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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유독 '스타'에 기대 세대교체가 어려운 매체였다. 드라마계는 그렇게 이름을 날리는 스타 작가들의 시대를 줄줄이 이어오는 중이었지만, 지난해 연말 깜짝 공개돼 신선한 반향을 일으킨 이 작품이 '드라마계 세대교체'의 시작점이 됐다. SBS '그 해 우리는'은 93년생 신인작가 이나은 작가와 그를 발굴한 제작사 스튜디오N의 89년생 프로듀서 한혜원, 젊은 피의 합작품이었다.
'그 해 우리는'은 현재 드라마 업계에서 주목하는 작품이 됐다. 젊은 작가가 써내려간 신선한 대본은 MZ세대의 감성을 저격했고, 함께 만들어간 잔잔한 소재들이 감동을 안겼다. '그 해 우리는'은 다큐멘터리 촬영을 통해 고등학교 시절 만났던 남녀가 10년이 흘러 카메라 앞에 강제 소환돼 벌어지는 청춘 다큐를 그려낸 드라마. 지상파 첫 데뷔작이던 이 드라마는 5.3%(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시청률로 종영했고,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 보여지며 시청 시간 4위에(2월 17일~23일 기준)에 오를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여전히 국내 순위에서는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며 화제 속에 스트리밍 중이다.
최근 스포츠조선과 만난 한혜원 PD는 "'연애미수'라는 대본을 구해서 보니 너무 좋더라. 근데 이 작가님의 연락처가 아무도 없었고, 숨겨져 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직접 DM(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내서 '스튜디오N의 한혜원인데, 미팅을 하고 싶다'고 연락을 해서 발굴했다"며 "원래 우리 회사는 각색을 위주로 하던 회사인데, 이 작가님은 '연애미수' 대본을 보니 원작을 시키면 안되겠더라. 그 정도로 강렬했다. 오히려 다른 원작을 하면 이 사람의 색이 사라질 것 같아서 완전 새로운 오리지널을 기획해서 써봐도 되겠다고 생각한 작가였다. 저희 회사에서 처음으로, 원작이 없이 계약한 최초의 작가"라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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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프로듀서와 작가의 합작품. 대본이 발굴되기까지 수많은 노력이 들어가기도 한다. 특히나 젊은 프로듀서와 젊은 작가의 만남은 '그 해 우리는' 탄생의 기대 포인트가 되기도. 이나은 작가는 "어떻게 이걸 'OK'를 하시지? 싶을 정도였다"고 했지만, 한혜원 PD의 눈은 정확했다. 한 PD는 "글에서 이 사람이 보일 때가 있다. 그냥 글에서 그 사람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잖나. 이나은이라는 작가이기 전에 이 친구가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사람이라 그게 글로 딱 느껴지더라. 그냥 읽을 때 이 사람의 통통 튀는 느낌과 유쾌함, 사랑스러움이 들어가 있으니 믿음이 있었다. 이 친구 글 스타일이 그냥 지어서 쓰는 게 아니라 자기 이야기, 친구 이야기를 다 반영하니 현실적이었다. 기성 작가들이 '젊은 척'하며 쓰는 글들이 있는데, 이건 너무 자기 또래의 이야기니 와 닿더라. 가짜 같지 않고 진짜 같아서 좋았다. 무엇보다도 사람이 주는 느낌이 글에 반영이 되니, '잘 쓸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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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은 5%대. 높지도 낮지도 않은 시청률이었지만, 해외 반응이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넷플릭스 순위 내에 꾸준히 존재하는 것은 당연했고 아시아권을 넘어 해외 반응도 폭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나은 작가는 "넷플릭스 덕분에 많이들 좋아해주셨다. 청춘의 이야기는 아시아권에서는 비슷한 부분이 있잖나. 그렇기에 조금 더 공감을 해준 것 같기도 하고, 교복을 입은 장면이나 스물 아홉 이후의 이야기도 특별한 사건 위주로 흘러가기 보다는 감정선 위주로 흘러가다 보니 나라 구분 없이 공감을 해주신 것 같다"며 "아직도 이렇게 다들 좋아해주셔서 신기하다가도, 앞으로 할 이야기에 있어서 고민들이 있는 것 같다. 반짝 휘발되는 이야기보다는 오래 오래 남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보람찰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한다"고 밝혔다.
'그 해 우리는'은 대본집 발간 이후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순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역대급 반응을 실감 중이다. 1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여전한 인기와 사랑을 받는 중. 이 작가는 "판매 부수 기사를 보고 누워있다가 소리를 지르며 일어났다. 상상도 못했던 수량이 팔린다고 하니까. 기대했던 것은 1만부~2만부 정도였는데, 아직도 현실적으로 와 닿지 않고 놀라웠다. 너무 감사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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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감정선이 주가 되는 작품으로, 깊은 공감을 받기도 했지만 이후에는 "사건을 좀 넣자"는 합의를 프로듀서와 작가 사이에 마쳤다고. 앞으로도 '젊은 피' 두 사람이 함께 써내려갈 이야기들에 기대감이 이어진다. 한 PD는 "우리가 워낙 감정으로 가는 이야기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잔잔해진 부분들이 있었는데,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심심해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큰 사건보다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소소한 사건들, 일상에서 마주할 사건들을 넣어보고자 한다"고 귀띔했다. 또 이 작가는 "심플하게 말해 '시청률을 높이자' '대중적으로 가자'는 생각을 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시청률 상관 없이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신 것을 느꼈지만, 시청률은 연령대를 다양하게 만족시킬 수 있는 지표가 되니, '우리 부모님이 좋아하는 이야기'도 해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는 각오를 전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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