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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전 세계가 사랑하는,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인 박찬욱 감독과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 수장 테드 서랜도스가 범람하는 스트리밍 시대에 생존 성공한 K-콘텐츠에 대해 자부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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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박찬욱 감독은 '동조자' 후반 작업과 동시에 넷플릭스 영화 '전,란'(김상만 감독, 모호필름·세미콜론 스튜디오 제작) 제작 및 각본에 참여 중이다. 박찬욱 감독은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각본을 쓴 작품이다. 원래부터 시리즈가 아닌 영화였다. 사극에 무협, 액션 장르다. 어느 정도 규모가 따라줘야 하는 작품이다. 그래서 넷플릭스의 지원을 받게 됐다. 그렇다고 돈이 넉넉하진 않다. 영화 제작비는 아무리 많아도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돈이 많을 수록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겠지만 한계도 있다. 넷플릭스가 가장 좋은 지원을 약속해줘서 즐겁게 작업을 임하고 있다. 아직은 간섭이 없다. 물론 편집을 시작해야 간섭이 없을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직까지 괜찮다"고 웃었다.
테드 서랜도스는 "레전드와 다름 없는 박찬욱 감독과 함께 기쁘다. 굉장히 영광스럽다. 내가, 그리고 전 세계가 한국의 영화와 사랑에 빠진지는 오래됐다. 넷플릭스의 첫 번째 영화도 봉준호 감독의 '옥자'(17)였다. 그때부터 한국 영화에 대한 족집게 과외를 받은 기분이다. 그 때 수준 높은 한국 영화에 매료됐다. '전,란'도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전,란'의 예산은 전혀 문제 없을 것이다. 넷플릭스는 스토리를 고르고 스토리텔러를 고르려고 한다. 그 모델이 잘 이뤄지고 있다. 평소 박찬욱 감독의 복수극을 좋아하고 최근 '헤어질 결심'(22)도 봤다. 다층적인 레이어가 정말 좋았다. 내 인생에서도 많은 영향을 끼친 영화다. 훌륭한 아티스트를 지원하는 게 넷플릭스 존재의 이유이자 특혜인 것 같다. 앞으로도 좋은 거장을 팬들에게 소개하고 싶다"고 남다른 한국 영화 사랑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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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좋은 영화를 만드는 힘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정말 어렵다. 인간의 심리를 잘 묘사하는 게 좋은 영화이지 않을까 싶다. 나와 다른 사람, 세계를 실감나게 보여주고 그걸 자신과 연결시켜주는 게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런 영화를 보면 스스로 넓어진다. 넷플릭스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로마'(18, 알폰소 쿠아론 감독)다. 맥시코의 가정부 이야기를 어디서 보겠나? 그런데 그 영화를 보면서 실감나게 체험하게 해주지 않나? 그런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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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은 "나도 똑같이 겁도 난다. 영화의 미래는 결국 다양성이다. 수년 전 엄청난 카메라와 기술이 있어야만 영화를 만들수 있지 않았나? 지금은 스마트폰으로도 영화를 만들 수 있다. 심지어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가 정식으로 극장에 개봉을 할 수 있다. 만들어 지는 것에 있어서 장벽은 낮아졌다. 편집도 마찬가지다. 전문가 없어도, 혹은 아니기 때문에 상상을 초월한 발상의 전환을 하는 이들도 있다. 다만 휴대전화로만 영화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테드 서랜도스도 극장에서 영화 보는걸 좋아한다고 말해줘서 너무 기쁘다. 물론 나쁜 일은 아니지만 극장에서 영화를 보길 바란다. 오래된 영화를 볼 수 있고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것도 분명한 장점이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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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서랜도스도 "문화가 도전적이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으면 산업이 더 잘 되는 것 같다. 그래서 한국 콘텐츠가 잘 되는 것 같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한국인의 자긍심은 남다른 것 같다. 그래서 콘텐츠가 더 발전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내 인생에서 가장 뿌듯한 결정은 오리지널 영화와 시리즈를 만드는 결정이었다. 넷플릭스가 너무 잘나가면서 다른 배급사가 영화를 팔지 않아 콘텐츠 제작을 결정하게 됐다. 세계 어디에서도 좋은 콘텐츠가 있으면 모두에게 소개하고 싶어다. 그 시작점이 '옥자'였다. '옥자'를 시작했기 때문에 플랫폼을 제공한 것 뿐만이 아니라 제작자로도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됐다"고 곱씹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