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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 "만족 못하는 민족"…천재 박찬욱이 북치고 능력자 넷플릭스가 장구친 '생존 법칙'(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3-06-21 13:14 | 최종수정 2023-06-21 14:51


[SC현장] "만족 못하는 민족"…천재 박찬욱이 북치고 능력자 넷플릭스가…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전 세계가 사랑하는,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인 박찬욱 감독과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 수장 테드 서랜도스가 범람하는 스트리밍 시대에 생존 성공한 K-콘텐츠에 대해 자부심을 전했다.

21일 오후 유튜브 라이브 생중계 채널을 통해 '넷플릭스&박찬욱 with 미래의 영화인'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CEO와 박찬욱 감독이 참석, 이동진 평론가가 진행을 맡았다.

'넷플릭스&박찬욱 with 미래의 영화인'은 테드 서랜도스와 박찬욱 감독이 미래의 영화인들과 함께 좋은 영화가 가지고 있는 힘, 한국 영화의 강점과 미래 등 스트리밍 시대 속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대담회다.


[SC현장] "만족 못하는 민족"…천재 박찬욱이 북치고 능력자 넷플릭스가…
박찬욱 감독은 "최근 '동조자'라는 HBO 시리즈를 마쳤고 편집 중이다. 오늘도 편집을 해야 하는 시간인데 땡땡이를 쳤다. 넷플릭스 행사를 위해 '동조자' 편집을 땡땡이 친 사실을 알면 HBO가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된다. 땡땡이 치는걸 잘 몰랐으면 좋겠다"고 너스레로 말문을 열었다. 이에 테드 서랜도스는 "HBO 일을 천천히 했으면 좋겠다"고 농으로 분위기를 달궜고 이동진 평론가 역시 "HBO와 헤어질 결심을 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현재 박찬욱 감독은 '동조자' 후반 작업과 동시에 넷플릭스 영화 '전,란'(김상만 감독, 모호필름·세미콜론 스튜디오 제작) 제작 및 각본에 참여 중이다. 박찬욱 감독은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각본을 쓴 작품이다. 원래부터 시리즈가 아닌 영화였다. 사극에 무협, 액션 장르다. 어느 정도 규모가 따라줘야 하는 작품이다. 그래서 넷플릭스의 지원을 받게 됐다. 그렇다고 돈이 넉넉하진 않다. 영화 제작비는 아무리 많아도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돈이 많을 수록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겠지만 한계도 있다. 넷플릭스가 가장 좋은 지원을 약속해줘서 즐겁게 작업을 임하고 있다. 아직은 간섭이 없다. 물론 편집을 시작해야 간섭이 없을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직까지 괜찮다"고 웃었다.

그는 "그밖의 스트리머들이 등장해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똑같은 영화임에도 100억원으로 찍느냐, 150억원으로 찍느냐에 따라 결정적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와 '전,란'은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테드 서랜도스는 "레전드와 다름 없는 박찬욱 감독과 함께 기쁘다. 굉장히 영광스럽다. 내가, 그리고 전 세계가 한국의 영화와 사랑에 빠진지는 오래됐다. 넷플릭스의 첫 번째 영화도 봉준호 감독의 '옥자'(17)였다. 그때부터 한국 영화에 대한 족집게 과외를 받은 기분이다. 그 때 수준 높은 한국 영화에 매료됐다. '전,란'도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전,란'의 예산은 전혀 문제 없을 것이다. 넷플릭스는 스토리를 고르고 스토리텔러를 고르려고 한다. 그 모델이 잘 이뤄지고 있다. 평소 박찬욱 감독의 복수극을 좋아하고 최근 '헤어질 결심'(22)도 봤다. 다층적인 레이어가 정말 좋았다. 내 인생에서도 많은 영향을 끼친 영화다. 훌륭한 아티스트를 지원하는 게 넷플릭스 존재의 이유이자 특혜인 것 같다. 앞으로도 좋은 거장을 팬들에게 소개하고 싶다"고 남다른 한국 영화 사랑을 전했다.


[SC현장] "만족 못하는 민족"…천재 박찬욱이 북치고 능력자 넷플릭스가…
좋은 영화란 무엇인지에 대해 테드 서랜도스는 "영화를 볼 때 사람들은 두 가지를 원하는 것 같다. 타인과 감정 교류, 혹은 현실 탈출이다. 좋은 영화는 둘 중 하나에 만족감을 준다는 것이다. 특히 새롭고 진실된 스토리일수록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사실 봉준호 감독의 '괴물'(06)이 나의 첫 한국 영화 진입 통로였다. 지금도 20년 전 본 영화를 이야기하고 있지 않나? 이런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또한 좋은 영화를 만드는 힘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정말 어렵다. 인간의 심리를 잘 묘사하는 게 좋은 영화이지 않을까 싶다. 나와 다른 사람, 세계를 실감나게 보여주고 그걸 자신과 연결시켜주는 게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런 영화를 보면 스스로 넓어진다. 넷플릭스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로마'(18, 알폰소 쿠아론 감독)다. 맥시코의 가정부 이야기를 어디서 보겠나? 그런데 그 영화를 보면서 실감나게 체험하게 해주지 않나? 그런 것이다"고 덧붙였다.


[SC현장] "만족 못하는 민족"…천재 박찬욱이 북치고 능력자 넷플릭스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OTT 플랫폼이 확장되면서 영화 위기론이 불거지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해 테드 서랜도스는 예상과 다른 입장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그는 "영화계 미래가 밝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더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깜깜한 극장에서 커다란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는걸 좋아한다. 지금 기술도 다양하고 이런 기술을 활용해 좋은 스토리텔러가 훌륭한 스토리텔러로 변할 수 있다. 물론 옵션이 더 많아졌다. 스스로 원하는 타입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영화인이 되기에도 더할나위 없는 황금기인 것 같다"고 고무적인 생각을 전했다.

박찬욱 감독은 "나도 똑같이 겁도 난다. 영화의 미래는 결국 다양성이다. 수년 전 엄청난 카메라와 기술이 있어야만 영화를 만들수 있지 않았나? 지금은 스마트폰으로도 영화를 만들 수 있다. 심지어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가 정식으로 극장에 개봉을 할 수 있다. 만들어 지는 것에 있어서 장벽은 낮아졌다. 편집도 마찬가지다. 전문가 없어도, 혹은 아니기 때문에 상상을 초월한 발상의 전환을 하는 이들도 있다. 다만 휴대전화로만 영화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테드 서랜도스도 극장에서 영화 보는걸 좋아한다고 말해줘서 너무 기쁘다. 물론 나쁜 일은 아니지만 극장에서 영화를 보길 바란다. 오래된 영화를 볼 수 있고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것도 분명한 장점이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SC현장] "만족 못하는 민족"…천재 박찬욱이 북치고 능력자 넷플릭스가…
전 세계에 분 K-콘텐츠의 뜨거운 인기에 대해서 박찬욱 감독은 "누가 봐도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한국 작품은 굉장히 자극적인 부분이 강하다. 무섭고 웃기고 슬프고 놀라야 한다. 자극적이지 않으면 안 본다. 그게 꼭 좋은 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사람의 감정이 단순하지 않다는 걸 한국 관객은 너무 잘 안다. 감정의 증폭도 굉장히 크고 다채롭기 때문에 많은 걸 압축해 담아야 한다. 여러 감정이 부글부글 끓어야 한다. 이러한 한국 콘텐츠의 특징이 전 세계 관객의 보편적인 감정을 건드리면서 국제적인 인정을 받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테드 서랜도스도 "문화가 도전적이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으면 산업이 더 잘 되는 것 같다. 그래서 한국 콘텐츠가 잘 되는 것 같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한국인의 자긍심은 남다른 것 같다. 그래서 콘텐츠가 더 발전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내 인생에서 가장 뿌듯한 결정은 오리지널 영화와 시리즈를 만드는 결정이었다. 넷플릭스가 너무 잘나가면서 다른 배급사가 영화를 팔지 않아 콘텐츠 제작을 결정하게 됐다. 세계 어디에서도 좋은 콘텐츠가 있으면 모두에게 소개하고 싶어다. 그 시작점이 '옥자'였다. '옥자'를 시작했기 때문에 플랫폼을 제공한 것 뿐만이 아니라 제작자로도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됐다"고 곱씹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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