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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한국 대중음악계의 거장' 정태춘 박은옥이 데뷔 40주년을 맞아 나눔의 장을 마련했다.
7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정태춘은 "41년차다. 사실 40주년이라고 해서 특별한 소회는 없다. 이미 노래 창작을 접은지 오래다. 시장에서 빠져나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특별한 소회는 없다. 어쨌든 일을 벌이며 만난 사람들, 팬들 반응을 보며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느꼈다. 나의 이야기를 오랫동안 진지하게 들어준 분들이 많다는 점에 감사하다. 10년 전 박은옥 30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를 했고 10년 뒤 40주년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 활동이 많지 않았다. 40년 결산을 하며 얼마나 성과가 있었는지, 그 성과를 나눌만한지 깊이 있게 생각하진 못했다. 지인들이 그냥 지나가면 안된다고 해서 이야기가 시작됐다. 우리가 무엇을 고민하고 표현했는지, 그리고 그런 것들이 당대 예술가에게 어떤 영감을 줄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프로젝트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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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춘은 "'아 대한민국'은 지금 잘 안듣는다. 불편하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 노래만이 나에겐 정답이었다. 저항하는 가수가 되겠다거나 가수 활동을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 속에서 나온 게 아니라 나의 분노에서 나온 앨범이다. 내 마음 속에 그런 분노가 없고서야 그런 노래를 어떻게 만들 수 있었겠나. 그 당시에는 노래의 미학, 고정관념 등을 고민할 필요 없이 내 안에서 솔직하게 나오는 분노를 담아낸 자연스러운 앨범이었다. 그 이후 음악들이 조금씩 변화되는 과정에서 나는 그냥 나의 생각에 충실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우리끼리 얘기하는 내용이 하나 있다. 주위에서 네 번째 깃발을 들라고 하더라. 첫 번째가 전교조 합법화를 위한 싸움을 했던 것, 두 번째는 검열 철폐 운동을 한 것, 세 번째는 미군기지 확장 반대를 위해 싸웠던 것, 그리고 네 번째 깃발을 들 때가 되지 않았냐는 얘기를 한다. 내 문제의식에 공감하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산업주의, 시장 자본주의에 부합되지 않는 건 모두 사장되는 사회에서 그 시장 밖의 무언가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시장 매커니즘을 통하지 않고도 대중과 공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자는 화두가 우리 내부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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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태춘은 원래 서정적인 노래를 했던 사람이다. 가사가 검열에 걸려 묵음처리로 최초로 저항을 표현하며 지나왔다. 초기 노래들은 개인의 일기였고, 80년대 후반부터는 사회의 일기였다고 한다. 그 얘기가 가장 적합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옆에서 지켜볼 땐 초기 노래를 사랑하셨던 많은 분들이 변했다고 충격받고 배신감도 느낀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아 대한민국' 음반을 낼 때는 또 다른 세대를 만나며 호흡했다. 우리가 사실 공연을 하면 굉장히 관객층이 많이 다르다. 나는 항상 정태춘의 노래는 모두 관통하는 한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여전히 서정성 서사성을 꾸준히 갖고 있다. 물론 6년을 혼자 외롭게 싸워서 가장 안타까웠다. 나라도 열심히 도와야겠다 싶어서 각 대학 공연장을 다니며 사전검열제도가 왜 없어져야 하는지를 피력했다. 다행히 6년만에 법이 없어져서 후배들이 다양한 자기 색과 이야기를 할 수 있게된 게 정태춘이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또 "방시혁 씨가 서울대 졸업 축사를 하며 '이렇게까지 된 데는 분노가 동력이 됐다'는 얘기를 들으며 의외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도 분노와 불평이 뭔가를 만든다는 생각을 하며 사적으로 정태춘을 떠올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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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춘은 "전국투어 공연은 11집 마지막 수록곡 타이틀인 '날자, 오리배'로 했다. 기념 앨범을 내자는 제안에 딸이 구체적으로 콘셉트를 얘기해줬다. 지금의 목소리로 젊은 시절의 노래를 하라고 해서 기본적으로는 그것을 수용하고 신곡 두 곡을 꺼냈다. 방송 출연을 하며 만들게 된 '의연도'와 근래 힘든 일을 겪어서 벗어나 새 출발하자는 생각에서 만든 '연남 봄날'이다. 나는 좋았는데 박은옥과 딸은 별로라고 하더라. 이전에 발표한 '사람들' 가사를 다시 써서 '사람들 2019년'을 만들었다. 시사적인 내용이 들어갔다. 가족 이웃의 이야기가 얼핏 나온다. 전에 발표된 '사람들'에서 사람들이 죽는 내용을 다시 넣었다. 2017년 자료를 토대로 사회에서 어떤 죽음들이 있었는지 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노래를 닫았다고 얘기했는데 여전히 내 안에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중요한 이야기가 '차별'이라 생각한다. 그 이야기가 드러났으면 한다다른 노래에는 시사적인 내용이 전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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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옥은 "이번 음반에 정태춘 음악만 들어가기로 했었는데 나도 한곡 정도 불렀으면 좋겠다고 해서 '연남 봄날'을 만들어줬다. 지난 몇 년간 부침이 많았던 우리 가족을 생각하며 가사를 썼다고 하더라. 가사를 쓰면서 본인은 울컥했던 모양인데 정작 나는 그 감정까지 안 갔다. 서운해하더라. 그래서 그냥 본인이 부르시라고 했는데 역시 만든 사람이 부르는 게 더 감정 전달이 섬세한 것 같다. 아마 이번 앨범에서 정태춘이 가장 애착을 가지는 곡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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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옥은 "음악을 하며 내가 다음 생에 태어난다면 또 다시 음악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신 정태춘처럼 재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나는 40년 간 목소리로 표현했지 정태춘처럼 글을 쓰고 곡을 만들어보지 못해서 옆에서 보기에 참 부러웠다.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지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절망도 많이 느꼈다. 그만큼 음악이 없는 삶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 생에도 노래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태춘은 "초등학교 때 기타를 처음 만났다. 그러면서 바이올린을 배우고 창작을 했다. 그리고 얼떨결에 가수가 되어 상도 받았다. 사실 한단계 한단계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마구 진행된 노래 인생을 살았다. 나에게 주어진 환경 속에는 열정을 다해 뛰어들었다. 노래는 내 인생에서 거의 전부 다 였다. 노래로 나의 존재와 고민과 세상에 대한 메시지를 다 담아낼 수 있었다. 노래는 내 인생의 거의 전부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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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총괄감독은 "대중음악이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예술로 불리길 희망한다. 정태춘의 업적은 르네상스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붓글을 하고 한시도 짓는 등 여러 장르에서 활동하고 있다. 서정성을 담아낸 창작자, 80년대 말 시대정신을 담은 가수, 표현의 자유를 지켜낸 활동가로서 활동해왔다. 지금에 와서 40년을 돌아보는 것이 지금의 예술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활동을 한 것인지가 고민이다. '시장 밖 예술'이란 키워드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준흠 수석프로그래머는 "정태춘 박은옥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독보적인 분들이다. 대중음악은 제3의 영역이다. 딴따라라고 불리는 게 아쉽고 안타깝다. 이제는 다시 우리가 찾아가는 의미를 담았다"고 덧붙였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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