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분석] '태후' 김은숙 작가, '프린스 메이커'될 수밖에 없는 이유

기사입력 2016-04-07 14:12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김은숙의 마법'이다.

김은숙 작가가 또 한번 '프린스 메이커'의 저력을 발휘했다. KBS2 수목극 '태양의 후예'에서 유시진 역을 맡은 송중기를 스타덤에 올린 것. 과연 매 작품마다 김은숙 작가의 마법이 통하는 이유는 뭘까.




자가복제? 그래도 설렌다

단언컨대 김은숙 작가의 작품은 비슷비슷하다. 모든 걸 다 가진 남자와 아무것도 없지만 베짱과 자존심 하나는 두둑한 여자의 멜로를 그린다. 남자의 안하무인 행동에 자존심 상한 여자가 분노하고, "나한테 이런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라며 남자가 빠져드는 그림이다. 이후 남자의 인격은 180도 바뀐다. 모두에게 까칠하지만 내 여자만큼은 살뜰하게 챙기는 '츤데레'로 변신한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모든 걸 바쳐 여자의 마음을 얻어내려 한다. SBS '파리의 연인'의 박신양, '신사의 품격'의 장동건, '상속자들'의 이민호가 모두 같은 맥락이었다. '태양의 후예'의 송중기는 '휴먼 재난물'이란 김원석 작가의 아이디어가 들어가면서 재벌 2세가 아닌 군인으로 설정됐지만 캐릭터 성격은 이전까지 김은숙 작가의 남자주인공과 다를 것이 없다. 이처럼 '모두에게 나쁘지만 나에게만은 한없이 다정한 재벌2세' 설정이 반복되면서 자가복제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리더십 강한 백마 탄 왕자님을 등장시키면서 보호받고 싶어하는 여성들의 본능을 자극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문법파괴?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김은숙 작가 작품의 또다른 특징은 대사다. 일단 대사 자체가 독특하다. '파리의 연인'에서는 "애기야 가자", "내 안에 너 있다" 등의 유행어가 탄생했고 '상속자들'에서는 "나 너 좋아하냐" 라는 화법이 인기를 끌었다. '태양의 후예' 역시 송중기의 '말입니다' 체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문법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틀과 형식을 파괴한 대사가 귀에 꽂히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대사량 자체도 어마어마하다. 김은숙 작가 대본은 남녀의 핑퐁 말싸움이 주를 이룬다. 말꼬리를 무는 대화를 이어가며 애정을 드러내는 게 특징이다. 예를 들어 '신사의 품격'에서는 "나 이렇게 사치스러운 구두 못 신어요"라는 김하늘의 말에 장동건이 "그럼 사치스럽게 말고 가치스럽게 신어요"라고 답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파리의 연인'의 명대사, "저 남자가 내 남자다. 왜 말을 못하냐고" 역시 이런 차원에서 탄생했다. '태양의 후예'에서도 이런 특징은 계속된다. 유시진이 강모연에게 "의사면 연애 못하겠네. 바쁘니까"라고 말하자 강모연은 "군인이면 연애 못하겠네. 빡세니까"라고 답한다. 이렇게 말장난처럼 이어지는 대사로 남녀 케미를 뽑아내는 게 김 작가의 장기다.



톱스타? 왕자님과 어린양이면 OK

김은숙 작가의 가장 큰 무기는 캐스팅 안목이다. 무조건 톱스타만을 고집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친 양념을 버무릴 수 있는지를 본다.

대표적인 예가 '시크릿가든' 현빈이다. 현빈은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스타덤에 오르긴 했지만 이후 이렇다 할 작품을 만나지 못하고 있었던 상태였다. 그러나 김 작가는 '내 이름은 김삼순' 속 까칠한 도시 남자의 이미지에 코믹을 버무려 새로운 현빈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태양의 후예' 송중기도 마찬가지다. 타고난 비주얼 때문에 여성팬들에게 어필하긴 했지만 지금과 같은 신드롬을 불러온 배우는 아니었다. 더욱이 '밀크남' 이미지가 강해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그런데 김은숙 작가는 송중기의 '밀크남' 이미지에 야성미를 얹어냈다. 댄디한 이미지로 군인에 대한 선입견을 깬 것은 물론, 그동안 송중기가 보여주지 못했던 상남자 성격을 끌어냈다. 배우 본인이 갖고 있던 강점에 플러스 알파 요소를 얹으니 매력은 배가될 수밖에.

더욱이 김은숙 작가는 남자 원톱을 고집하지 않는다. 최고의 기록은 라이벌이 있을 때 나온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 작가의 작품엔 항상 상처입은 어린 양이 등장한다. 조금은 어둡고 반항아적인 인물을 창조해 백마 탄 왕자님과 상반된 매력 대결을 벌이게 한다. '상속자들' 김우빈, '태양의 후예' 김우빈, '파리의 연인' 이동건 등이 전부 그랬다. 한 관계자는 "보호받고 싶어하는 여자들의 심리를 리더십 강한 영웅이 충족시켜 주고, 반대로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쪽에 호감을 느끼는 여성팬은 서브 남주가 채워준다. 당연히 여성 시청자들이 빠질 수밖에 없는 늪"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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