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아이돌 데뷔 서바이벌의 명과 암

기사입력 2016-05-03 14:16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이제 아이돌그룹도 서바이벌 방송 프로그램으로 데뷔하는 시대다. '믹스앤 매치' '식스틴' '프로듀스 101' 등의 방송을 통해 데뷔한 아이돌그룹들은 데뷔하자마자 단숨에 정상급 위치를 차지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시스템에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공존한다는 의견이 많다.

진화하는 아이돌 서바이벌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일반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진화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슈퍼스타K' 'K팝스타' '위대한 탄생' 등 일반인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아이돌그룹 멤버 선발에 차용되면서 자리를 잡은 것. 음악 전문 케이블 채널 Mnet은 이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대형 기획사와 손잡고 연이어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내놨다.

이런 방식으로 YG의 위너는 '후이즈 넥스트'란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콘은 '믹스앤매치'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멤버를 선발했다. 이에 질세라 JYP도 '식스틴'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트와이스를 배출했다.

이같은 기획사 중심의 서바이벌이 더 진화한 것이 '프로듀스 101'이다. '프로듀스 101'은 각 기획사별로 101명의 멤버를 모아 서바이벌을 진행했고 1년 시한부 걸그룹 '아이오아이'를 만들어냈다.

큐브는 신인 아이돌 그룹 펜타곤의 멤버를 선발하기 위해 '펜타곤 메이커'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또 FNC는 자사 특성에 맞게 댄스팀과 밴드팀이 서바이벌 대결을 펼쳐 승자가 데뷔하게 되는 프로그램 'dob'를 론칭한다.

'프로듀스101'에 고무된 Mnet은 남자판 '프로듀스 101'를 준비하겠다고 밝혔고 '소년24'도 제작중이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明, 시작부터 안고가는 팬덤


우선 이같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그룹들은 자연스럽게 팬덤을 안고 가게 된다. 아이돌그룹의 성패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팬덤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이 같은 부분은 무엇보다 중요한 장점이다. 최근 Mnet '프로듀스 101'을 통해 데뷔한 아이오아이는 방송 출연 하나하나까지 기사회되며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데뷔하자마자 이같은 인기와 관심을 얻는 것은 '프로듀스 101'이라는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트와이스가 두번째 미니앨범 타이틀곡 'Cheer Up(치어업)'으로 차트 '올킬'을 할 수 있었던 이유도 탄탄한 팬덤 덕분이다.

실력파 신인을 검증할 수 있다는 것도 서바이벌 데뷔의 강점이다. 살벌한 경쟁을 통해 멤버를 선발하기 때문에 옥석이 가려지기 마련이고 당연히 좋은 실력을 가지고 데뷔한다. 기성그룹과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는 퍼포먼스와 에너지로 무대를 장악할 수 있는 멤버들만이 초고속 데뷔의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暗, 대형 기획사들만의 잔치

하지만 이같은 초고속 데뷔는 반대로 다른 지망생들에게는 허탈감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10년씩 연습생으로 머물러도 데뷔하기 힘든 아이돌의 생태계에서 이들의 데뷔는 꽤 '행운'에 가깝기 때문이다.

별 차이없는 실력에도 누구는 데뷔의 기회를 얻고 누구는 탈락의 쓴맛을 보게 된다. '프로듀스 101'에서 1위를 차지하며 아이오아이의 센터 자리를 차지하게된 전소미는 '식스틴'에서 아쉽게 탈락해 트와이스로 데뷔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전소미가 트와이스 멤버들보다 실력이 떨어진다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데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대형 기획사의 독점화에 있다. 지금까지 등장한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의 대부분이 대형 기획사인 YG와 JYP, 큐브, FNC 그리고 씨스타가 소속된 스타쉽 등에서 진행했다. 아이돌 성장시스템을 완벽히 갖춘 기획사에서 팬덤을 얻기 위해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중소 기획사들이 살아갈 방법은 점점 줄어들고 종국에는 경쟁없는 독점 시장이 될수도 있다"며 "중소기획사들 역시 적지않은 투자를 해 아이돌그룹을 데뷔시키지만 미리 팬덤을 안고가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출신 그룹들과 비교하면 약자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프로듀스101'의 경우처럼 소규모 기획사도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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