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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오연수(51)가 8년 만에 연기로 돌아왔다. 2014년 방영됐던 MBC 드라마 '트라이앵글' 이후 약 8년 만의 드라마 복귀. 2017년 방영됐던 tvN '크리미널 마인드'에 특별 출연하기도 했지만, 정식으로 드라마에 나선 것은 오랜만의 일. 오연수는 최근 종영한 tvN '군검사 도베르만'(윤현호 극본, 진창규 연출)에서 데뷔 이래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하며 호평 속 복귀전을 마쳤다. 그런 오연수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군검사 도베르만'은 돈을 위해 군검사가 된 남자 도배만(안보현)과 복수를 위해 군검사가 된 차우인(조보아)이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오연수는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지닌 최초의 여자 사단장 노화영을 연기하며 정재계의 인사들을 주무르는 등 악행의 끝을 보여줬다. 제작발표회 당시 어려운 역할이라 출연을 망설였다던 오연수의 노화영은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그러나 "다른 배우가 이 역할을 하면 배가 아팠을 것 같은 느낌"이 있었을 정도였다던 오연수의 최종 선택은 옳은 방향으로 그를 이끌었다.
오연수 인생 최초의 악역이다. 그동안 청순미를 간직한 여성, 전문직 등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왔던 오연수는 악역에 도전해내며 자신 앞의 과제를 하나씩 해냈다. 그는 "평생 안 쓰던 얼굴 근육을 쓰고, 째려보고, 썩소(썩은 미소)를 하고, 근육을 떨면서 웃고, 그런 얼굴을 한 번도 안 해봤는데, 그런 게 필요한 역할을 하다 보니 거울을 보면서 웃어도 보고 연구도 했다. 대사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니 애들(조보아, 안보현)과도 감정을 깨뜨리지 않으려 말도 제대로 못 걸었다. 한 신도 쉬운 신이 없었다. 마지막회의 마지막 신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 몸이 힘든 것보다도 정신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쏟았다"고 밝혔다.
모성애가 결여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 중 하나였지만, 오연수는 결국 이 역시 해냈다. 오연수는 "저와는 갭(차이)이 너무 컸다. 제 나이에 과연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역할은 너무 멋있었다. 신이 많이 나오지 않더라도 독보적 캐릭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극중 아들 노태남으로 나온 (김)우석이랑 하면서도 '미안해. 내가 이러지 않는데'하면서 연기했다. 나한테 이런 성향이 없는데, 모성애가 없어도 너무 없어서 힘들기는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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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당시 군인이었던 첫째 아들은 완벽한 조력자였다. 오연수는 "5월 2일이 전역일인데, 현재 말년휴가로 미복귀 전역 상태다. 우리 아들은 엄마의 연기를 보는 게 정신적으로 낯설다면서 잘 안보더라. 그런데 유튜브에서 짧게 나온 걸 슬쩍 봤나 보다. 저보고 '요즘 군대 그렇지 않아'라고 하더라. 그래서 헷갈리는 게 있으면 물어봤다. 그러면 '엄마 그거 아니고'라고 해준다. 군대의 '군'자도 모르던 저였는데, 아들이 있어서 다가가기 쉬웠다"고 했다. 그동안 일에 서로 터치하지 않았던 남편 손지창도 '군검사 도베르만'을 보고는 칭찬을 쏟아냈다. 오연수는 "남편은 대본도 안 보고 시놉시스도 안 보는데, 어떤 역할인지도 모르고 봐서는 재미있게 잘 봐줬다. '멋진데'라고 말을 해주더라. 저보고 '나 같으면 이런 건 못하겠다. 어떻게 이렇게 하냐'면서 악역에 대해서 얘기도 해줬다"며 웃었다.
지켜봐준 팬들의 의견들도 마음에 와 닿았다. 8년의 공백기를 완전히 털어낼 수 있는 용기가 됐다. 오연수는 "'누구의 엄마' 역할은 언제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역할을 놓치면 안 될 것 같더라. 그 정도로 욕심이 나는 캐릭터였다. 시청자들도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했을 거다. '오연수 뭐야. 저런 거 안 했었는데. 왜 저랬지?'하는 분도 있고, '연기변신 하려고 하네'하는 분도 있었을 거다. 그런데 제 인스타그램에 오시는 팬분들은 나중에는 '노화영은 미웠지만, 언니는 안 미웠어요'하는 분도 있고, '악역이지만 연기해줘서 고맙다'고 하는 분도 있었다.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얘기하는 것에 감동을 받았다. 어떤 역할이든 브라운관에 계속해서 나와주면 좋겠다고 얘기해주니까. 당연히 다른 사람이 하면 더 잘할 수 있는 역할이었지만, 저는 제가 가진 그릇 안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스스로 칭찬해!'다. 내가 가진 능력 안에서, 맡은 바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자신을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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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가 오연수의 생각을 많이 바꿔놨다. 다시 8년 전으로 돌아가도 똑같이 일을 쉴 것이라던 오연수는 '현재'에 충실하며 살기로 했다. 앞으로 어떤 작품이든, 어떤 활동이든 '더 나이 들기 전에' '재미있으면 하자!'라는 주의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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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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