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실' 종영②, 사극 고정관념을 깨다

기사입력 2016-03-27 08:46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의미있었다.

KBS1 대하 드라마 '장영실'이 종영했다. 26일 방송된 '장영실'에서는 장영실(송일국)의 말년이 그려졌다. 사대부는 장영실을 역적으로 몰았고 세종(김상경)은 끝까지 장영실을 지키려 했으나 결국 장형 100대를 선고했다. 장영실은 목숨은 건졌지만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리고 세조 시대가 도래하자 다시 정신을 차렸고 과학 기술을 연구하며 세상을 떠돌기 시작했다.

판타지스러운 결말이긴 했지만 '장영실'이란 작품 자체는 상당히 의미 있었다. 일단 사극이란 장르에 갇히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장영실'은 노비 출신이지만 과학 기술에 대한 열정 하나로 종3품까지 오른 장영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기존의 사극은 왕실, 혹은 사대부에 초점을 맞췄지만 '장영실'은 처음으로 천민 계급에 눈을 돌린 것.


이 지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장영실이 노비 출신인 탓에 그의 일대기를 고증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현옹주와의 로맨스를 비롯한 판타지적 설정과 장영실을 거의 신급 과학자로 만드는 미화 작업이 더해지며 초반엔 기대보다 걱정이 컸다. 하지만 회가 거듭될 수록 상황이 달라졌다. 소현옹주와의 로맨스는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 장치 정도로 사용될 뿐 크게 부각되진 않았다. 오히려 사대부들과 세종 일파의 갈등이 중심적으로 그려지며 당시 시대상을 엿보게 했다.

현재 한국의 문제점을 꼬집는 듯한 장면들로 주목받기도 했다. 사대부들이 장영실에게 "너의 태생은 어디까지나 노비"라며 비아냥 거리는 모습은 이 시대 논란이 되고 있는 '금수저', '흙수저' 논란을 떠올리게 했다. 장영실을 토사구팽 하는 모습, 기발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신분의 벽에 가로막혀 차별받는 모습 등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보여주는 듯했다. 본래 사극의 진짜 의미는 역사를 안다는 것도 있지만 과거를 돌아보며 현 시대의 문제점을 깨닫는데 있는데 '장영실'은 그런 역할도 충분히 해낸 셈.

국내 사극 최초로 과학 사극을 표방했다는 점, 첫 해외 로케이션을 진행했다는 점도 의미있었다. 일반 대하사극과 달리 24부작으로 호흡이 짧았던 탓에 전개 속도도 빨랐다. 무의미한 장면의 반복 없이 긴박하고 박진감 있게 흘러가는 스토리와 감각적인 영상미는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장영실'은 이와 같은 작품의 완성도와 주연 배우 송일국의 열연으로 호평을 받으며 막을 내렸다. 꾸준히 10%대의 시청률을 유지했고 화제성 면에서도 뒤지지 않았다. 사극이란 장르가 갖는 고정관념을 유쾌하게 날려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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