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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가장 순수한 연기"…'더테이블'→'아무도없는곳' 연우진이 말한 김종관 유니버스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21-03-23 16:38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가장 순수하게 연기한 창석. 제 안의 어떤 모습과 닮아있었죠."

어느 이른 봄, 7년 만에 서울로 돌아온 소설가 창석이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아무도 없는 곳'(김종관 감독, 볼미디어㈜ 제작). 극중 창석 역을 맡은 연우진이 23일 오전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영화 '친구 사이'(2009)로 데뷔한 이후 '궁합' '봉이 김선달' '화장' 등 영화와 '너의 노래를 들려줘' '프리스트' '내성적인 보스' '또 오해영' '이혼변호사는 연애중' 등 드라마를 통해 섬세한 연기력을 선보이며 사랑받아온 연우진. 그가 '더 테이블'에서 한 차례 호흡을 맞췄던 감성적인 스토리텔러 김종관 감독과 다시 한번 손을 잡고 매력적인 캐리거를 그려냈다.

극중 연우진이 연기하는 창석은 아내가 있는 영국을 떠나 7년만에 서울로 돌아온 소설가. 과거와 닮은 듯 다른 모습의 서울을 정처없이 걷고 또 걷는 그는 우연히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며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또 들려주며 마음의 변화를 겪게 된다.


영화 '아무도 없는 곳' 스틸
이날 인터뷰에서 연우진은 '더 테이블'에서 부터 '아무도 없는 곳'까지 함께 호흡을 맞추게 된 김종관 감독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믿음을 드러냈다. 유난히 여백이 많고 어려운 시나리오에도 불구, 김 감독에 대한 믿음으로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는 연우진은 "배우가 작품을 선택할 때 직관적으로 움직이는 것들이 많은데, 감독님 작품은 직관적으로 다가가는게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그렇지만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글의 어려움을 감수하고 작품을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여백이 많은 그 시나리오가 작품으로 완성되면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느낌을 받게 될 때가 많다. 내가 처음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작품에 임했었나라는 생각이 들만큼 풍성하고 여운이 짙고 먹먹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특히 연우진은 김종관 감독에 대해 영화인으로서의 존경을 넘어 인간적인 애정을 드러냈다. "감독님과 작업을 하면 영화적 완성도에 대한 만족감도 굉장히 크지만, 그걸 넘어서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행복하다. '더 테이블' 때도 느꼈고, 이번에도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추억을 쌓았던게 더 좋았다. 연기자로서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독님과 함께 하는 순간에는 그런 것들을 내려놓고 가만히 선 상태로 그 자리를 온전히 느끼게 되는것 같다. 저에게는 그런 것들이 굉장히 필요했다. 감독님과 만남은 연기 뿐만 아니라 저의 삶의 태도에도 묘한 변화를 불러일으킨다"고 전했다.

창석이라는 인물을 준비하며 김종관 감독과 나눈 대화에 대해 묻자 "감독님은 배우가 온전히 느꼈던 부분을 배우가 스스로 표현해주길 바라시는 편이다. 그래서 제가 하는게 맞나 싶어 퀘스천 마크를 달고 임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이다"고 답했다. "감독님이 요구하신 부분이 물론 있기도 하지만, 저는 최대한 이 캐릭터에 순수하게 다다가려고 한다. 새롭게 꾸며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비워내고 순수하게 다가가려고 했다. 뭔가 내 안의 것들을 비워내면 감독님이 서서히 채워주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실 감독님과는 작품 이야기보다는 사적인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편이다. 사실 감독님도 저도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에 익숙해져서 둘이 있으면 침묵의 시간이 더 길다. 그런데 그 침묵의 시간이 어색하지 않다. 그런 면이 서로 비슷한 것 같다. 제가 일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이 많지만, 가장 인간 대 인간으로서 지내고 싶은 사람이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더 알고 싶은 사람이다. 인간적으로 진솔하게 만나고 싶은 사람이다"며 미소 지었다.

'더 테이블'과 '아무도 없는 곳', 두 작품에 느껴진 공통점과 차별점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감독님은 시간과 공간에서 느껴지는 순간을 멈춰있게 하는 것 같다. 마치 시간을 정지시켜 놓는 느낌이다. 삶의 한순간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느낌은
'더 테이블'과 '아무도 없는 곳' 모두 여전했다"고 입을 열었다.


"현실인지 비현실인지 모르는 경계있는 듯한 느낌은 이전 작품과는 차별점으로 다가왔다. 그렇기에 더욱 여운이 진해지는 기분이다. 모호하긴 하지만 굳이 답이 필요없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보는대로 느끼면 될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현실일 수 있고, 비현실일 수 있을 것 같다. 저 또한 시나리오를 보고 난 뒤와 영화를 보고 난 뒤가 전혀 달라졌다. 또한 영화를 곱씹을 때마다 달라진다. 처음에는 상실의 감정을 더 생각하게 됐다면 나중에는 창작자로서의 방향성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더"고 말을 보탰다.
극중 1:1로 대화를 나누며 호흡을 맞췄던 출연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바텐더 주은 이주영에 대해서는 "'독전'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이 바텐더 역할이 정말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다"며 "이주영 배우님과 리딩도 가장 많이 했다. 그런데 리딩과는 다르게 현장에서 표현된 것 같더라. 바의 미쟝센에 감흥이 되서 그런지 몰라도, 굉장히 독창적으로 표현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서 희망을 구하는 사진사 성하 역의 김상호에 대해서는 "김상호 배우님과 진심이 담긴 연기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하게 됐다"면서 "김상호 배우님의 눈을 본 순간 감정이 확 올라오더라. 그래서 불쑥 올라오는 그 감정을 막으려고 애썼던 것 같다"고 전했다.

시간을 잃은 여자 미영 역의 아이유(이지은)에 대해서도 말했다. 영화 속에서 창석이 가장 먼저 만나는 인물이기도 한 미영. 연우진은 "이지은 배우님이 시작을 믿음직스럽게 열어주신 것 같다. 문 앞에 들어온 순간부터 바로 미영이라고 느껴졌다. 그래서 제가 정말 많이 의지했다. 작품을 크게 아우러주는 느낌이었다"며 "이지은 배우님 같은 경우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바로 미영이었다. 감독님이 그 미영에 대한 확신이 가장 컸던 것 같다. 감독님도 이지은 배우님에게 큰 요구를 하지 않고 이지은 배우님이 가지고 있는 그 분위기를 믿었다"며 설명했다.

추억을 태우는 편집자 유진 역의 윤혜리에 대해 이야기하며 '더 테이블' 촬영 때의 자신을 떠올렸다. "제가 '더 테이블' 때 선배님과 연기하다보니까 긴장도 크고 영화 형식이 옴니버스식이기 때문에 많은 배우들과 자주 만나지 못하고 바로 현장에서 표현해야되는 어려움이 있다. 윤혜리 배우님이 제가 했던 고민을 하지 않을까 했는데 제 고민은 기우에 불과했다. 정말 잘 해내시더라. 그리고 윤혜리 배우님의 목소리가 너무 매력적이지 않나. 우리 영화에서 그 매력도 정말 잘 살았던 것 같다"며 웃었다.


러닝타임 내내 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 듣는 창석. 연우진은 이런 창석 연기하며 "더욱 능동적인 표현을 할 수 없는 것이 어렵진 않았냐"고 묻자 "이 영화가 추구하는 목적에 맞게 내가 그렇게 연기하는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연기라는 것도 작품품을 위한 하나의 도구라 생각한다. 배우는 감독님이 말하고자하는 영화적 화법에 맞게 적재적소에 알맞게 쓰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창석에게는 그런 연기가 잘 맞았던 것 같다"라며 "다만 이야기를 듣는 리액션의 과정에서 창석이 아닌 연우진의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주의를 기울이면서 표현하려 했다. 저도 워낙에 듣는게 익숙한 사람이다보니까 나도 모르게 연우진의 모습이 나올까봐 주의를 많이 기울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창석의 결핍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는 연우진은 "창석은 결핍이 큰 인물이지만 삭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창석의 마음 속에는 다양한 감정이 존재하겠지만 상실에 대한 고통 창작에 대한 부딪힘이 표면에 드러나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연민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런 창석과 비슷한 점이 있냐는 질문에 "영화에서 드러난 단편적인 면은 굉장히 다르겠지만, 무엇에 대한 한계에 부딪혔을 때 어떤 선을 넘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사실 저도 오바하는 것 보다는 이야기하지 않는 편이고 드러내는 것 보다는 애둘러서 표현해버리고 마는 성격이다. 중간 어딘가에 걸쳐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창석이 창작자로서 느끼는 고민처럼, 연우진 역시 배우로서의 연기적 고민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저의 연기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건 '책임감'이다. 연기를 하고 나면 후회와 반성의 연속이다. 그런 것들을 줄이기 위해서 연기하는 순간 만큼은 그 순간을 내가 책임진다는 마음을 갖는다. 연기에 대한 생각은 매번 바뀌지만 순간 순간의 고민과 노력이 없어지면 그게 바로 책임감이 없어진다고 생각해서 매번 노력과 고민을 멈추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 연우진이 아닌 인간 연우진으로서의 고민을 묻자 그는 "고민이 없진 않지만 순리대로 가는 시간의 힘을 믿는다. 그냥 덤덤히 살아가려고 하는 편이다. 주어진 것들에 대해 받아들이고 가까운 사람 잘 챙기고 삶의 소소한 것들에 눈에 담으려고 한다. 특히 가족들에게 잘하려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 나가기가 힘들어셔 요새 집에서 엄마가 치려주는 삼시세끼를 먹고있는데 너무 너무 죄송하더라. 그래서 요새는 내가 요리를 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한편, 영화 '아무도 없는 곳'은 '조제' '더 테이블' '최악의 하루' '폴라이드 작동법' 넷플릭스 '페르소나-밤을 걷다' 등을 연출한 김종관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연우진, 김상호, 아이유, 이주영, 윤혜리 등이 출연한다. 오는 31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앳나잇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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