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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곤지암을 보라'...지자체 '치악산' 우려가 기우인 이유 [SC이슈]

이지현 기자

기사입력 2023-08-25 11:25 | 최종수정 2023-08-25 11:33


'곡성-곤지암을 보라'...지자체 '치악산' 우려가 기우인 이유 [SC이…

[스포츠조선닷컴 이지현 기자] 살인괴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치악산'이 개봉을 앞두고 원주시가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강력한 대응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실제 지명을 영화 제목으로 사용한 '곡성', '곤지암'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지나친 기우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원주시는 지난 24일 영화 '치악산'의 제목을 두고 지역의 대표 관광지인 국립공원 치악산의 부정적 이미지를 우려하는 뜻을 제작사 도호엔터테인먼트 측에 전달했다. 더불어 원주시는 최근 제작사와 만난 자리에서 영화의 제목 변경을 요구한 것은 물론 '실제가 아닌 허구' '지역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등의 문구를 영화 도입부에 삽입하는 등 지역 이미지 훼손을 차단할 방안을 제안했다.

이러한 원주시의 반발은 '치악산'의 제목과 그 내용 때문이다. '치악산'은 40년 전, 의문의 토막 시체가 발견된 치악산에 방문한 산악바이크 동아리 산가자 멤버들에게 일어난 기이한 일들을 그렸다. 특히 '치악산'은 1980년 치악산에서 18토막 난 시신 10구가 수일 간격으로 발견돼 비밀리에 수사가 진행됐다는 허구의 치악산 괴담 '18토막 연쇄살인'을 모티브한 작품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실제로 '치악산' 개봉을 앞두고 경찰에 '실제 벌어진 사건이냐'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느냐' 등의 문의도 쇄도하고 있을 정도로 영향을 받고 있다.

하지만 25일 제작사 도호엔터테인먼트는 "우선 본의 아니게 원주시와 지역주민분들께 불편을 끼친 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영화의 제목 변경과 본편 내에 등장하는 '치악산'을 언급하는 부분을 모두 삭제해달라는 요청에 관해 그렇게 된다면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촬영해야 할 정도로 이야기의 연결이 맞지 않으며 주요 출연 배우 중 한 명이 군 복무 중인 관계로 재촬영 역시 불가한 상황인 점 양해해 주십사 요청드렸다"라며 협의한 내용을 밝혔다.


'곡성-곤지암을 보라'...지자체 '치악산' 우려가 기우인 이유 [SC이…
'치악산'에 앞서 영화 '곡성', '곤지암' 등 실제 지명을 영화 제목으로 사용해 논란이 불거진 사례들은 많이 있다. '치악산'과 가장 비슷한 사례는 '곤지암'이다. 경기 광주시 곤지암읍에 있었던 '곤지암 남양정신병원'과 이곳이 '국내 3대 흉가'로 꼽히고 미국 CNN이 '세계 7대 소름 돋는 곳'으로 선정하는 등의 화제성이 모티브가 됐다. '치악산'이 허구가 기반이라면, '곤지암'은 실제 장소와 괴담을 차용한 것.

'곤지암'도 개봉 전, 일부 주민들의 반발 분위기가 있었고, 정신병원 건물 및 부지 소유주가 명예훼손을 주장하며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영화 곤지암은 소유주 개인을 소재로 한 영화가 아니므로 소유주의 명예와 신용이 훼손된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영화는 명백히 허구의 내용을 담고 있는 공포 영화에 불과할 뿐이고, 괴담은 영화가 제작되기 한참 전부터 세간에 퍼져 여러 매체에서도 보도됐다"고 밝혔다. '곤지암'은 마케팅 과정에서 '영화 내용이 허구'라는 것을 꾸준히 밝혀왔고, 결국 관객 267만명이 들어 흥행에 성공했다.

초자연적인 힘에 의해서 일어나는 범죄를 다룬 영화 '곡성'은 주요 촬영 대부분을 전라남도 곡성에서 촬영했으며, 등장인물 역시 전라도 사투리를 쓰고 있다. 또한 영화 속 '곡성'의 이미지는 실제 뛰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지역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혼령이 떠돌 것 같은 스산한 분위기 속에 비가 내리는 장면이 가득했다. 이에 지역 이미지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았지만, 되려 지역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됐다. 당시 전남 곡성군수였던 유근기 전 군수는 한 기고글에서 "우려를 뒤집어 생각하면 기회가 된다"며 "영화와 우리 지역이 무관하다고 아무리 주장한들 사람들의 머릿속 연상마저 막을 길은 없다. 우리의 낙천성을 믿고 역발상을 통해 우리 군의 대외적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우리 군으로서는 남는 장사"라고 견해를 밝혔다.

결국 영화는 영화일뿐이다. 오늘날 관객 의식이 높아져 '괴담'과 '현실'은 구분할 수 있다 것. 그 판단은 관객에게 맡기면 될 뿐 지역 이미지 실추를 우려 하는 것은 지나친 기우일 수 있다.

olzllove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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