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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웰메이드 기대작 '미씽나인', 어쩌다 용두사미가 됐나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7-03-10 10:41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MBC 수목극 '미씽나인'이 9일 종영했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4.2%(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이로써 '미씽나인'은 첫방송 시청률(6.5%)이 자체 최고 기록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쓸쓸히 퇴장하게 됐다.

사실 '미씽나인'은 방송 전부터 이슈가 많았던 작품이다. 국내 최초로 무인도 생존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한국판 '로스트'가 되는 것이냐는 기대를 모으기도 했지만 잡음도 일었다.

당초 기획 초기 단계에서는 '앵그리맘'의 김반디 작가가 집필을 맡았다. 이때까지만해도 '미씽나인'은 한국과 중국의 톱 아이돌이 탄 비행기가 무인도에 불시착하고, 극한 생존의 몸부림 속에 꽃피는 사랑을 그리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였다. 그러나 김반디 작가에서 손황원 작가로 변경되고 OCN '38사 기동대'의 한정훈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투입되며 지금과 같은 장르물로 변경됐다. 배우 캐스팅 문제야 어느 드라마에서든 발생할 수 있는 변수이지만, 작가진이 교체되며 작품의 성격도 완전히 달라진 셈이다.



이처럼 작품 기획단계에서부터 갈팡질팡한 것이 문제였을까. '미씽나인'은 첫방송 이후 반짝 호평을 얻는데에는 성공했지만 갈수록 산으로 가는 전개로 시청자의 지지를 잃어버렸다. 초반에는 비행기 추락 사고에서 유일하게 생존했지만 기억을 잃은 라봉희(백진희)를 중심으로 쫀쫀한 미스터리 추리극이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실제로 초반부터 류원(윤소희)과 이열(엑소 찬열)이 사망하면서 진범이 누구일지 손에 땀을 쥐는 두뇌 싸움은 가열됐다. 비록 시청률은 전지현과 이민호를 내세운 SBS '푸른 바다의 전설'에 밀려 저조한 편이었지만, 대작 종영 뒤에는 매니아층의 지원에 힘입어 시청률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마저 품게 했다.



그러나 중반부터 내용은 급격하게 틀어졌다. 최태호(최태준)의 알 수 없는 사이코패스적 성향이 부각되면서 무게중심이 완전히 뒤틀렸다. 무인도 생활을 할 때의 악행은 '자신의 생존을 위한 극한 이기주의' 정도로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무사히 살아돌아온 뒤에도 여전히 맥락없는 살인을 이어가는 탓에 피로만 누적됐다.

스릴러물, 추리물과 같은 장르는 어느 정도의 희생은 극적 전개상 불가피한 일인데 '미씽나인'은 출연진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했다. 파도에 휩쓸려도, 절벽에서 떨어져도, 뒤통수를 가격당해도, 차량이 반파되어도, 칼에 찔려도 등장인물들은 끊임없이 살아돌아왔다. 비행기 추락에서 이렇게 많은 생존자가 나타났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까운 일인데 죽여도 죽지 않는 캐릭터의 향연은 '미씽나인'이 좀비물은 아니었을지 의구심을 갖게 했다.


여기에 난데없이 등장하는 개그신은 분위기를 전환시키기는 커녕 맥을 끊는다는 혹평을 불러왔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엔딩신이다. 9일 방송된 마지막회에서는 서준오(정경호)의 일갈에 최태호가 죄를 뉘우치고 모든 이들이 라봉희의 집에 모여 페인트칠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토록 악랄했던 최태호가 뜬금없이 개과천선하는 모습도 다소 설득력이 부족했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원수를 너무나 쉽게 용서하고 함께 어울리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었다. 마지막 10분 동안 모두가 행복해져야 한다는 강박관념만 전해졌을 뿐, 그 흔한 권선징악의 메시지조차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 만약 '미씽나인'이 초반 기획의도대로 흘러갔다면, 혹은 제작진 교체 없이 뚝심있게 밀고 나갔다면 또다른 작품이 됐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다만 작품이 설득력도, 개연성도 없이 막장으로 흘러가는 동안에도 배우들은 혼신의 힘을 다했다는 점은 인정할 만하다. 절대 악인 최태호 역을 맡은 최태준은 섬뜩하고 날선 눈빛 연기로 희대의 살인마를 소화했고 정경호는 느물거리는 능청스러운 연기력을 뽐냈다. 백진희 또한 전작 MBC '내딸 금사월'에서 쌓은 '고구마 여주인공' 이미지를 벗고 섬세한 감정 연기로 호평받았다.

'미씽나인'은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한, 용두사미 드라마로 끝나버렸다. 그 후속으로는 하석진 고아성 주연의 '자체발광 오피스'가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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