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무도'-'백희', '땜빵'의 반란? "'사람냄새'가 키포인트"

기사입력 2016-06-19 15:50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시청자는 '사람 냄새'를 원한다.

최근 '땜빵 열풍'이 불고 있다. 별다른 기대 없이 킬링 타임용으로 내보냈던 기획들이 연달아 대박을 내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시작은 KBS 단막극이었다. KBS는 20부작으로 편성을 받았던 월화극 '무림학교'가 형편없는 작품성과 저조한 시청률을 이유로 조기 종영이 결정되고, 그 후속작으로 편성됐던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준비가 지연되자 '베이비시터'를 긴급편성했다. '베이비시터'는 신윤주와 김민준 등 일부 배우들의 발연기에 좌초되는 듯 했지만 조여정의 하드캐리와 영화에 버금가는 미장셴, 독특한 스토리텔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는데 성공했다.


이후에는 '백희가 돌아왔다'가 일을 냈다. 당초 KBS는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끝나면 곧바로 '뷰티풀 마인드'를 방송하려 했다. 그러나 '뷰티풀 마인드' 남자 주인공인 장혁이 촬영 준비 기간을 좀더 요구했고, 여자주인공으로 캐스팅 된 박소담이 tvN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들' 촬영 때문에 스케줄 조율에 난항을 겪으면서 방송 일정이 연기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KBS 측은 '동네변호사 조들호' 연장을 타진했지만 박신양의 거부로 무산됐다. 그러면서 생긴 공백을 채우기 위해 '백희가 돌아왔다'가 대타로 나섰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드라마는 배우들의 호연과 짜임새 있는 스토리로 호감을 샀다. 특히 막장 드라마 단골 소재라 할 수 있는 출생의 비밀을 '아빠 찾기'라는 탈을 씌워 유쾌하게 풀어간 연출이 인기를 끄는데 큰 역할을 했다. 덕분에 '백희가 돌아왔다'는 10%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방송 내내 순항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18일에는 MBC '무한도전'이 '땜빵 특집'을 내놨다. 이날 방송된 '무한도전'에서는 할리우드 스타 잭 블랙과의 만남이 무산돼 급하게 무대책 여행을 떠난 멤버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들은 고기리 계곡을 찾아 각종 게임을 하며 점심값 내기, 화장실 변기 고치기 등의 미션을 수행했다. 이후에는 워터파크 폐장 시간에 맞춰 '워터 봅슬레이에서 냉면 먹기'에 도전했다. 일부에서는 물놀이를 하며 음식을 먹는 모습이 위험해 보였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지만 대다수는 이번 특집에 박수를 보내는 분위기다. LA특집에 비하면 스케일 면이나 화제성 면에서 모두 떨어지는 소박한 특집이었지만, 오히려 '무한도전' 특유의 B급 웃음 코드가 잘 살아났다는 평이다. 이제까지 '정총무가 간다', '우천시 취소' 등 땜빵 특집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여웠던 '무한도전'의 저력이 다시 한번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한 관계자는 "더이상 블록버스터급 스케일에 대중이 반응한다는 마인드는 버려야 할 것 같다. 이미 시청자의 수준이 전문 평론가 못지 않은 수준으로 올라선 만큼 규모로 승부할 것이 아니라 탄탄하고 새로운 기획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무한도전'의 '땜빵특집'은 장기간 프로젝트를 이어왔던 '무한도전'이 오랜만에 초심으로 돌아갔다는 점에서 땜빵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백희가 돌아왔다' 역시 사람 냄새로 승부를 본 작품이다. 이미 대중은 출생의 비밀, 복수, 음모와 배신 같은 자극적인 막장소재나 허무맹랑한 신데렐라 스토리에 싫증이 날대로 났다. 오히려 '서울의 달', '목욕탕집 남자들', '사랑이 뭐길래'와 같이 따뜻하게 웃고 즐겼던 예전 드라마를 그리워 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땜빵'들의 반란을 그저 단순하게 보다가는 큰 코 다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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