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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연우진이 연기하는 창석은 아내가 있는 영국을 떠나 7년만에 서울로 돌아온 소설가. 과거와 닮은 듯 다른 모습의 서울을 정처없이 걷고 또 걷는 그는 우연히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며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또 들려주며 마음의 변화를 겪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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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석이라는 인물을 준비하며 김종관 감독과 나눈 대화에 대해 묻자 "감독님은 배우가 온전히 느꼈던 부분을 배우가 스스로 표현해주길 바라시는 편이다. 그래서 제가 하는게 맞나 싶어 퀘스천 마크를 달고 임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이다"고 답했다. "감독님이 요구하신 부분이 물론 있기도 하지만, 저는 최대한 이 캐릭터에 순수하게 다다가려고 한다. 새롭게 꾸며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비워내고 순수하게 다가가려고 했다. 뭔가 내 안의 것들을 비워내면 감독님이 서서히 채워주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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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테이블'과 '아무도 없는 곳', 두 작품에 느껴진 공통점과 차별점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감독님은 시간과 공간에서 느껴지는 순간을 멈춰있게 하는 것 같다. 마치 시간을 정지시켜 놓는 느낌이다. 삶의 한순간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느낌은 '더 테이블'과 '아무도 없는 곳' 모두 여전했다"고 입을 열었다.
"현실인지 비현실인지 모르는 경계있는 듯한 느낌은 이전 작품과는 차별점으로 다가왔다. 그렇기에 더욱 여운이 진해지는 기분이다. 모호하긴 하지만 굳이 답이 필요없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보는대로 느끼면 될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현실일 수 있고, 비현실일 수 있을 것 같다. 저 또한 시나리오를 보고 난 뒤와 영화를 보고 난 뒤가 전혀 달라졌다. 또한 영화를 곱씹을 때마다 달라진다. 처음에는 상실의 감정을 더 생각하게 됐다면 나중에는 창작자로서의 방향성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더"고 말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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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잃은 여자 미영 역의 아이유(이지은)에 대해서도 말했다. 영화 속에서 창석이 가장 먼저 만나는 인물이기도 한 미영. 연우진은 "이지은 배우님이 시작을 믿음직스럽게 열어주신 것 같다. 문 앞에 들어온 순간부터 바로 미영이라고 느껴졌다. 그래서 제가 정말 많이 의지했다. 작품을 크게 아우러주는 느낌이었다"며 "이지은 배우님 같은 경우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바로 미영이었다. 감독님이 그 미영에 대한 확신이 가장 컸던 것 같다. 감독님도 이지은 배우님에게 큰 요구를 하지 않고 이지은 배우님이 가지고 있는 그 분위기를 믿었다"며 설명했다.
추억을 태우는 편집자 유진 역의 윤혜리에 대해 이야기하며 '더 테이블' 촬영 때의 자신을 떠올렸다. "제가 '더 테이블' 때 선배님과 연기하다보니까 긴장도 크고 영화 형식이 옴니버스식이기 때문에 많은 배우들과 자주 만나지 못하고 바로 현장에서 표현해야되는 어려움이 있다. 윤혜리 배우님이 제가 했던 고민을 하지 않을까 했는데 제 고민은 기우에 불과했다. 정말 잘 해내시더라. 그리고 윤혜리 배우님의 목소리가 너무 매력적이지 않나. 우리 영화에서 그 매력도 정말 잘 살았던 것 같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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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창석의 결핍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는 연우진은 "창석은 결핍이 큰 인물이지만 삭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창석의 마음 속에는 다양한 감정이 존재하겠지만 상실에 대한 고통 창작에 대한 부딪힘이 표면에 드러나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연민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런 창석과 비슷한 점이 있냐는 질문에 "영화에서 드러난 단편적인 면은 굉장히 다르겠지만, 무엇에 대한 한계에 부딪혔을 때 어떤 선을 넘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사실 저도 오바하는 것 보다는 이야기하지 않는 편이고 드러내는 것 보다는 애둘러서 표현해버리고 마는 성격이다. 중간 어딘가에 걸쳐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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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연우진이 아닌 인간 연우진으로서의 고민을 묻자 그는 "고민이 없진 않지만 순리대로 가는 시간의 힘을 믿는다. 그냥 덤덤히 살아가려고 하는 편이다. 주어진 것들에 대해 받아들이고 가까운 사람 잘 챙기고 삶의 소소한 것들에 눈에 담으려고 한다. 특히 가족들에게 잘하려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 나가기가 힘들어셔 요새 집에서 엄마가 치려주는 삼시세끼를 먹고있는데 너무 너무 죄송하더라. 그래서 요새는 내가 요리를 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한편, 영화 '아무도 없는 곳'은 '조제' '더 테이블' '최악의 하루' '폴라이드 작동법' 넷플릭스 '페르소나-밤을 걷다' 등을 연출한 김종관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연우진, 김상호, 아이유, 이주영, 윤혜리 등이 출연한다. 오는 31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앳나잇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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