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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3년 전, 맨땅에 헤딩하듯 할리우드에 진출한 김지운(52) 감독이 오랜만에 국내 영화로 돌아왔다. 아주 차갑고 아주 뜨거운 콜드 누아르 '밀정'(김지운 감독, 영화사 그림·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작)으로 말이다. 그는 치열했던 할리우드에서, 그리고 다시 돌아온 충무로에서 어떤 변화를 느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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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화를 처음 만들 때부터 흥행에 대한 야심은 버렸어요. 다들 그렇게 안 보는데 의외로 흥행에 대한 부분은 소박하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편이죠(웃음). '이번에는 이런 장르를, 이런 이야기를 해봤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시도했다가 반응이 좋지 않으면 '이번에는 아닌가 보다'라고 마음을 다독이죠. 떠나간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이미 돌아선 마음은 제가 아무리 애를 써도 되돌릴 수 없다는걸 잘 알죠. 실패할 때 스스로 교훈을 곱씹고 다음을 기약하는 편이에요. 사소한 것까지 일희일비하는 건 자기 에너지만 소모할 뿐, 아무런 도움이 안 돼요. 영화판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죠. '라스트 스탠드'가 객관적으로 실패했지만 크게 낙담하지 않아요. 분명 그 실패 속에서도 배운 점은 있으니까요. 늘 최악의 상태를 생각하는 스타일이라 충격도 덜했어요. '밀정'은 '라스트 스탠드' 때보다 평이 좋은데 그래도 안심할 수 없죠. 흥행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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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피한 이야기이지만 전작에서는 '될 때까지, 끝까지 해보자'라며 욕심을 부렸거든요. 무리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그런 희생으로 오는 성공이 주는 쾌감이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할리우드에서는 감독에게 시간 압박을 많이 줘요. 그래서 한국에서처럼 '어떻게 찍을까?' '어떻게 보여줄까?' 이런 고민을 촬영 현장에서 할 수가 없죠. 그래서 필요한 건 미리 생각하고 빨리 잡아내야 하는 능력이 필요했고 많이 숙달됐죠. '밀정'을 촬영하면서 송강호나 스태프들에게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변했다'며 칭찬받기도 했어요(웃음)."
스스로 변화를 느꼈다는 김지운 감독은 '밀정'이 자신의 영화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날 중반기라 평했다. 이전의 김지운과 앞으로의 김지운을 보여줄 작품이라는 것. 실패도 성공도 확신할 수 없지만 어찌 됐건 오랜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적당히 안정적으로 연착륙했다고 웃었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