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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배우 김성규가 '범죄도시' 양태 역을 완벽히 소화하며 대중에게 강렬한 존재감을 알렸다.
양태 역의 맡은 김성규는 다른 파 보스의 어머니의 고희연까지 뒤집어버리는 극악무도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위기에 몰렸을 때 흔들리는 깊이 있는 눈빛 연기까지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연출자 강윤성 감독이 '메소드 배우'라고 극찬을 했을 정도. 하지만 실제 인터뷰를 위해 만난 그에게는 극중 살벌하고 잔혹한 양태의 모습은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젠틀하고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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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출연 배우 분들은 개봉 전 편집본을 본 분도 계신데 사실 저는 VIP 시사회 전까지는 보지 못했어요. 영화가 워낙에 수위가 있는 편이어서 이런 류의 영화를 싫어하는 분들이 많진 않을까 걱정도 컸어요. 그런데 편집본을 본 분들이 하나같이 재미있다고 하더라고요. 보면 안다고 단언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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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양태의 극악무도한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던 이수파 두목 장이수(박지환)의 어머니 고희연 장면. 양태는 마스크를 한 채 살벌하게 눈을 번뜩이며 등장, 즐거운 고희연 축제 현장을 소화기를 뿌리며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임팩트가 강한 장면이니 만큼 김성규는 촬영 당시 부담도 컸던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그 장면을 촬영할 때 스태프는 물론 보조 출연자 분들도 굉장히 많았어요. 그런데 제가 소화기를 뿌려서 실수하면 다시 다 세팅하고 다시 시작해야 했어요. 감독님은 부담 갖지 말고 편안하게 하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긴장이 안 될 수 있겠어요.(웃음) 그래서 실수 안하려고 정말 노력했어요. 저랑 친한 지인이 그 장면을 보고 '그 장면에서만큼은 양태가 아니라 성규 형이더라. 진짜 실수 안하려고 열심히 뿌리는 게 보이더라'라고 말하더라고요. 다행이 실수 없이 한 번에 촬영했어요. 정말, 정말 다행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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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범죄도시' 특유의 '날 것 그대로'를 보는 것 같은 액션 장면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액션스쿨에서 훈련을 받았었는데 현장에서 바뀐 부분들이 많았어요. 물론 어느 정도의 합은 맞췄지만 허명행 액션 감독님께서 '카메라 의식하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마음대로 해라'라고 허더라고요. 그래서 촬영하다가 넘어지고 뒤엉킨 적이 많은데, 그래서 '범죄도시' 특유의 날 것의 액션이 잘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성규는 양태라는 인물의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시나리오에는 나오지 않는 캐릭터의 뒷이야기를 생각하고 그에 맞게 대사 아이디어를 내는 등 양태에게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그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다."양태라는 인물이 어쩌면 전형적으로만 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나름대로의 양태의 전사(前史)를 생각해 봤어요. 양태는 어떻게 하다가 장첸파와 어울리게 됐을까. 왜 이렇게 무자비할까 같은. 북한이나 중국의 가난한 지역에 꽃제비(먹을 것을 찾아 일정한 거주지 없이 떠돌아다니는 어린 아이들)로 자란 친구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봤어요. 먹을 것도 쉴 곳도 없이 지내다가 길에서 객사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자란. 그래서 양태는 장첸파와 함께 다니면서 먹고 싶은 걸 그때 그때 먹고 편하게 잘 수 있는 곳이 생긴다는 게 너무너무 좋았던 거죠. 영화 말미에 양태가 중국어로 '배고프다'라고 하는데, 사실 그 대사도 대본에는 없던 거였어요. 나름 전사를 생각해서 마지막에 그런 대사를 넣으면 좋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감독님께 말씀드렸는데, 감독님이 흔쾌히 좋다고 말해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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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함께 연극을 함께 하는 많은 지인들이 영화가 나오기 전에 '편집이 많이 될 거다.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라'고 말 했었어요. 그런 경험이 있는 연극배우들이 정말 많거든요. 저도 친한 연극배우 선배가 영화를 찍었다고 해서 보러 갔는데 조금 나오고 다 편집돼 버린 경우를 정말 많이 봤었거든요. 그래서 영화가 잘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지 제 분량에 대한 기대는 전혀 하지 않았죠. 그런데 영화를 보니까 저 뿐만 아니라 함께 했던 모든 배우와 캐릭터들이 다 살아있어서 굉장히 놀랐어요. 그냥 소비되어버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감독님께 너무나 감사하죠. '범죄도시' 뿐 아니라 앞으로 새로운 얼굴들이 많이 포진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다고 평가받는 많은 작품들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한편, '범죄도시'는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정재근 기자cjg@, '범죄도시'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