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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국내 최초 좀비 재난 카드를 과감히 스크린에 꺼낸든 연상호(38) 감독. 감히 시도하지 못했던, 감히 성공을 예측하지 못했던 그가 제대로 판을 벌였고 마침내 사건을 만들었다. 충무로 새 바람을 일으킬 천재 감독이 탄생했다.
"처음 '부산행'을 실사영화로 만든다고 했을 때 확신에 찬 이들은 감독인 저와 제작을 맡을 영화사 레드피터, 그리고 투자·배급을 담당하는 NEW뿐이었죠. 딱 이 세 집단만 확신에 찼어요(웃음). 나머지는 '이게 잘 되겠어?' '시도는 좋은데 안될 것이다'며 개봉 당일까지 근심, 걱정만 늘어놨죠. 그래도 전 될 거라 생각했어요. 물론 지금처럼 이렇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을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지만 중박은 할 거라 예상했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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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충무로에서 극히 드문 '아침형 감독'이었던 연상호 감독은 영화계 관례처럼 굳혀진 늦은 밤, 새벽까지의 촬영을 일체 배제했다. 규칙적인 환경으로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컨디션을 조절했다는 후문. 또한 불필요한 예비 컷을 찍지 않고 정확히 필요한 컷만 촬영해 제작비 절감에 일조했다는 것. 덩달아 시간도 단축할 수 있어 애초 계획된 70회차에서 67회차로 촬영을 단축하는 '초능력'을 선보였다. 가편집은 이틀, 최종 편집은 한 달 만에 끝내는 신공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어떻게 찍어나?' 싶기도 해요. 하하. 기라성같은 많은 선배 감독들에 보다 한참 부족한 실력이지만 그 속에서 굳이 강점을 꼽자면 애니메이션으로 다져진 화면 구성력이 있지 않을까요? 애니메이션은 다들 알다시피 예비 컷이 존재하지 않아요. 쓸 프레임만 만들죠. 그래서 처음 '부산행'을 촬영할 때도 예비 컷을 만들 생각조차 못 했어요. 계획했던 화면 구성대로 찍기만 하면 되는데 왜 예비 컷을 찍어야 하는지 이해되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시간도 단축됐고 일찍 퇴근이 가능했죠(웃음). 나홍진 감독이 '곡성'을 편집할 때 저도 '부산행'을 편집하고 있었는데 제가 편집을 다 끝낼 때까지도 '곡성'을 붙잡고 있더라고요. 하하. 그때 나홍진 감독과 술 한잔 기울였는데 8개월째 편집만 하고 있다고 토로하더라고요. 전 거기에서 '난 이틀 만에 끝냈는데?'라며 얄밉게 자랑하기도 했죠(웃음). 물론 영화적 성격이나 호흡이 달라서 편집 시간의 차이가 있었겠지만 '부산행'은 최대한 군더더기 없게, 깔끔하게 마무리 짓고 싶었어요."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영화 '부산행' 스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