러도 다니고 시사회도 갔다. / (박) 형 용수의 입장에선 개덕이의 뽀글거리는 머리는 쥐어잡기 좋은, 아주 그립감이 좋은 상태였지. 하하.
-이다윗은 드라마 '후아유-학교 2015'나 영화 '명왕성' 같은 이전 출연작에선 어두운 인물이거나 어두운 상황에 놓인 인물을 많이 연기했다. 그런데 도경수와 김소현의 얘기로는 해맑은 개덕이와 이다윗의 싱크로율이 가장 높았다던데?

(이) 올해 나이 스물셋인데, 그동안 한이 좀 많았지. 처음 '순정' 출연 제안을 받고, 밝은 역할이라 좀 놀랐다. 감독님이 실제로 내가 음침할까 봐 걱정했다던데, 실제 나는 농담도 잘하고 밝은 편이다. 개덕이는 풀려 있을 때의 나와 비슷하다. 애드리브도 많았다. 워낙 친구들과 노는 게 재밌어서 뭐가 대사인지 애드리브인지도 기억 안 난다. / (박) 다윗이 연기하는 걸 보면, 어두운 상황이어도 어둡게 연기하지 않는다. 감독님이 그걸 잘 봐주신 것 같다.


-이다윗이 2010년 영화 '시'로 칸 영화제 다녀온 뒤 인생 목표를 물었더니, 다시 칸 레드카펫을 밟는 거라고 했다. 그때 나이가 열여섯이다. 그 꿈은 변함이 없나?

(이) 빠진 말이 하나 있다. 남우주연상을 받는 것이다. 한국배우 중엔 아직 받은 적 없다고 하길래. 내가 제일 먼저 받아야지. / (황) 다윗이가 디카프리오 닮았다니까. 꺄하하. / (박) 다윗이가 굉장히 당차다. '신촌좀비만화'에 같이 출연하면서 친해졌다. 그때 류승완 감독님을 만나러 갔는데, 다윗이가 삐딱하게 앉아 있는 거다. 다음날 휴대폰으로 문자 보냈는데 답장도 없더라. 이 친구는 뭐지? 큰 의문에 빠졌었다. 그만큼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친구라, 금방 친해진다. 류승완 감독님이 다윗이를 무척 아끼고 좋아했다. 다윗이는 연기를 정말 편안하게 한다. 그 모습이 부럽기도 하다.


-뜻밖에도 용수와 길자(주다영)의 러브라인이 있다. 원래 시나리오에는 그 과정이 다뤄지지 않았지만, 박정민의 연기 덕분에 현장에서 추가됐다던데?

(이) 그러고 보니 우리 영화에서 정민이 형만 입맞춤을 했네. 러브라인뿐만 아니라 형의 애드리브로 완성된 디테일이 정말 많다. 현장에서 같이 있지 않으면 모른다. 그냥 그 장면을 장악해 버린다. 감독님도 거기에 빠져서 설득당하고 끌려다닐 거다. 정말 맛깔스럽다. 저절로 이해되도록 만지고, 만들어버리니까. 형 나오는 장면마다 그랬다. 형과 함께 촬영한 날 우리 친구들의 대화 주제는 '박정민'이었다. 정말로. / (박) 쑥쓰럽게… 고맙다. 돈 많이 벌면 맛있는 거 사줄게.

-황석정이 평소 "'순정'에서 좋은 기운을 얻었다. 우리 아들들도 잘 될거다"라는 얘기를 많이 했다고 들었다.

(황) 눈을 보면 안다. 연기할 때 눈빛에 순정이 있더라. 영화를 보니까 다들 잘될 것 같다. 보기 드물게 자신만의 색깔을 뿜어내는 친구들이다. 그러기가 쉽지 않다. 이 영화를 통해 배우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게 참 좋았다. 어린 친구들이지만 솔직히 동료 배우라 생각한다. 그들 모습에 부끄러움도 느낀다. 나이가 들수록 연기하는 게 더 힘들어진다. 순정이 없어진다. 대신 욕정이 많아지지. 푸하하.

-'순정'에 남다른 애정이 있는 것 같다. 에너지를 준 작품이었나 보다.

(황) 내가 영화를 오랫동안 해왔지만, 내 출연작을 일부러 찾아보지 않았다. 점점 갈수록 이야기가 풍성하지가 않다. 특히 여배우는 갈 데가 없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 나는 단역에서 조연으로 갔는데, 다음엔 또 단역인 거다. 영화판이 너무 빨리 바뀌고 있다. 여기서 열심히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했다. 섭섭하기도 하고. 그런데 '순정' 찍으면서 생각이 바뀐 거다. 영화가 이런 힘이 있었지, 이렇게 나를 행복하게 했지, 우리가 이렇게 하나가 됐지,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었지, 영화를 다시 하는 힘이 됐다. 나에게 무척 의미 있는 작품이다.

suzak@sportschosun.com

[순정 인터뷰③]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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