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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김수현기자] 김복준 형사의 강력한 성범죄 검거썰이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김복준 형사는 "제가 계장이 됐을 당시 저희 팀에서 맡은 사건 중에 성폭행 사건이 있었다. 고소를 당한 사람의 정체가 잘 나가는 지역 인사인 거다. 권력자이자 인격자라 소문이 자자한 사람이 피의자였다"라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 유명 인사가 회사 여직원을 상담하자고 불러서 성폭행을 한 거다. 지금은 99.99% 정밀한 DNA 검출이 가능하고 심지어 타액 반응도 잡아낼 수 있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DNA 라는 과학수사도 발달하지 않았고 피의자가 권력자였지 않냐. 아래 위에서 수시로 전화가 왔다. '야. 김복준 XXX 사건 있지? 내가 아는 사람이라' 하고 끊는다. 알아서 기라는 건데 저는 절대 알아서 기지 않는다. '요거 더 돌돌 말아야겠다. 끝까지 잡아넣는다' 생각했다"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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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 후로 1년이 지나고 또 같은 범행수법으로 같은 피의자가 잡혀왔는데 또 무혐의가 났다. 6개월 후 또 동일한 피의자와 수법. 저는 그때 '이건 아니다' 싶었다. 분명히 문제가 있다 싶어서 '지금부터 이 사건 내가 맡겠다' 해서 3건의 사건을 정밀 분석했다. 쫙 분석을 해보니까 수사 잘하면 되겠더라"라 회상했다.
김복준 형사는 "일단 피의자를 소환했는데 거들먹거리면서 '이상한 여자가 한 얘기 가지고 또 불러. 이번엔 계장이 직접 한다는 거야?'라 하더라. 일부러 더 극진하게 깍듯하게 대하며 호감을 샀다. 일부러 길게 조사를 했다. 한 시간 정도 시간이 지나니까 조금씩 자세가 흐트러지더라. 그 시간이 중요하다. 작전은 그때부터 시작이다"라 말해 모두를 집중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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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피의자에게 질문할 때 메모지를 하나 두면서 질문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일부러 화장실로 갔다. 사실은 화장실에 간 게 아니고 피의자를 살펴봤다. 내가 자리를 비우니까 피의자가 메모지를 쓱 보더라. 다시 들어가서 '선생님 부탁 하나만 드릴게요. 저랑 화장실 가서 바지 한 번 내려주시죠' 했다"며 "그랬더니 화를 막 내더라. 그래도 표정을 보는데 아주 긍정적이었다. '딱 하나만 확인하고 이 사건은 종료하겠다' 하니까 알겠다 하더라"라 했다.
그러면서 "사실 그건 본인 스스로 벗어야 한다. 제가 강제로 할 수 없는 일이다. '죄송합니다' 하면서 봤다. 속옷까지 완전히 내린 후 보자마자 바로 수갑을 채워버렸다. 피의자는 어리둥절해 했지만 제가 체포할 수 있던 이유가 있다"라 밝혔다.
바로 "피해자들이 3번에 걸쳐 고소장을 접수했는데 진술서 작성 시 필수적으로 범인의 특정 부위 생김새를 기재하도록 되어 있다. 피해자 세 사람 역시 내용을 적었지만 메모지에는 정반대로 기재해놨다. 피의자는 몰래 그걸 훔쳐보고 잘못알고 있다고 생각한 거다. '까짓것 바지 벗지 뭐' 하고 벗은 거다"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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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준 형사는 "피의자는 땅바닥을 딱 치더니 인정했다. 당일에 구속영장을 신청해서 구속이 됐다. 잘나가던 지역 인사에서 김복준이라는 쌍심줄을 만나서 한순간에 범죄자가 됐다. 그 이후에 가끔 소식이 들려왔는데 그런 사람이 잘 살면 세상이 너무 불공평하지 않냐. 역시 기대대로 잘 못살고 있더라"라며 사이다 썰을 전했다.
그러면서 "제가 형사로서의 소신을 지켰기 때문에 늦은 나이에 퇴직한 후에도 여러분 앞에 이런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겠냐. 그래서 쌈씰줄 악질형사로 산 게 후회되지 않는다. 앞으로도 그런 고집을 갖고 살아갈테니 격려해달라"라 마무리 했다.
shy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