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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김혜수는 김혜수였다. '슈룹'의 3개월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최종회에서는 과오를 반성한 국왕 이호(최원영)와 그렇지 못한 이들의 비극적인 말로를 보여주며 자식을 지키기 위해 궁중 암투에 맞선 중전 화령(김혜수)의 마지막 이야기가 그려졌다. 먼저 자식의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다 왕실의 끔찍한 비밀과 마주한 중전 화령은 결국 이호를 설득해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았다. 태인세자의 죽음을 목격하고 정통성에 대한 자격지심을 품고 살아온 이호를 오롯이 이해한 사람은 역시 화령이었다. 화령의 위로와 용기는 어머니인 대비(김해숙)로부터 받은 이호의 상처를 치유했고 이호는 지난한 시간, 백성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성군답게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온 뒤 만면에 환한 웃음을 가득 품은 채 자식을 단속하러 달리는 화령의 모습은 더없는 행복감으로 가득해 보였다. 또 어린 자식이 비를 맞지 않도록 우산을 씌워주던 화령이 어느새 훌쩍 커버린 자식에 의해 비를 피하고, 그런 그녀가 또 다른 이에게 사랑을 베푸는 엔딩은 짙은 여운을 남겼다.
탐욕으로 시작된 비극은 결국 누군가의 복수심을 깨우고 희생을 불러낸다는 사실 역시 태인세자의 아우 이익현(김재범)의 이야기를 통해 전달했다. 비극의 굴레가 계속되지 않도록 치부를 드러낸 왕 이호의 용단이 의미 있게 다가온 이유도 그의 아픔과 번뇌가 보는 이들에게도 느껴졌기 때문일 터. 진짜 용기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했다.
이러한 스토리를 사극이라는 시대적 배경 안에, 그중에서도 지엄하고 제약된 공간인 궁을 배경으로 한 점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흥미로운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들의 활약, 여성 연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포용 등 현대적 가치관을 반영한 소재를 과감히 사극에 투입, '슈룹'만의 특별한 재미와 공감대를 형성케 했다.
틀을 깨는 신선한 스토리에 섬세하면서도 웅장한 연출은 매주 눈과 귀를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여기에 김혜수(화령 역), 김해숙(대비 역), 최원영(이호 역), 김의성(영의정 역), 문상민(성남대군 역), 강찬희(의성군 역), 옥자연(황귀인 역), 김재범(이익현 역) 등 관록의 배우부터 탄탄한 신예까지 저마다 혼신의 힘을 다한 배우들의 연기 시너지가 제대로 빛을 발했다.
특히 김혜수의 열연은 시청자들이 '슈룹'에 온전히 집중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고증과 대사 등 다양한 부분에서 갑론을박이 있었으나, 김혜수의 연기가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기 충분했던 바. 때로는 카리스마 있게, 또 때로는 어머니의 모습으로 16부를 온전히 이끄는 김혜수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의 집중도도 높아졌다.
그 결과 '슈룹'은 시청률 18.2%, 최고 시청률 20.1%라는 단단한 기록을 남겼다. 한국갤럽이 최근 공개한 '11월 한국인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에서는 선호도 1위를 차지, CJ ENM이 발표하는 콘텐츠 영향력 지수 (CPI, CPI Powered by RACOI) 드라마 부문 4주 연속 1위, 굿데이터 TV화제성 지수 4주 연속 1위 등 방송 내내 최상위 랭킹을 차지했다(2022년 10월 3주~11월 2주 기준). 더불어 tvN 공식 유튜브, SNS 등 디지털 누적 조회 수 1억 뷰 돌파라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