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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저승으로 쌍천만 관객을 사로잡은 김용화(52) 감독이 이번엔 우주로 세계관을 확장, 한국 영화에 다시 없을 신기원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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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사실 개봉을 앞두고 엄청나게 의연한 척을 하려고 하는데 그게 안 된다. 아내가 예민해져 있는 나를 관찰하면서 '도전은 이제 그만해'라고 할 정도다.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아무 이야기도 못 했다. '신과함께' 시리즈 이후 잠깐 쉬는 동안 가벼운 장르를 해볼까도 생각했다. 로코도 하고 싶고 절절한 음악이 들어간 영화, 이를테면 '라라랜드' 같은 영화도 하고 싶다. 그런데 살다 보니 인생의 좌표가 이렇게 흘러갔다"며 "사실 나는 판타지를 안 좋아한다. 심지어 대학 때는 영화감독이 되면 스릴러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의도치 않게 계속 이런 영화를 만들고 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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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함께' 시리즈 때부터 김용화 감독의 발목을 잡은 신파 스토리에 대한 우려도 솔직하게 답했다. 김 감독은 "나를 포함해 지구에 살고 있는 모두는 위로받아야 할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부조리하고 원통하고 힘든 사연이 희망, 승리, 성공 감정보다 훨씬 많다. 뉴스 보면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 않나? 그래서 영화에서라도 위로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감정적으로 과잉됐을 때 신파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나는 신파라기보다는 희로애락이라는 표현을 하고 싶다. 이 세상에는 만점짜리 영화가 나올 수 없다. 모니터링만 50번을 넘게 했어도 관객이 느끼는 체감은 모두 다르다. 그런 면에서 '더 문'은 여러 가지를 뻗은 디테일보다는 한 가지를 깊게 파려고 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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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류승완 감독)를 시작으로 여름 극장 두 번째 주자로 나선 '더 문'과 '비공식작전'(김성훈 감독), 세 번째 주자인 '콘크리트 유토피아'(엄태화 감독)까지 초호화 캐스팅과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 쟁쟁한 영화가 박빙의 경쟁을 펼치는 상황에 대해서도 부담감을 털어놨다. 김 감독은 "사실 부담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개봉을 한 달 앞두고선 생각이 단순 명료해졌다. 경쟁작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못 이루더라도 내 영화가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영화가 많아졌을 때 장점도 있다. 극장 관람 문화가 코로나19 때문에 많이 달라졌는데 이렇게 훌륭한 배우들이 많이 나오면서 관객이 좀 더 극장에 와주고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까 기대는 있다"며 "내가 VFX 스튜디오인 덱스터스튜디오를 처음 만들었을 때 세운 목표가 있다. 나는 나를 라이벌로 두는 것이다. 살다 보니 남과 경쟁하기보다는 내 것과 경쟁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지금 다들 최선을 다했으니 모두가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같은 날 경쟁하는 '비공식작전'에 대해서도 특별한 감정을 전했다. 전작 '신과함께' 시리즈에서 강림 역을 맡은 하정우, 해원맥 역을 맡은 주지훈과 쌍천만 흥행을 거둔 김 감독. 올여름은 경쟁자로 만나게 된 것에 "처음에는 우리 개봉일과 같은 날이라고 해서 조금 당황하긴 했다. 올해 극장 산업이 정말 위중하다. 각 투자·배급사의 존폐 위기가 달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더 문'과 '비공식작전'이 같은 날 개봉을 하게 됐다. '신과함께'의 하정우, 주지훈이 '더 문' 포스터 앞에서 사진을 찍어 '강림과 해원맥이 응원하고 있다'고 연락이 왔다. 걱정되는 마음이 없을 수 없다. 바람이야 두 작품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성취를 얻길 바랐지만 솔직히 걱정이 되는 부분이 많다. 피할 수 없는 결정이기 때문에 '이해한다'며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더 문'은 설경구, 도경수, 김희애, 박병은, 조한철, 최병모, 홍승희 등이 출연했고 '신과함께' 시리즈의 김용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8월 2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