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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이야기부터 해보자. 기자는 대부분의 스포츠를 좋아하며, 야구 역시 본 기자가 사랑하는 스포츠 중 하나다. 그 중에서 특별히 애정을 갖고 있는 팀은 한화 이글스.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1988년부터 빙그레 이글스(한화 이글스의 전신)을 응원하기 시작했으니 제법 오래 된 팬이라 할 수 있겠다.
1989년은 빙그레 이글스는 71승 3무 46패의 성적으로 패넌트레이스 1위를 차지하고 한국시리즈 결승으로 직행했다. 리그에서 유일한 6할 승률을 기록했을 정도로 당시 빙그레 이글스는 상당히 강한 전력을 자랑하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빙그레 이글스는 그해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 했다. 전년도 한국시리즈에서 발목을 잡은 해태 타이거즈에게 다시 한 번 무릎을 꿇으며 2년 연속 준우승에 그친 것이다. 하지만 1차전에서 당대 최고의 투수인 선동열에게 홈런을 뽑아내고 볼넷 8개를 얻어내는 등 호락호락하지 않은 모습을 보였던 것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한국 프로야구 역사를 통틀어 강팀을 언급할 때 당시의 빙그레 이글스도 함께 기억한다. 강력한 타자와 역대급 투수들을 보유한 한 방이 있는 팀으로 말이다.
ROX 타이거즈는 당대의 강팀인 빙그레 이글스와 많은 면에서 닮아 있었다. 각 팀의 닮은 모습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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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승률
- ROX 타이거즈는 2016 롤챔스코리아 스프링에서 단 2패를 기록하며 최고 승률로 결승에 올랐다. 1989년 빙그레 이글스 역시 당시 최고 승률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2. 강력한 선수 면면
- ROX 타이거즈의 선수 면면은 굉장히 견고했다. '프레이' 김종인, '스맵' 송경호, '쿠로' 이서행은 각각의 라인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선수로 꼽히며, '고릴라' 강범현은 팀을 지켜내는 서포터, '피넛' 한왕호는 상대의 정글러를 잡아먹을 듯한 공격적인 운영을 자랑하는 정글러였다. 1989년 빙그레 이글스 역시 이정훈, 이강돈, 송진우 등 투타에서 뛰어난 위력을 보이는 선수를 대거 보유한 팀이었다.
3. 눈에 띄는 젊은 피의 존재
- ROX 타이거즈의 정글러 '피넛' 한왕호는 1998년생이다. 전반적으로 선수들의 연령대가 어린 LOL e스포츠 리그에서도 유난히 어린 나이가 눈에 띄는 선수다. 또한 어린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는 듯 한왕호는 이번 스프링 시즌에 압도적인 활약을 펼쳤다. 1989년 빙그레 이글스에는 1987년에 데뷔한 장종훈이 슬슬 리그의 거포로 거듭나고 있었다. 참고로 장종훈은 이듬해인 1990년부터 3년 연속 홈런왕, 4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차지하는 전설적인 선수로 거듭났다.
4. 결과
2016 롤챔스 스프링 결승전 결과마저 1989년 한국시리즈와 닮았다. 정규시즌에는 빙그레 이글스는 자신들보다 낮은 승률을 기록했던 해태 타이거즈에 덜미가 잡히며 준우승에 그쳤고, ROX 타이거즈 역시 준우승에 머무르며 아쉬움을 남겼다.
재미있는 점은 1989년 해태 타이거즈와 2016년 SKT 모두 해당 우승으로 사상초유의 기록을 달성했다는 것이다. 해태 타이거즈는 당시 우승으로 사상 첫 한국시리즈 4연패를 기록했고, SKT는 이번 우승으로 첫 3연속 우승, 통산 5회 우승을 달성했다.
ROX 타이거즈 입장에선 조금 아쉬운 결과가 되긴 했지만 ROX 타이거즈가 스프링 시즌 내내 보여준 강력한 모습과 결승전에서 보여준 승패를 가늠할 수 없는 치열한 공방전은 팬들의 뇌리에 깊이 남았다. 빙그레 이글스가 1980년대를 대표하는 강팀으로 팬들의 기억되는 것처럼, ROX 타이거즈 역시 2016 롤챔스 코리아 스프링을 대표하는 최고의 팀으로 팬들의 마음 속에 남을 것이다.
2016 롤챔스 코리아는 끝나지 않았다. 스프링 시즌은 끝났지만 서머 시즌이 남은 상황이다. 롤챔스 코리아 스프링 시즌을 잘 치러낸 ROX 타이거즈에게 박수를 보내며, 다음 서머 시즌에는 스프링 시즌에 달성하지 못 한 우승을 향해 다시 한 번 달려가기를 기대한다.
김한준 게임 전문기자 endoflife81@gameinsigh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