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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리뷰] '나일강의 죽음' 영상미&디테일…영화 좀 아는 씨네필 필수 관람작 등극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22-02-07 13:00 | 최종수정 2022-02-07 22:59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요즘 영화 같지 않은 제목을 가진 작품 '나일강의 죽음'이 9일 개봉한다. 언뜻 보면 80년대 스타일인 이 제목의 영화는 씨네필들이 주목해볼만한 포인트가 있다.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애쓴 모습이 제목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데쓰 온 더 나일(Death on the Nile)'이라는 원제를 그대로 가져다 썼다면 오히려 더 최근 영화 느낌이 물씬 났겠지만 배급사는 '나일강의 죽음'이라는 제목을 택했다. 애거서 크리스티라는 추리소설 대가의 작품을 재현한 영화라는 사실을 강하게 어필하기 위해서다.

작품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웰메이드 영화를 만들고 싶어하는 제작진의 고심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집트를 배경으로한 영상미는 관객을 압도한다. 소설에서 애거서 크리스티가 묘사했던 것들이 웅장을 넘어 스펙터클하게 표현되고 있다. 초반 등장하는 에르큘 포와로(케네스 브래너) 앞의 스핑크스와 피라미드는 이것들이 얼마나 거대한 존재인지, 고대에 만들어진 피조물들에 대한 경외감을 스크린으로 느끼게 한다. 전 세계에 4대뿐인 65㎜ 카메라는 이 뿐만 아니라 이집트 유적지 아부심벨과 초호화 여객선 카르낙호를 압도적이면서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그 사이 포와로 역과 감독, 두가지 역할을 한 케네스 브래너는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았다. 특히 '클로즈드 서클'(소수의 내부인들이 고립된 공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라는 작위적인 배경 설정을 꽤 심도있게 그려내고 있다. 이 같은 류의 작품들은 원작을 이미 본 관객들이라면 디테일에 관심을 둘 것이고 보지 못한 관객들은 범인 찾기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두 관객을 모두 잡기가 쉽지는 않은 일이다.

'나일강의 죽음'은 이 두가지를 꽤 만족시키고 있다. 일단 범인을 추리하는 방식에서 포와로와 관객을 경쟁시킨다. 사건을 마주한 관객과 포와로가 '누가 범인일까'를 앞다퉈 추리하면서 극의 흥미를 높이고 포와로가 범인을 예측한 순간 관객은 환희 혹은 감탄을 느끼게 되는 구조다. 또 이미 원작을 본 후의 관객들에게는 원작 속 디테일을 살리는 방식으로 흥미도를 높이고 있다. '이 장면이 이렇게 구현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원작의 세세한 부분들까지 스크린에 끌어들였다.


배우들의 연기도 볼만하다. 원더우먼에서 그의 미모에 어울리는 부잣집 상속녀 리넷 역으로 변신한 갤 가돗에게는 어색함을 느끼기 힘들다. 명배우 아네트 베닝과 '블랙팬서'에서 레이저빔을 쏘아대던 '슈리'(레티티아 라이트)가 중요한 단서이자 리넷의 유일한 절친 로잘리 오터번 역으로 등장해 반가움을 자극한다.

또 하나의 꿀팁, 늘 꽉 막히고 편집증적인 것처럼 보이는 포와로의 인간적인 면이 보이는 것도 이번 작품의 특징이다. 특히 포와로가 어찌 보면 우스꽝스럽기도 한 콧수염을 왜 기르게 됐는지에 대한 의문도 이 작품을 통해 비로소 풀린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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