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감독 봉만대 vs 배우 봉만대

기사입력 2016-10-15 09:09


감독 봉만대를 SBS 목동 사옥에서 만났다. 지난 9월 영화 '한강블루스'를 통해 주연배우로서의 몫을 다 해낸 봉 감독은 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와 소감을 이야기 했다. 사진=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배선영 기자] 영화 감독 봉만대만큼이나 아티스트 봉만대라는 수식어가 익숙해졌다. 그가 직접 연출하고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제목 '아티스트 봉만대'(2013)의 영향도 있겠지만, MBC '라디오스타' 출연 한 번에 확실한 캐릭터를 구축해 영화 감독 이상의 활약상을 보여준 덕분이다. 최근 수년간 그의 행보는 단연 인상적이었다. 여러 방송을 통해 감독이지만 웃긴 캐릭터인 동시에 그만의 작품 세계가 확고한 아티스트 이미지로 대중에 각인됐다. 여기에 최근에는 이무영 감독의 영화 '한강블루스'에 주연으로 출연해 우리 사회 속 소외자들의 상처와 치유 과정을 그린 묵직한 울림의 극을 이끌어가기도 했다. 스스로는 자신을 감배(감독 겸 배우)로 칭하지만, 사실은 씨네 아티스트라는 수식어가 가장 마음에 든다는 봉만대를 SBS 목동 사옥에서 만났다.

'한강블루스'는 정확하게는 그의 첫 주연영화도 첫 연기 데뷔작도 아니다. 이미 스스로 연출까지 한 '아티스트 봉만대'에서 주연으로 출연한 적이 있으며 그보다 더 전 영화 '신부수업'(2004)이나 '핸드폰'(2009) 등, 또 최근에는 '프랑스 영화처럼'(2016)까지 다양한 작품에 특별출연이나 단역, 조연의 형태로 얼굴을 비춘 적도 제법 된다. 하지만 다른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스스로도 이 사실을 되새기다 새삼 놀라는 눈치다.

"지금은 (연기) 은퇴 선언을 했다는 류승완 감독도 과거 영화 속에서 연기를 한 적이 있었고, 감독이 배우의 역할까지 같이 한 사례는 생각보다 제법 있어요. 양익준 감독도 주인공으로 출연한 적이 있잖아요. 그런데 다른 감독의 작품에 주인공으로 출연한 감독이라…제게도 처음 있는 일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처음있는 일일 수도 있겠군요."


사진=영화 '한강블루스' 스틸
결과적으로 처음이라는 의미 부여를 하게 된 셈이지만 이 영화에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것이 그에게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이무영 감독과는 절친한 사이지만 친분만으로 선뜻 출연을 결정하기에 '한강블루스'의 장효 역할은 무거웠기 때문이다. 제안을 받고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것만으로도 심적 부담이 상당했다. 처음에 그는 연거푸 이 제안을 거절했다. 그렇지만 결국 수락하게 된 것은 그 역시 감독이었기 때문이란다.

이무영 감독은 장효 역할에 적합한 배우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런 이 감독에게 허진호 감독이 '배우' 봉만대를 추천했다. "연기적 훈련은 덜 됐겠지만 어설프게 알려진 배우를 쓰느니 어느정도 알려졌으면서도 신선한 느낌을 주는 봉만대 감독을 장효 역할에 써보는 것이 어떠냐"는 것이 허 감독의 의견이었다. 이무영 감독은 결국 봉 감독에게 자신의 시나리오를 내밀었고, 그런 그의 심정을 누구보다 이해할 수밖에 없는 봉 감독은 결국은 그의 카메라 앞에 서게 됐다. 결과는 기대 이상. 그는 무리없이 극을 이끌었고 장효 역할에 젖어들었다. 봉만대스러우면서도 장효스러운 캐릭터가 구현됐다.

"첫 테이크에서 거의 OK가 나긴 했어요. 그렇다고 이무영 감독이 제 연기에 만족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아마도 현실적인 한계점과 타협한 것 아닐까요?" 그 스스로도 감독이기에 캐스팅 단계에서의 이 감독을 이해했듯, 촬영 과정에서의 이 감독도 잘 이해한 봉 감독의 솔직한 소감이었다. 그럼에도 끊이지 않는 연기 칭찬에 그는 장효에 접근한 자신의 방식을 이야기 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장효 역할을 하게 됐을 때는 감독의 시선에서 바라봤어요.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었죠. 그러다 장효를 표현하는 배우의 입장이 되면서는 여러 생각들이 들었지만 '결국은 나'라고 생각하며 연기했어요. 처음에는 장효라는 사람을 이해하려 애쓰다가 그냥 장효와 같은 상황에 놓인 봉만대라고 생각한 것이죠. 연기를 해보니 어땠냐고요? 배우가 가장 고통스럽고 힘든 직업인 것 같아요. 앞으로는 촬영할 때 배우의 입장에서 스케줄을 배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혹 다시 연기를 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연기에 욕심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자연스럽게 할 계기가 생기면 그렇게 되지 않겠나"라고 말한다. 당장 정해진 계획도 있다. 그는 개그우먼 이세영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19금(禁) 소재의 웹드라마에 출연할 계획이다. 아무래도 가까운 시일 내 배우 봉만대의 모습을 또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렇듯 자신의 영역을 구태여 제한하지 않고 활발히 활동 중인 봉만대에게 이제 감독이라는 말만으로는 수식하기 어려워졌다고 하자, 그는 "난 스스로를 감배(감독 겸 배우)라고 칭하긴 하는데, 가장 마음에 드는 수식어는 아무래도 씨네 아티스트다"라며 자신을 규정지을 적합한 단어를 찾아냈다. 확실히 그는 범인은 아니다.

sypova@sportschosun.com 사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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