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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연기자'라는 이름표가 어색하지 않다.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오정연이 지난 11일 종영한 MBC 일일드라마 '워킹맘육아대디'(연출 최이섭·박원국, 극본 이숙진)을 통해 연기자로 첫발을 내딛었다. 출산만 강요할 뿐, 키우는 방법에 대해서는 함께 고민하지 않는 세상에서 부모라면 누구나 겪고 있는 육아전쟁백서를 사실적으로 그려내 워킹맘들로부터 뜨거운 공감과 호평을 이끌어낸 '워킹 맘 육아 대디'에서 오정연은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욕망 덩어리인 30대 초반 워킹맘 주예은 역을 맡았다.
"부담이 됐죠. 주연인데다가 갈등을 유발하는 중요한 캐릭터였으니까요. 그래서 더욱 이 역을 제게 믿고 맡겨주신 분들에게 폐를 끼쳐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감독님 작가님에게도 이 작품이 굉장히 소중했을 텐데 아무런 검정도 되지 않은 저에게 맡겨주셨다는 게 어마어마한 부담감으로 다가왔죠. 그분들이 '내 선택에는 후회가 없다'고 생각하실 수 있도록 하는 게 제가 해야 하는 몫이라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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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과 작가를 비롯해 자신을 믿어준 모든 이들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연습, 또 연습에 매달렸다는 오정연. 손에서 대본을 떼지 않고 읽고 또 읽으며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감정을 절제하는 게 가장 큰 덕목으로 꼽히는 '아나운서'였던 그에게 감정을 표출하고 표현해 내는 '연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감정이라는 걸 드러내는 게 가장 어려웠죠. 아나운서로 살고 8년이라는 시간동안 생방송을 하면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수 만가지의 감정이 들어도 표현하지 않고 백지 상태도 돌리는 게 습관화 됐었거든요. 진행자로 살 때는 감정 기복이 심하지 않고 일관성있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는데, 연기할 때는 가장 먼저 버려야 할 1순위 과제더라고요. 감정을 표현하고 드러내면서 '이래도 되나' 싶었던 적도 있었어요. 제가 쌓아왔던 것들을 깨부수는 작업이 필요했죠. 연기를 하는 6개월은 그런 과거의 제 모습을 차츰차츰 부셔나가는 과정이기도 했어요."
그럴 때 마다 가장 힘이 됐던 건 역시 주변 사람들이었다. 특히 '워킹 맘 육아 대디'에서 이미소 역을 맡은 홍은희는 오정연에게 가장 큰 힘이 돼 주는 존재였다. 오정연이 벽에 부딪힐 때마다 가장 따스한 이야기를 건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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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격려와 쉬지 않은 연습은 점차 TV 속 주예은에게 그대로 묻어나기 시작했다. 또한 오정연은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인 '발성'과 '발음'을 연기자로서 가장 잘 활용하는 법을 터득해 가며 주예은을 완성했다.
"발성, 발음이나 대사전달력에 대해서는 유일하게 모든 분들이 칭찬해주셨어요. 동료 배우분들도 표준어 발음에 대해 간혹 물어본 적도 있었죠. 제가 아나운서 시절에도 뉴스같은 딱딱한 프로그램보다는 말하듯이 진행하는 편안한 정보 전달 프로그램에서 더 두각을 드러냈는데, 그렇게 대화하듯 진행했던 것들이 연기할 때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갔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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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 없이 표정만으로 연기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런 저를 보는 게 부끄럽고 창피했어요. 자면서 '이불킥'하고 그랬죠.(웃음)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은 장면은 다시 찍고 싶고, 세상 사람들이 안 봤으면 좋겠고 그랬죠. 하지만 반대로 스스로 만족스러운 부분은 지인들에게도 한번 봐보라고 권하기도 했어요. 작품이 다 끝난 지금은 드라마를 다시 보면서 마음에 위안을 얻어요. 한발자국 지나서 보니까 제 연기를 조금더 객관적으로 평가하게 되고 감정적으로 몰입이 잘되더라고요. 드라마 뿐 아니라 가끔 대본도 다시 봐요. 대본 모두 손이 가장 잘 닿는 곳에 놔두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 봐요. 평생 가보로 간직할 거예요.(웃음)"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정재근 기자 ci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