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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정유나 기자] '아이콘택트'가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의 주선으로 '이춘재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 동안 옥살이를 한 윤성여 씨와, 오랫동안 그를 믿어준 단 한 사람인 박종덕 교도관의 감동적인 눈맞춤으로 억울한 이의 심정에 공감하는 시간을 선사했다.
윤 씨는 "박 교도관이 저에게 '여기서 살아남는 길은 너의 인내심이다'라며 사회에 나갔을 때를 미리 준비하라고 해 주셔서 검정고시도 치고, 자격증도 땄다"며 "한 줄기 빛 같은 사람"이라고 고마워했다.
그리고 현재 충주구치소에서 근무 중인 박종덕 교도관 또한 눈맞춤방을 찾았다. 그는 윤 씨에 대해 "교도관과 수용자로 만났지만, 동생으로 느낀다"며 "교도소에서 16년 정도 같이 있었고, 지금까지 총 27년 동안 만나고 있다. 무기징역이라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성실한 그는 교도관 생활 중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수감자였고, 그런 그를 만난 저는 '행복한 교도관'이다"라고 돌아봤다.
마침내 눈맞춤방에서 마주한 박 교도관과 윤 씨는 담담하지만 울컥한 눈맞춤을 나눴다. 박 교도관은 "힘들지 않냐고 할 때마다 괜찮다고만 했잖아. 내가 너였으면 진짜 못 살았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어"라며 지난 세월을 돌아봤다. 이에 윤 씨는 "1000명 중 한 명도 믿을 사람이 없지만 형님은 믿어 주셨잖아요. 그걸 절대 말로 다 헤아릴 수 없어요"라며 "난 여태까지 형님 덕에 살아있는 거예요"라고 진심을 전했다. 하지만 박 교도관은 "내가 너한테 해 준 게 뭐가 있다고..."라며 "인고의 세월 아니야. 요즘 널 보면 우울해 보이는데...아니야?"라고 윤 씨의 속마음을 물었다.
그러자 윤 씨는 "이춘재가 자백했다고 해서, 내가 아직 누명을 벗은 게 아니에요. 재판이 끝나 봐야 아는 거니까요"라며 "또 누명을 씌운 사람들을 원망한들 30년은 되돌릴 수 없어요"라고 담담히 말했다. 이어 "이춘재가 재판에 또 나온다면, 왜 그랬는지...왜 그런 끔찍한 사건을 저질렀는지 꼭 묻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윤 씨는 분위기를 전환시키듯 박 교도관에게 쓴 편지 한 통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늘 베풀어주시고 믿음, 깨우침을 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편지 내용에 박 교도관은 "영원히 가보로 간직할게. 감동이다"라며 감격했고, 윤 씨는 깊이 고개를 숙이며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했다. 이를 지켜본 박준영 변호사는 "윤 씨가 쑥스럽다고 한 번도 박 교도관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안 하셨다는데, 정말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것 같다"며 웃었다.
'선택의 문'이 나타나자 박 교도관은 "외롭게 살지 말고 형 사는 곳 근처로 이사 오면 안 되겠니? 진짜 가족처럼 같이 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윤 씨는 "형님의 마음을 깊이 받아들이지만,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기 싫고 아직 적응할 시간이 더 필요해요"라며 돌아서 문을 나왔다. 하지만 그는 "제가 제대로 자립하고 능력이 되면, 형님 근처로 갈 의향도 있다"고 말했다. 박 교도관은 "속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두 사람의 감동적인 눈맞춤에 MC 이상민은 "한 사람의 한 마디가, 또 다른 한 사람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며 공감했고, 강호동은 "오늘의 눈맞춤을 5자로 요약하면 '선한 영향력'이다"라며 주선자인 박준영 변호사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박준영 변호사는 "다음 시간에는 또다른 억울한 사건 주인공의 눈맞춤이 준비돼 있다"고 말해, 윤성여 씨에 이어 등장할 '눈맞춤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jyn201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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