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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겨울·최보란 기자] 중국에서 불고 있는 한류, 얼마나 지속될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이 답에 선뜻 긍정적인 답을 내놓을 수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김용재 SBS 글로벌 제작 CP는 "갈수록 규제가 심해서 내년부터는 한 위성사에 리얼 버라이어티 하나 밖에 못 해요. 그러니 강력한 프로그램 파워를 갖고 있어야만 다른 것으로 대체되지 않겠죠. 내년부터는 그러니 포맷 수출에 그치지 않고 중국과 공동 기획 개발에 들어가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야해요. 문화라는게 무서운 거거든요. 처음에는 색다르고 재미있으니까 받아들였는데 파급력이 너무 커지니 막으려고 하는 겁니다. 대신 중국안으로 들어와서 공동 기획하면 용인하겠다라는 거죠"라고 이 같은 규제 배경을 설명했다.
규제 뿐 만이 아니다. 제작 시스템의 차이도 외국 제작진에게는 큰 걸림돌이다. 한국은 PD가 제작에 동원된 인력과 스케줄 등을 통솔하는 반면, 중국은 PD가 프로그램에서 미치는 영향이 연출에 그친다. 작가와 PD의 역할이 명확히 분리되지 않은 것도 한국과 다르다.
"한국은 PD가 절대적인 권력을 갖고 있죠. 중소기업의 사장격이랄까요. 모든 인력과 시스템을 통솔합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방송사 사장이나 본부장 아닌 다음에야 스태프들이 PD 말을 안 들어요. 사회주의 체제여서 그런지 내가 맡은 일에만 신경쓰고 다른 분야는 관심 두지 않죠. 예를 들어 PD가 연출을 하고 나면 끝이예요. 편집이나 후반 작업은 전혀 신경쓰지 않죠. 프로그램은 전체가 어우러져야 완성도가 높아지는건데 말이죠. 작가라는 개념도 따로 없어요. PD가 연출도 하다가 작가도 하고, 전문적으로 분리가 안 돼 있어요. 또 제작진의 위상이 너무 낮아요. 스타 파워가 크다 보니 출연자를 콘트롤 하지 못하는거죠. '정글의 법칙'에서 출연자를 굶기고 고생시키는 이런 건 기존 중국 예능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인거예요. 그러니 현지 시청자 사이에서 '이건 한국 제작진이니까 가능한 프로그램'이라는 반응이 나오는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용재 CP가 "예능 한류, 오래 갈 수 있다"라고 힘 주어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광전총국의 규제가 역으로 한국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화되는 규제가 한국에게 큰 걸림돌임은 분명합니다. 근데요. 이게 또 기회라는거예요. 방송 횟수가 제안되면 방송사는 그 시간대를 또 어떤 프로그램으로 메워야할지 고민이 되겠죠. 거기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개발 해서 들어가야합니다. 물론 포맷 수출로는 힘들거예요. 하지만 중국에 깊게 들어가서 그들과 융화되면 영원히 갈 수도 있는게 한류죠. 극복하면 한류는 끝나요. 두렵다고 멈추면 끝인거죠. 규제하면 거기에 맞게 대책을 마련해서, 점차 진화되면서 가면 됩니다."
한국 제작진의 중국행에 대해 일각에서는 '인력 유출'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권리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노하우만 뺏길거라는 비관론도 있다. 김 CP는 기술적인 노하우는 몰라도, 한국 예능 특유의 창의성은 쉽게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새로운 콘텐츠가 나오기 위해서는 아직 구조적으로 개선돼야 할 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규제로 막고는 있지만 중국은 아직 경험이 많지 않아요. 창의적 기획이 나오는데는 환경적으로 한계가 있어요. 노래 프로그램이 뜨니까 여기저기서 많이 만들지만 결국 다 비슷해요. 리얼 버라이어티도 많이 나오지만 다 게임 구성이죠. 물론 2~3년 지나면 기술력으로는 한국 예능을 따라 잡을 수 있어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결국 방송은 창의적인 콘텐츠 싸움이거든요. 작가와 PD의 분리가 안 돼 있고, 연기자 콘트롤이 어려운 점, PD가 직접 편집을 안 하고 협업이 안 되는 구조. 이런 시스템 안에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 힘들죠. 한국 같은 경우는 모든 과정이 유기적이잖아요. 연출을 하고 돌아와서 편집하면서 부족했던 점을 체크하고 스태프들과 긴밀하게 이야기 나누고, 이렇게 해야 다음에 발전이 있거든요. 그렇게 시스템이 개선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거고, 그 동안에 한류는 충분히 계속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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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적 차이를 인지했으면 그걸 바꾸려고 할 게 아니라 잘 조율해서 가야죠. 한국식으로 생각하고 진행하면 안 돼요. 제 경험상 최적의 제작 방식은 80%를 중국 스태프들에게 맡기돼, 20%의 핵심적인 부분만 한국 제작진이 관여하면 된다는 겁니다. 한국 제작진이 일일이 다 하려고 하면 프로그램 질은 높을지 몰라도, 현지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기 힘들어요. 한국 발상에서 자막을 아무리 잘 뽑아도 중국사람은 웃지 않거든요. 그걸 깨닫고 버릴건 버리고 핵심만 가져가야 하는 거죠. 조명이나 각도 이런 기술적인 면이 조금 달라도 상관없어요. 중요한건 정서와 공감대가 맞느냐예요. 좋은 중국 제작진과 함께 연합해서 가야 돼요."
결국 이야기는 다시 중국 방송사와 파트너십으로 돌아온다. 김 CP는 방송사와 협업에서 현재 미치는 영향력 보다는 앞으로 발전 가능성, 무엇보다 '절박함'에 크게 기댄다고 말했다.
"제가 방송사를 선택할 때는 이 프로젝트에 대한 결정권자의 절박함을 봅니다. 그래야 적극적으로 우리를 도와줄테고, 조금이라도 성공 가능성이 커지는 거죠. 우리가 그 방송사에 있어 '원 오브 뎀'이면 승부수가 안 납니다. 좋은 인력과 시간대, 인기 출연자 등 기본 전제 조건이 돼야 성공할까 말까해요. 보통은 제작사를 통해 편성 받기에 바쁘지만, 우리는 방송사와 직접적으로 논의를 합니다. 이 또한 차별화가 되는 부분이죠."
김 CP는 많은 프로그램을 론칭 시키는 게 중요한게 아니라, 프로그램을 성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타석에 들어설수록 타율은 떨어진다. 철두철미한 준비로 타율을 높이는 것이 끊이지 않고 다음 기회를 잡는 전략이다.
"첫 번째 목표는 '런닝맨'으로 분위기를 압도하는거였는데 성공했죠. '정글의 법칙'으로 2성을 1성으로 끌어 올리는 것이 두 번째 계획이예요. 다음에는 중국 제작사와 연합해서 다시 센세이션을 일으킬겁니다. 지금 '쾌락대본영' 제작자와 손잡고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죠. 그 다음은 뉴미디어와 접목을 생각하고 있어요. 드라마와 게임을 연결을 시킨 콘텐츠도 구상 중이예요."
김 CP는 벌써 세 번째, 네 번째 목표는 물론 그 다음 방향까지 그리고 있었다. 너무도 막힘없이 말하는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미 그 꿈 같은 일들이 현실화 되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한류 예능으로 중국을 넘어 베트남과 남미, 미국, 유럽까지 진출하겠다는 포부다.
"베트남에서도 공동제작을 준비 중이예요. '우리의 법칙'에서 시도한 '콘텐츠 커머스'도 같이 가져 갈겁니다. 베트남의 경우 광고 규제가 없어서 우리 제품을 진출시키기에는 더 없이 좋은 기회죠. 그 다음 태국도 진출해야죠. 태국을 잡으면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가 다 장악이 됩니다. 8월에 멕시코로 가서 남미 쪽으로 활로를 열 계획입니다. 미국과 유럽 진출을 염두에 두고 이미 유통사와 접촉 중이예요. 대륙을 장악하면, 글로벌로 가는 문이 열립니다."
winter@sportschosun.com, ran@, 사진=뉴미디어팀 이새 인턴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