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토크③] 유아인 "제임스딘? `청춘의 아이콘`으로 기억되고 싶다"

최종수정 2016-10-20 09:29
◇ 영화 '사도'로 지난해 열린 제36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유아인. 데뷔 11년 만에 첫 주연상으로 뜻깊은 한해를 보낸 유아인이 스포츠조선 '출장토크'에 응답, 그날의 환희와 기쁨, 이면의 부담감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뉴미디어팀 이새 기자 06sejong@sportschosun.com·이정열 기자 dlwjdduf777@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명실상부 배우 유아인(30)은 '청춘의 아이콘'이다. 반항기 가득한 눈빛,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머리부터 발끝까지 흐르는 치명적인 매력까지 모두 탑재한 그에겐 이보다 더 완벽한 수식어는 없을 것이다. 사시사철 싱그럽고 푸릇푸릇한, 또 활활 타오르는 열정을 가진 청춘. 자신의 이미지에 부응하고자 남들보다 한 발 더 먼저 나아가고 진화하려 애쓰는 유아인이다. '퇴보하느니 차라리 사라지겠다'라는 뚝심을 짊어지고 그게 꽃길이건 가시밭길이건 두려워하지 않고 쉼 없이 직진한다.

덕분에 유아인은 공사(公私)가 너무나 다망(多忙)한 삶을 13년간 보내고 있다. 이런 '청춘' 유아인이 부러워 뮤즈로 삼는 또래도 많지만 반대로 이런 그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이들도 많기에 그의 뒤는 늘 시끌시끌하다. 사람은 모름지기 쏟아낸 만큼 소진하기 마련인데 어찌 된 영문인지 유아인은 지치지도 않아 상대를 좌절하게 만들 때도 한두 번이 아니다. 청춘이라는 호기 하나로 버티는 것도 한계일 것. 천성이 호랑이 기운을 타고난 것인지, 악바리 근성으로 버티는 건지 궁금할 따름이다.

"푸하하. 늘 공사다망해 맨날 지쳐요. 단 하루도 빠짐없이 매번 지치죠. 생각해보면 전 정신력이 뛰어난 애는 아니에요. 연약하기 그지없죠. 하지만 남들과 다른 건 계속 자신을 다잡으려고 하는 거예요. 본질적인 힘은 약한 편인데 제 안의 의지는 강한 편이에요. 굳이 안 드러내도 되는 치부를 너무 잘, 자주 드러내 피해를 많이 보기도 했고 매번 반성도 하지만 전 그런 시련 속에서 스스로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도 스스로 단점을 말하고 다녔어요. '전 혀가 짧아요' '발성이 문제죠'라면서요. 지금은 연기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으니까 이런 단점에 대해 더 많이 받아들이고 기꺼이 내보이려고 해요. 대신 제가 이런 단점을 어떻게 극복하려 노력하는지 보여주고 싶고요. 속된말로 '세상의 모든 구림과 못남이 내 안에 있다'고 늘 되새겨요. 하하. '베테랑'(15, 류승완 감독)의 조태오 같은 인물을 이해하는 것도 이런 지점이지 않을까요? 물론 용서하고 칭찬하고 싶다는 말은 아니니까 오해 없으시길 바라요. 이게 제가 인물을 이해하는 방식이거든요. 조태오도 청춘이죠. 굉장히 못생긴 청춘이면서 나약하고 불쌍한 청춘이기도 하고요. 하하. 제 안에는 다양한 면모들이 있어요. 예쁘기도 착하기도 하고 친절하기도 하죠. 반대로 촌스럽고 얄팍하며 별의별 나쁨이 혼재된 면모도 있어요. 제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모두가 그런 거잖아요. 모두가 공사다망한 삶을 살고 있죠. 특히 청춘이라면 더욱 그렇고요. 전 지금 청춘의 한복판에 서 있으니까 당연히 공사다망하죠."


혹자는 이런 유아인에게 할리우드에서 '청춘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제임스 딘을 언급하는 이들도 있다. 제임스 딘은 고작 세 편의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지만 1950년대 할리우드 영화의 핵심으로 떠오른 인물. 특히 '이유 없는 반항'(55, 니콜라스 레이 감독)에서 제임스 딘은 풍요롭고 평화로운 미국 사회 내 투쟁할 가치가 없어 고뇌하는 청춘의 얼굴을 그려내 입지를 다졌다. 불꽃처럼 연기 혼을 펼쳐 50년대 여성들을 설레게 한 미남 스타였지만 마치 빠르게 타고 남은 불꽃의 재처럼 만 24세에 요절한 비운의 스타이기도 하다. 짧고 굵게 강렬한 청춘의 얼굴을 꺼낸 제임스 딘은 지금까지도 '청춘의 아이콘'으로 불리고 있는데 유아인 역시 제임스 딘을 떠올리게 하는 매력으로 '한국판 제임스 딘'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전 제임스 딘만큼 멋있지 않지만 그래도 굳이 꼽자면, 제임스 딘보다 진폭이 큰 청춘의 아이콘이지 않을까요? 하하. 청춘의 시기에 있으니까 가장 아름답게 청춘을 보여주고 싶고 다양한 청춘의 심리, 청춘의 현재, 그리고 미래를 제시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게 제 남은 과제이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굳이 손들고 나서서 '청춘을 대표하겠다'라는 것은 아니에요. 단지 가능하다면 '청춘의 얼굴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배우로 보여지고 싶은 거죠. 그게 또 제가 지금 이 순간 제일 잘할 수 있는 연기이기도 하고요. 10대 때 데뷔해 지금은 서른한 살이 됐어요. 전 늘 청춘을 연기하려고 했고요. 그런 키워드를 품고 연기 생활을 이어왔던 것 같아요. 어느 날 그게 내 발목을 잡게 될 치명타가 될 수도 있지만요. 유아인이라는 배우를 떠올렸을 때 연기력, 외모를 떠나 평안한 삶을 살지 않았다는 잔상이라는 게 있잖아요. 태풍이 치고 천둥 번개가 치는 느낌이랄까요(웃음)? '청춘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가 굉장히 무겁고 막중한 책임감이 따른다는 알고 있어요.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걸 알지만 힘들고 어렵다고 버리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그럴수록 더 유연하고 당당하게 '청춘의 아이콘'으로 살아가겠다는 욕망이 생기죠."


유아인은 가능하다면 '청춘의 아이콘'으로 대중에게 오랫동안 남고 싶다고 고백했다. 서른이 지나도, 마흔을 넘겨도, 설상 중년이 되더라도 청춘의 자화상 유아인으로 기억되길 바랐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청춘의 아이콘'인 유아인도 흘러가는 세월을 붙잡을 수 없다. 어느새 노화(?)를 느낀다며 한숨을 쉬는 유아인. 모두 웃음을 터트린 순간이다. 스스로 꼰대가 되어 간다며 꼰대처럼 행동하고 나서 집에 돌아와 이불킥을 할 때가 종종 있다고.

"할 수만 있다면 죽을 때까지 '청춘의 아이콘'으로 불리고 싶어요. 그런데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죠? 저도 변하더라고요. 꼰대가 되어 가요. 예전에는 동생들이 날 보며 '꼰대로 생각하면 어쩌지?'라며 애써 피했고 그래서 형들과 많이 놀았어요(웃음). 어린 친구들에게 못난 어른, 못난 형, 못난 오빠가 되고 싶지 않았거든요. 형들이랑 놀면서 귀염을 떨고 싶은 철부지 같다고 해야 할까요? 하하. 그런데 요즘은 달라졌어요. 동생들이 더 편해지더라고요. 그들이 절 얼마나 편하게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제가 그들을 편하게 생각한다는 거죠. 전 과거에 굉장히 폐쇄적인 사람이었고 혼자여야만 했던 사람이었어요. 그만큼 연약했던 사람인데 요즘은 많이 단단해진 기분이에요. 사람들에게 먼저 스스럼없이 다가가기도 하고 편하게 대하려고 하죠. 밖은 굉장히 무서운 곳인데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제 중심을 지킨다면 어떤 시련도 이겨낼 수 있죠. 더 나아가 무서운 곳에서 몸소 부딪혀 체득한 경험으로 저의 개선점을 돌아볼 수 있다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이만하면 '청춘의 아이콘'이라 할 만하지 않나요? 하하. 지금도 몸과 마음과 정신의 노화를 느끼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에요. 20대 초반만 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요즘엔 효과적으로 능숙해지는 모습을 간혹 느껴요. 빠른 길을 찾고 빨리 가려고 애쓰고 실패를 최소화하는 사람들을 지혜라고, 성숙이라고 말하지만 전 늦더라도 돌아가더라도 내가 원하는 지점에 기꺼이 몸을 던지는 게 진정한 성숙이라고 여기고 있어요. 전 세상이 말하는 성숙에 대해 요즘 많이 말쑥해진 것 같아요. 성숙이라는 말보다는 미끄덩해진 게 더 맞는 표현인 것 같아요. 하하."


두 시간 남짓 진행된 유아인의 인터뷰는 치열했던 그의 배우 인생을 설명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진솔하고 인간미 넘친 서른한 살 엄홍식을 만나기엔 적절한 시간이었다. 그는 최대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노력했고, 때론 너무 냉철하게 혹독하게 스스로 다그쳐 상대를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자신의 삶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자신감. 우리가 뜨겁게 사랑하고 아꼈던 유아인은 이런 사람, 이런 배우였다.


마지막으로 유아인은 지난해 극장을 찾아준 2천만명의 관객과 오랫동안 그의 곁을 지켰던 팬들, 가족들에게 지극히 평범한 감사의 인사를 꼭 남기고 싶어 했다. 유아인답지 않지만 어쩌면 가장 유아인다운 고마움이었다.

"제가 좋아하는 일들, 이 일을 사랑하기 위해 애쓰면서 살아왔어요. 앞으로도 이 일을 사랑하는 것으로, 좋은 이 일을 계속하기 위해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겠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었어요. 또 '행복하세요'라는 말도요. 진짜 많이 감사했고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뻔한 말 하고 싶지 않지만 이렇게라도 표현할 수밖에 없네요. 진심이니까 알아주시겠죠. 앞으로 제게 기회가 얼마나 남아있을지 모르겠지만 더 늦기 전에 꼭 하고 싶은 말이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진짜 열심히 할게요. 그리고 모두 행복하세요. 하하."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뉴미디어팀 이새 기자 06sejong@sportschosun.com·이정열 기자 dlwjdduf7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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