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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대마불사 시대 종언…AI 무장한 빠른 개인이 뜬다"

기사입력 2025-09-11 13:59

[교보문고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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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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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시대예보: 경량문명의 탄생' 낸 송길영 작가

"K컬처는 이제 시작…우리 것 쉼 없이 만들어내야"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최근 창업자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사이트가 있다. 린AI 리더보드다. 인공지능(AI)으로 무장하고 혁신을 거듭해 1인당 매출이 가장 큰 기업들의 순위를 소개하는 사이트다. 올해 7월을 기준으로 순위에 오른 43개 기업을 살펴보면, 1인당 평균 249만달러(약 34억원)의 매출을 내고 있다. 1인당 환산 시가총액은 1천633억원에 달한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1인당 환산 시가총액이 17억원 남짓한 것과 견줘보면 96배나 많은 수치다. 다음소프트 부사장을 지낸 미래학자 송길영 작가는 신간 '시대예보: 경량문명의 탄생'(교보문고) 서문에서 이렇게 밝힌다.

"조직의 성장에 비례해서 인력이 증가해야 하는 기존 성장의 유일한 법칙이 이제 종언을 고하고 있는 것이다."

송 작가는 11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신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00년간 인류가 쌓아왔던 문명이 힘을 다하고, 새로운 문명이 올라오고 있다는 걸 선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의 문명을 '중량문명'으로, AI를 탑재한 새로운 문명을 '경량문명'으로 소개했다.

저자에 따르면 기존 문명의 생존전략은 '대마불사'(大馬不死)였다. 철강·석유화학·자동차처럼 이른바 '중후장대'를 표방한 기업들이 수조원을 투자해 산업단지를 만들고, 많은 인원을 뽑아 생산성을 올리는 것이 그간 이들 기업의 성공방정식이었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크기만 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송 작가는 단언한다. 조직이 변신을 시도하지 않는다면 "대마필사"(大馬必死)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큰 말은 오히려 죽기 쉬워졌다"고 했다.

대신 AI로 무장한 개인이 새로운 시대를 주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큰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조직은 작아져야 하고, AI로 무장한 개인은 커지는 상황이 나올 것"이라고 송 작가는 예견했다.

빠르고, 유연함을 기반으로 한 경량문명의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가령, 연예인 노홍철은 최근 글로벌 빅테크 메타와 광고 문제를 직접 협의했다고 한다. 기존에는 광고주→대행사→협력사→매체→모델로 이어졌던 기존 광고 도식이 메타(광고주)→노홍철(모델)로 간소화한 것이다. 중간에 있던 대행사와 협력업체 등이 앞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송 작가는 설명했다.

또 다른 예도 있다. 최근 해외법률문서를 보던 송 작가는 변호사에게 일 처리를 맡기는 대신 AI를 활용해서 법률 검토를 직접 했다고 한다. 두툼한 문서를 AI가 살펴보고, 여러 곳의 독소조항을 찾아내 대안까지 제시했다. 이 모든 작업에 걸린 시간은 채 5분이 되지 않았다.

송 작가는 "AI의 도움을 받아서 개인은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AI를 잘 활용하는 등) 경량문명을 주도하는 개인들에게는 AI가 따뜻할 수 있지만, 예전 방식을 고수하는 분들에게는 경량문명이 굉장히 차갑게 느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행사, 부동산 중개업, 광고 대행사, 모델·연예인 에이전시, 보험대리점 등이 시스템과 AI에 의해서 대체될 수도 있습니다. 즉, 사람만으로 움직이는 곳은 어려워질 수 있으며 이 변화가 올해부터 시작됐다고 생각합니다."

중후장대한 유형자산에서 가벼운 무형자산으로 성공을 이끄는 국내 대표적 분야가 K컬처다. 송 작가는 "K컬처는 이제 시작이다. 한류가 수혜를 얻었지만, 이렇게 글로벌하게 세련되게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피크를 말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했다.

그러나 AI시대에 예전 방식을 고수한다면 홍콩영화가 그랬던 것처럼 K컬처가 금방 식상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송 작가는 다양성을 확대하고, 새로운 걸 수용하며, 로컬의 장점을 활용한다면 K컬처 산업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책에서 로컬의 장점을 살린 우리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늘 앞선 국가를 선망해오던 이 땅의 사람들은 지금 한국이 받는 세계로부터의 선망이 낯설기만 합니다. 혹자는 한류의 유효기간이 언제까지일지 불안한 눈빛으로 토론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 답은 우리 안에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 것을 쉼 없이 만들어내는 한 선망의 K는 살아 있을 것입니다."(책 233쪽)

360쪽.

buff27@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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