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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서울 한남동에 있는 타데우스 로팍 서울 갤러리에서 원로작가 이강소(82)의 개인전 '연하로 집을 삼고 풍월로 벗을 사마'가 열리고 있다.
속도감이 느껴지는 붓놀림이 두드러지거나 사슴, 오리, 배(船) 같은 도상이 등장하는 회화부터 점토 덩어리를 던져서 만드는 조각, 석판화, 제갈공명의 팔진도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은 설치작업까지 작업 세계 전반을 살필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이 나왔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작가의 의도를 전달하기보다는 관람객의 자유로운 해석을 강조한다. 지난 12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사물을 하나 보더라도 모두 다 각기 다르게 본다"면서 "입지도, 경험도 다르기 때문에 사물을 똑같이 인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그림에 대해서도 "어벙하게 그린 것"이라면서 "적당하게 덜 그렸을 때 보는 사람의 상상으로 완성되는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과 파리 외에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영국 런던, 이탈리아 밀라노(하반기 개관 예정)에 지점을 둔 타데우스 로팍은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이강소 작가를 유럽에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서울 전시는 8월2일까지.
서울 전시에 이어 9월에는 타데우스 로팍의 파리 지점에서도 개인전이 이어진다. 파리 전시에서는 회화와 조각, 판화와 함께 이강소 작가의 1970년대 퍼포먼스 아트 작업 등 작가의 작품 세계 전반을 소개할 예정이다.
특히 파리 개인전에서는 1975년 제9회 파리 비엔날레 당시 발표해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가 된 '닭 퍼포먼스'를 50년 만에 다시 파리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작가는 당시 전시장이던 파리시립현대미술관 전시장 중앙에 모이통을 놓고 닭을 긴 줄로 묶었다. 모이통 주변에는 석고 가루를 뿌려 3일간 닭이 돌아다닌 흔적이 남도록 하고 이후에는 닭의 모습과 흔적을 찍은 사진만 전시했다. 흔적만 남아 존재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이 퍼포먼스는 당시 큰 화제가 되면서 프랑스 국영TV에도 소개되기도 한 작품이다.
zitron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